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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는 늘 집에서 혼자 놀았다.
내성적이거나 친구를 사귀지 못하는 아이는 아니었지만, 이상하게도 그는 늘 혼자였다.
다른 아이들이 공터에서 공을 차거나 구슬치기를 하며 뛰어놀 때, 어린왕자는 조용한 방 안에서 혼자 놀고 있었다.
요즘의 나도 그렇다.
낮이면 집 안에서 혼자 시간을 보낸다.
어릴 적엔 나도 다른 아이들처럼 밖에서 신나게 놀았지만, 어른이 되면서 조금씩 달라졌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일이 어색해졌고, 굳이 할 말도 없는데 억지로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게 싫었다.
듣기 싫은 말을 억지로 들어야 할 때면 마음이 조용히 도망치고 싶어졌다.
그리고 어른들은 꼭 술을 마셔야 했다.
하지만 나는 술을 마시면 마치 석유를 삼키는 것처럼 속이 쓰리고 마음이 메말라서, 그게 참 싫었다.
어린왕자는 나와는 다른 이유로 혼자 있었다.
“넌 왜 밖에 나가서 놀지 않아?”
내가 물었다.
“저는 방에서 그림을 그려야 해요.”
그는 대답했다.
“무얼 그리는데?”
“아무거나요. 어제 본 영화 장면도 그리고, 제가 상상하는 바다 밑 세상도 그려요.
하지만 제일 재미있는 건, 제가 좋아하는 만화책을 따라 그리는 거예요.”
그 아이의 그림은 꽤 잘 그려져 있었다.
아마도 타고난 재능보다는, 매일같이 그리다 보니 저절로 늘어난 실력일 것이다.
하긴,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면 누구든 잘하게 된다.
어린왕자가 사는 마을에서는 아이들의 놀이가 단 두 가지뿐이었다.
밖에 나가서 놀거나, 집 안에서 놀거나.
그리고 집 안에서는 책을 보거나, 아니면 낙서나 그림을 그리는 것이 전부였다.
그 아이는 그렇게 말하곤 했다.
“낙이 없어요.”
전쟁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그 마을엔 총알 껍데기를 주워 모으거나, 부서진 건물 사이를 뛰어다니는 일이 놀이의 전부였다.
어린왕자는 얼마 전 처음으로 라디오라는 것을 보았다고 했다.
“나는 진짜로 그 안에 사람이 들어 있는 줄 알았어요.”
그는 해맑게 웃었다.
밖에서 노는 일은 그에게 별로 재미가 없었다.
형들은 다 껌을 팔러 나가고, 집에는 혼자만 남아야 했기에,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땅바닥에 그림을 그리는 것뿐이었다.
종이도, 연필도 없었다.
손가락으로 흙 위에 그림을 그리고, 지웠다가, 다시 그렸다.
어린왕자는 그림을 잘 그리고 싶었던 게 아니었다.
그저 할 수 있는 일이 그것뿐이었을 뿐이다.
우리 세상의 아이들은 놀 거리가 참 많다.
휴대폰, 컴퓨터 게임, 유튜브, 하루 종일 만화영화를 틀어주는 TV 채널까지.
하지만 아이들은 정작 놀 시간이 없다.
학교가 끝나면 바로 학원으로 가야 하기 때문이다.
어쩌다 학원을 다니지 않는 친구가 있어도, 곧 학원에 등록하게 된다.
모든 친구들이 학원에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