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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가 살던 그 별에서는
만화방이라는 곳에 대한 인식이 아주 좋지 않았다.
어른들은 그것을 어린이들이 길을 잃는 곳이라고 불렀다.
마치 거기만 가면 착한 아이도 나쁜 아이가 되어 돌아오는 줄 아는 듯이 말이다.
하지만 어린왕자는 조용히, 아무렇지 않게, 그곳을 드나들었다.
그 별의 어른들이 수군거리는 소리쯤은 들리지 않는다는 듯이.
그는 만화방에서 수많은 만화를 읽었고,
그중에서도 특히 〈엄마 찾아 삼만 리〉 를 감명 깊게 읽었다고 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가슴이 찡해졌다.
어린왕자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그 마음 한구석엔 분명 엄마를 향한 깊은 그리움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움이란, 때로 말보다 조용히 다가오는 법이니까.
그리고 엄마란 존재는, 잃고 나서야 더 또렷해지는 별빛 같으니까.
나는 처음에 이렇게 생각했었다.
‘어린왕자는 집안 사정이 어렵고, 아무도 돌봐주는 사람이 없으니 공부는 못하겠지.’
게다가 하루 종일 만화책만 읽고, 그 그림만 따라 그리니,
성적이 좋을 리 없다고 지레짐작했다.
그건 어쩌면 내가 어른이 되어버렸다는 증거였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어린왕자는 그 별에서 가장 명문이라는 경기중학교에 당당히 합격한 것이다.
이 별에서는 경쟁이 전부는 아니지만,
그 학교에 들어가려면 아주 특별한 빛이 있어야 했다.
나는 믿기지 않았다.
공부하는 모습은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늘 연필 대신 붓과 만화를 끼고 사는 아이였으니 말이다.
그런 아이가 별에서 가장 빛나는 학교에 들어갔다니,
그건 분명 작은 기적이었다.
나는 조용히 결론을 내렸다.
“이 아이는, 아주 특별한 머리를 가진 거야.”
특히 공부에 필요한 별의 재능이 있었던 거다.
알고 보니 그의 형제들 모두 공부를 잘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건 아마 부모님이 물려준 눈에 보이지 않는 선물이었을 것이다.
어린왕자의 부모님은,
가난을 물려주었지만 그 대신 배움의 재능을 자식들에게 나누어주었다.
그리고 막내였던 어린왕자에게는 그림에 대한 특별한 재능까지 더해주었다.
아마도 가장 먼저 엄마와 이별한 그 아이가 안쓰러워,
하늘이 그 아이의 손에 한 가지 재능을 더 쥐여준 것이 아닐까.
그 별의 이야기들을 듣다 보면,
어린왕자의 집은 처음부터 가난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어릴 적, 그의 가족은 대전이라는 별에서
고무신 공장을 운영하고, 큰 여관도 갖고 있었다.
극단이 공연을 올 때면, 유명한 배우들이 그 여관에 묵었고,
그중 한 여배우는 어린왕자를 무척이나 귀여워해 업어주곤 했단다.
그러나 전쟁이 별을 휩쓸고 지나간 뒤,
모든 것이 사라졌고, 그들은 대전을 떠나 서울이라는 낯선 별로 옮겨갔다.
아버지는 다시 새벽같이 일했지만, 가난은 쉽게 떠나지 않았다.
그런 속에서도 어린왕자는
만화와 공부, 두 가지 별빛을 놓지 않았다.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만화그리기와 공부 두가지를 다 이룬 것이니 어린왕자가 참 대견했고 그의 재능이 부럽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