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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고 Aug 04. 2020

-틀-


시리즈가 거듭되면서 커지는 마니아들의 반발


프로젝트 카스 3(이하 PC3)이 곧 발매된다. 그런데 릴리즈 티저마다 우려의 댓글이 달린다. PC2 때 장점이었던 캐주얼:리얼리티 = 5:5 밸런스가 PC3 들어서면서 달라진 것. PC3는 심 레이스 리얼리티를 크게 줄이고 캐주얼 아케이드 성향을 높인 것으로 보인다. 레이싱 휠로 게임을 즐기는 소위 '마니아'층은 이런 현상이 반가울 리 없다. 이들은 PC3의 티저 영상마다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댓글을 달았다.


나는 티저 영상과 댓글을 읽으며 아마도 개발사가 '마니아들은 돈이 되지 않는다'라고 판단한 것 아닐까 추측한다. 최근 공개된 <그란투리스모 7>도 곧 공개될 <포르자 모터스포츠 2020>과 함께 전작에 비해 캐주얼함을 강조했다. 레이싱 게임의 캐주얼함이란 커스터마이즈, 더 많은 차, 더 다양한 외관, 더 다양해진 드라이버의 외형(헬멧, 성별, 의상 변형 등)이 조절 가능해짐을 의미한다.


반면 리얼리티란 실제 레이싱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변수들의 상세한 구현으로, 마니아들이 레이싱 게임에서 열광하는 요소다. 마니아들은 피트스톱, 정비성, 충돌 시 데브리(파편)의 대미지, 그에 따른 차 퍼포먼스의 영향, 노면 질감의 사실성 같은 것들이 구현되길 바란다.


게임이 리얼해질수록 복잡도는 올라가고 마니아들은 잔류한다. 그런데 현대 레이싱 게임은 패키지(?) 형태로 제공되기 때문에 잔류 고객이 개발사에 갖는 의미란 (1) 구매시 매출과 (2) 충성도 만 남는다. 결국 개발사가 살아남기 위해선 새 게임을 계속해서 만들고, 팔아야 한다. 패키지 게임 가격은 고정이다. 


위와 같은 조건으로 따져보건대, 게임에 높은 충성도를 가진 고객 5천 명보다 게임을 구매할만한 수준의 '적당한' 충성도를 가진 고객 10만 명을 유치하는 것이 게임사에 이득이다.


마니아들은 DLC마저도 충실하게 구매한다. 그렇지만 일반적으로 매출 대비 DLC 매출 또는 게임 구매 고객 수 대비 DLC 구매 고객 비율은 매우 적다. DLC 전략을 추구하더라도 새 게임을 캐주얼하게 만들고 일반 고객을 유치하는 것이 낫다.


또 한 가지 변수가 있다. PC3는 슬라이틀리 매드 스튜디오가 만든다. 이들은 경쟁작에 비하면 충분히 영세하기 때문에 마니아 층을 사로잡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 (경영학상) 유리하다. 그렇지만 마니아 층이 '충분히' 크지 않거나, 게임을 '적당히' 캐주얼하게 만들어서 획득할 수 있는 고객 숫자가 더 많다면 개발사는 최적의 영업이익을 낼 수 있는 지점을 계속해서 탐색할 것이고 결국엔 적당히 좋은 게임을 만들게 된다. 


결국 게임 시장이 커지고 회전율이 빨라질수록 고객들은 '적당한' 게임들만 만날 공산이 크다. 이 내용은 패키지 게임에 한한다. 뽑기형 게임이나 구독형 게임은 항상 더 나아야 지갑이 열리기 때문이다.


고급 시계의 사례


비슷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시장도 위 현상과 유사하게 돌아간다. 20년 전 남성 고급 시계는 데코레이션도 많고, 공도 많이 들였다. 마니아들을 자극할만한 기술과 세공으로 자신들의 독창성을 뽐냈고, 마니아들은 어떤 브랜드의 시계를 찰지 행복한 고민을 했었다.


그런데 고급 시계 시장이 커지고 공부를 깊게 하지 않(아도되는)은 사람들이 시장에 참여하면서 시계 브랜드들은 '적당한' 수준의 고급 시계를 만들기 시작했다. 마니아 한 명이 가져다주는 기대 이익보다 명품 시계를 가볍게 살 수 있는 졸부 한 명의 기대 이익이 훨씬 컸기 때문이다. 결국 오늘날 명품 시계 브랜드는 품질은 적당히, 볼륨은 최대인 시계 라인업을 만들며 영업이익 최적점을 찾는다.


적당한 컨텐츠를 만드는 유튜버


유튜브에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콘텐츠 제작자들은 특정 인기 임계점을 넘기 시작하면 '적당히' 마니악해지도록 콘텐츠를 개편한다. 고급 오마카세를 다니던 유튜버가 쿠우쿠우에 다녀오고, 명차만 분석하던 유튜버는 현대차를 타기 시작한다. 유명인 코디네이터 출신 유튜버는 시작할 땐 '내 돈 내산'이다가, 채널을 매각할 땐 허위광고를 한다. 이들을 유명하게 만들어줬던 콘텐츠 우위는 특정 인기 임계점 이후부터는 성장의 걸림돌로 변한다. 나는 이러한 현상이 특정 임계점을 넘은 유튜버가 '예전 같지 안'거나 유튜버 스스로 한계임을 고백하는 이유라고 분석한다.


유튜버 'Joe튜브'는 이런 관점에서 흥미롭다. Joe는 애자일 하다. 콘텐츠를 실험하고, 해당 영상의 뷰 수에 맞춰 자신의 유튜브 콘텐츠 메인스트림을 정비하기 때문이다. 현재 그의 콘텐츠는 '지속 성장을 위한 적절한 뷰 수'를 찾아 적당히 선정적인 유튜브가 됐다. 나는 Joe튜브 구독을 취소했다. 


그렇지만 가끔 그의 유튜브에 들어가 썸네일을 구경한다. 그가 지속 성장을 위해 어떻게 콘텐츠를 변형하는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구독자들의 요청이 만들어낸 '적당한' 콘텐츠의 최적점이 기대된다.


뉴 노멀이 노멀이 될 때, 적당해진 현상을 바라보며 뒷짐 지고 쯧쯧대는 나의 모습, 참으로 고리타분하니 눈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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