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건네는 따뜻한 위로
〈 서늘한 마음썰 〉이라는 방송이 있어요. 서늘한 마음썰은 서밤, 블블, 봄봄 세 분께서 진행하는 라디오인데요(팟캐스트, 팟빵), 방송한 지 2주년을 맞아 공개방송을 했습니다. 시즌1을 마치고 두 번째 시즌을 지내는 이 방송은, 많은 분들께서 "공감 방송이다", "(마음을) 위로하는 방송이다" 하는 반응을 보이며 사랑받는 라디오예요. 팟빵 서비스의 경우 취미 랭크에서 10위, 전체 랭크에서 200위 정도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어요. 순위는 계속 상승하고 있어요. 좋은 방송이기에 앞으로도 승승장구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공개방송은 추첨으로 참여할 수 있었어요. 저는 알라딘에서 진행하는 공개방송 초대 이벤트에 응모했고, 운이 좋게도 방청권을 얻었습니다. 제가 당첨됐다는 걸 이틀 전쯤 알게 됐어요. 오랜만에 카메라를 세팅하고, 메모리카드를 챙기고, 렌즈를 닦고, 콘센트에 충전기를 꽂았습니다.
공개방송 당일, 평소보다 일찍 퇴근해서 합정동 빨간책방Cafe로 이동했어요. 빨간책방은 위즈덤하우스의 공간입니다. 일층에는 카페 겸 펍(Pub)이 있고, 2층은 강연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었어요. 공개방송은 2층에서 진행했습니다.
이렇게 예쁜 방송 부스라니. 빈자리에 스폿 조명 세 개가 켜 있는데, 이때부터 떨렸던 것 같아요. 왜 제가 다 떨었는지, 아직도 모르겠어요.
천장에는 책들이 가지런히 꽂혀 있습니다. 방송 시작 40분 전인데도 많은 분들이 자리를 채우고 계셨어요.
서밤(블로그) 님은 작가예요. 최근엔 자신을 돌보고 불안을 다루는 에세이인 『 나에게 다정한 하루 』를 출간하셨습니다. 저는 『 어차피 내 마음입니다 』때부터 서밤 님 책을 읽었어요. 동그란 캐릭터(?)가 현실적인 상황과 어려움을 겪고, 자기 위로를 건네요. 그 위로와 감상이, 제게도 큰 위안이 됐어요.
다시 찍은 빈 부스. 서밤 님의 새 책,『 나에게 다정한 하루 』가 보이네요. 중학생 때 꼭 저렇게 생긴 재봉틀 책상이 있었어요. 어머니가 잠깐 쓰셨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공부하는 책상이 됐어요. 학교를 가지 않는 주말이면 한가하게 누워 떠다니는 먼지를 보다가, 미싱 책상에 올라가 발판을 밟았던 기억이 납니다. 페달을 밟을 때마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원반과 멀리서 들려오는 라디오 소리가 지금도 생생해요. 조금 뒤에 세 분께서 저 테이블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실 때, 저는 왠지 그 시절로 돌아간 것만 같아서 마음이 말랑해졌어요.
오늘 진행할 내용을 점검하고 계신 봄봄 님. 봄봄 님은 닉네임과 정말 잘 어울리시는 분 같아요. 왜 그런지는 방송을 들으신 분들은 공감하실 수 있을 텐데요,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따뜻함과 실제로 하시는 말씀 모두가 봄을 닮았다고 생각해요. 목소리에서 풀꽃 향기가 나는 것 같고, 대상 없는 그리움이 들어치는 기분이 들 때도 있고. 계속 듣고 싶고, 대화하고 싶은 분이에요.
왼쪽부터 블블, 서밤 그리고 봄봄 님. 세 분께선〈 일상의 온도 〉 코너를 준비하고 계신 것 같았어요. 일상의 온도는 세 분이 감명 깊게 읽으셨던 책 또는 문화생활을 소개하는 코너에요. 초점이 맞은 분은 블블 님이에요. 블블 님은 좋은 글을 쓰시는 분이에요(브런치). 서늘한 마음썰 속 블블 님은 쓰시는 글처럼 조곤조곤 이야기를 정리하시고, 깊게 생각하신 후, 다음 마디를 신중하게 건네는 분이라고 느껴요. 블블 님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보면 세속적이고 다난한 환경 속에서 자신을 꾸준히 가꿔나가시는 과정이, 삶의 경과가 느껴지는 것 같아서 자신을 다잡게 돼요.
블블 님과 봄봄 님 사이에 앉아계신 서밤 님. 방송 속 서밤 님은 어떤 상황에서도 함께하고 있다는 기분을 주십니다. 저는 방송 속 서밤 님을 통해 '위로'라는 단어 이상의 감정으로 위로를 받는다는 생각을 했는데요, 이런 감정이 드는 이유가 무엇일까 계속 생각했었는데. 이번 공개방송에서 서밤 님의 표정을 읽고, 함께 웃다 보니 그 이유를 알게 됐어요. 서밤 님께서는 청취자의 입장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해결책을 이야기하는 어떤 위로의 수순이 아니라, 자신이 당신을 이해하지 못해도, 그렇지 않아도 옆에 있으며 관심을 잃지 않는 연대를 보여주세요. 그래서 방송을 듣고 있다 보면 ‘해결책을 제시하는 위로’ 또는 ’컨설팅을 받는 느낌’이 아니라, '제 위치는 여기고, 서밤 님은 근처에 함께 계시는구나' 하는 기분이 들어요. 그 기분이 마침내 위안이 되어요.
방송은 두 시간 동안 진행됐어요. 블블 님의 이야기를 듣고 계신 서밤 님.
서늘한 마음썰 방송 2주년을 맞으며 달라진 점, 그대로인 점, 그리고 앞으로 나갈 점을 나누는 시간이었어요. 세 분은 애청자 분들의 질문을 들으며 즐거워하시기도, 방송하시면서 겪었던 여러 가지 일화를 말씀하시면서 진지한 모습을 보이시기도 했어요.
1부가 끝나고 잠시 브레이크 타임을 가지며. 다음 파트를 점검하시는 블블 님(오른쪽)과 봄봄 님과 이야기 중이신 서밤 님(왼쪽).
브레이크 타임 중 관계자 분과 이야기를 나누시는 봄봄 님.
카메라 초점이 엉뚱하게 잡혀서 방청객 분의 뒷모습이 찍혔네요. 지울 수도 있었지만 이 사진을 함께 싣습니다. 한 애청자 분께서 이런 말씀을 해 주셨어요. "서늘한 마음썰 2 주년을 축하해요. 그리고 이 방송이 있기까지 함께한 우리 모두 축하해요."라고요. 모든 방송은 청자(혹은 감상자)가 있어야 존재할 수 있겠죠. 세 분께서 쉼 없이 함께하신 덕에 저희도 함께 할 수 있었어요. 참 감사합니다.
멀리 포항에서부터 서울 근교까지 다양한 곳에서 오신 애청자분들. 방청객 모두를 챙기고 배려해주셨던 세 분, 마지막으로 선물을 준비해주신 관계자(해피문데이, 위즈덤하우스)분들 덕분에 뜻깊고 즐거운 시간을 가졌어요.
서늘한 마음썰은 꼭 크레이프 케이크 같아요. 처음에는 '뭐지? 다 똑같은 이야기 아닌가?' 싶다가도, 매 회차, 매 시간, 매 분 듣다 보면 '아, 세 분께서 이렇게 의미 있는 이야기를 하고 계시는구나!' 하며 듣는 게 맛있어지는 순간이 오거든요. 아, 어쩌면 이건 제가 둔해서 그럴지도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저는 그렇게 천천히, 시간을 두고 음미할 수 있을 때를 사랑하고, 그래서 서늘한 마음썰을 좋아해요. 고마워요, 서밤, 블블 그리고 봄봄 님.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