어린왕자의 먼나라 이웃나라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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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살 때, 국민학교 도서실에서 기이한 만화책을 하나 발견했다. 그 책은 다른 만화책과는 달리, 그림보다 글자가 더 많은 만화책이었다. 나는 읽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그림체가 그동안 보아 온 만화들과는 많이 다르고 글씨가 너무 예뻐서 읽어 보기로 했다.

우연히 읽게 된 『먼나라 이웃나라』라는 제목의 만화책은 놀랍게도 내가 관심 있던 모든 내용을 담고 있었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외국의 역사, 지리, 특히 유럽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왜 좋아하게 되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도 우연히 영화를 통해 보게 된 2차 대전 당시 독일군이나 나폴레옹 시대 프랑스군의 멋진 군복을 보고 좋아하게 되지 않았나 추측해 본다.


아무튼, 나는 그 자리에 앉아 그 한 권을 단숨에 다 읽어 버렸다.


그 이후로 나는 총 6권으로 이루어진 이 만화책을 모두 읽었다. 도서실에서 봤는지, 친구에게 빌려서 봤는지는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확실한 건 그 당시 나는 이 책을 구입해 소장하지는 못했다는 점이다.


솔직히 나는 이 책을 정말 갖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12살이던 국민학교 5학년 때, 아버지가 직장을 그만두셨다.


그 전까지 우리 집은 제법 잘살았다. 당시로는 드물게 양식 레스토랑에서 외식을 하고, 매달 『새소년』, 『소년중앙』, 『어깨동무』 등 소년 만화 잡지를 서점에서 부모님이 사 주시곤 했다.


하지만 아버지가 회사를 그만두신 날, 어머니는 나에게 이제부터는 매달 사 주시던 소년 만화 잡지를 더 이상 사 줄 수 없다고 하셨다. 그리고 이제는 너도 곧 중학교에 가야 하니 만화 따위는 잊고 공부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더 이상 소년 만화 잡지들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 슬펐다. 그동안 구입했던 소년 만화 잡지들은 우리 집 다락방에 한동안 쌓여 있었다.


학교에서 우울한 날이거나 외롭다고 느껴질 때면, 다락방에 올라가 먼지가 쌓인 소년 만화 잡지들을 꺼내 읽으며 많은 위로를 받았다.


이러한 만화들을 통해, 나는 학창 시절 다른 과목들은 낙제점을 맞았지만 역사와 지리 과목은 늘 만점이었다. 그리고 수업 시간에 선생님께서 “카르타고가 지금의 어느 나라지?”라고 물으셨을 때 “튀니지”라고 바로 정답을 맞출 수 있었다.


내가 중학교에 올라가면서 우리 집은 단층에서 2층으로 리모델링 공사를 하셨고, 부모님께서는 더 이상 소년 만화 잡지들은 둘 수 없다며 버리겠다고 하셨다. 나도 어쩔 수 없음을 느끼며 그러자고 동의했더니, 어른들은 나를 훌륭한 아이라고 칭찬하셨다.


그 책들이 최소 100권은 넘었는데, 최근에 한 권당 100만 원 이상의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는 것을 보면, 보존했더라면 최소 1억 원이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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