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왕자의 먼나라 이웃나라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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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시절, 나는 만화책과 이별을 고하고 『먼나라 이웃나라』라는 만화책에 대해서도 그동안 잊고 살아가고 있었다.


어른이 되어 직장생활을 하던 중,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인해 길을 잃고 헤매고 있었다. 한참을 걷던 나는, 내가 지금 시대극에나 나올 법한 거리를 걷고 있다는 사실을 문득 깨달았다.


촌스러운 간판들과 허름한 가게들, 그리고 미관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이른바 보로꾸(보로쿠)로 지어진 건물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마치 1950년대처럼 보이기도 했다. 나는 여기가 영화나 드라마의 촬영 장소 같은 곳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때, 어디선가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저씨, 어떻게 하면 세상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까요?”


나는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작은 키에 검은 뿔테 안경을 쓴 아이가 공터의 큰 돌멩이 위에 앉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나를 처음 보는 듯한 눈으로 말없이 기다리고 있었다.


“세상을 이해한다고?” 나는 어리둥절한 채 되물었다.


여기가 어디인지, 오늘이 며칠인지조차 모르는 이 시공간에서 처음 마주한 어린아이가 나에게 ‘세상에 대한 이해’를 묻는다는 것이, 여러분은 이해가 되시나요?


나는 얼떨떨했지만, 너무도 진지하게 묻는 그 아이의 눈빛에 대답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너는 왜 세상을 이해하려는 거야?”


“모르겠어요. 이 세상엔 저를 위한 게 하나도 없는 것 같아요. 늘 배고프고, 엄마는 고생만 하시다가 갑자기 돌아가셨고, 아버지와 형, 누나들은 모두 돈을 벌러 나가서 아무도 저를 돌봐주지 않아요.


그리고 저는 그림을 좋아해서 미술부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물감과 도구를 살 돈이 없어서 포기했어요.


왜 이 세상은 저한테 관심이 없는 걸까요? 도통 세상을 모르겠어요. 우리 반에 어떤 친구는 매일 자가용을 타고 오고, 점심시간에는 식모 누나가 밥을 가져다 주는데 말이에요.”


“너는 많이 슬프구나.”


“아뇨, 슬프지도 않고 화가 나지도 않지만… 그냥 이해가 안 돼요.”


나는 무슨 말을 해 주고 싶었지만, 이내 포기했다. 나 또한 이 세상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비록 그 아이의 질문에 답을 해 줄 수는 없었지만, 위로는 해 주고 싶었다.


“엄마가 많이 보고 싶은 거지?”


“아뇨, 이상하게 엄마가 잘 기억이 안 나요. 마치 오래전 일처럼요.”


“엄마는 어떤 분이셨어?”


“엄마는 저에게 참 다정한 분이셨어요. 전 엄마처럼 아픈 사람들을 고칠 수 있는 의사가 될 거예요.”


그 아이는 어렸지만, 의젓하고 긍정적인 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는 7남매의 막내라고 했다. 나는 직감적으로 이 아이가 바로 ‘어린왕자’임을 알 수 있었다.


동화 속 그림과는 많이 달랐지만, 어린왕자임에는 틀림없었다.


나는 그렇게, 어린왕자를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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