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과 이혼 그 어딘가쯤 Part4

by sarihana

제4부: 다시, 나아가기 위한 오늘

10장. 끝나지 않은 질문


새로 들인 다육식물에 조심스럽게 물을 주던 어느 저녁, 이서는 문득 생각에 잠겼다. 창밖은 고요했고, 방 안에는 은은한 조명만이 그녀의 그림자를 길게 늘어뜨리고 있었다. 모든 것이 평온해 보였지만, 그녀의 마음속에서는 여전히 끝나지 않은 질문들이 조용한 파도처럼 밀려왔다.


‘사랑이란 무엇일까? 진정한 자유와 평온은 어디에 있는 걸까?’


예전 같았으면 이 질문들 앞에서 길을 잃고 헤맸을 것이다. 완벽한 답을 찾지 못하는 자신을 자책하며 괴로워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이서는 알고 있었다. 삶은 정답을 찾아내는 시험이 아니라, 끊임없는 질문 속에서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사랑의 시작과 끝은 명확한 선으로 나뉘어 있지 않았다. 그저 흐릿한 경계 속에서 그녀의 마음은 수없이 흔들렸고, 그 흔들림 속에서 웃고 울었다. 이서는 이제 더 이상 그 경험을 ‘실패’라고 부르지 않기로 했다. 그것은 그저 삶의 한 페이지였고,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게 만든 소중한 시간이었음을 인정했다. 사랑이 끝났다고 해서 자신의 가치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끝없는 질문들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이제 그 질문들 속에서 길을 잃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오히려 그 질문들이 자신을 더 단단하게 만들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등대가 되어줄 것임을 믿었다. 그녀는 이제 그 질문들을 동반자 삼아, 묵묵히 앞으로 나아갈 뿐이었다.





11장. 오늘을 살아내는 방식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질문들 속에서 답을 찾는 대신, 이서는 그 질문들을 가만히 곁에 두기로 했다. 완벽한 해답을 찾지 못해도 괜찮았다. 그 어딘가쯤에서 오늘을 견디고, 오늘을 느끼고, 오늘을 살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이서가 선택한 새로운 방식이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창문을 열어 밤사이 차가워진 공기를 들이마셨다. 예전에는 그저 하루를 시작하는 무의미한 습관이었지만, 이제는 폐부 깊숙이 스며드는 신선한 공기의 감각 하나하나를 느끼려 애썼다. 천천히 물을 끓이고 원두를 갈아 커피를 내리는 시간은 온전히 그녀만의 의식이 되었다. 주전자에 물이 끓는 소리, 원두가 갈리는 고소한 향기, 컵으로 떨어지는 커피 방울의 느린 리듬. 그 모든 과정에 집중하다 보면 복잡했던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햇살은 여전히 창밖을 비추고, 커피잔의 온기가 손끝에 남았다. 그녀는 그 따뜻한 온기를 느끼며 천천히 숨을 골랐다. 거창한 계획을 세우거나 미래를 걱정하는 대신, 오늘 하루의 작은 순간들에 마음을 열었다. 이전에는 쓴맛만 느껴지던 커피는 이제 쌉쌀함 뒤에 숨은 고소함과 은은한 산미를 찾아낼 수 있을 만큼 여유가 생겼다.

창밖으로 보이는 흔들리는 나뭇가지처럼, 그녀의 마음도 여전히 불안정했다. 때로는 과거의 기억이 불쑥 찾아와 마음을 흔들었고, 문득 외로움이 파도처럼 밀려오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는 더 이상 그 감정들로부터 도망치려 하지 않았다. 넘어질 듯 흔들리면서도 꿋꿋하게 제자리를 지키는 나뭇가지처럼, 그저 오늘의 불안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한 발짝씩 앞으로 나아갔다.


오늘을 온전히 살아내는 것이야말로 자신을 가장 온전하게 만드는 길임을, 이서는 매일의 작은 순간 속에서 배우고 있었다. 그것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단단하고 고요한 그녀만의 방식이었다.





에필로그


햇살은 여전히 창밖을 지나가고, 커피잔 속의 열기는 손끝을 데운다. 이서는 천천히 숨을 고르고, 눈을 감는다. 지나온 시간과 놓아야 할 시간, 그리고 앞으로 걸어가야 할 시간을 모두 마음속에 담으며. 이제 더 이상 '결혼'과 '이혼'이라는 단어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는다.


아침 햇살은 예전처럼 창가를 비추지만, 이제 더 이상 뜨겁지 않고 따뜻하게 느껴진다. 창틀에 새로 놓인 다육식물에 조심스럽게 물을 주며, 이서 또한 자신에게 새로운 생기를 불어넣기 시작했다. 창문 밖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의 활기찬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그 소리가 더 이상 낯설지 않았다.


그녀는 모든 답을 알지 못해도 괜찮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랑이란 무엇일까, 진정한 자유와 평온은 어디에 있는가. 명확한 답은 없지만, 이서는 알고 있다. 삶은 흘러가고, 마음은 흔들리며, 우리는 언제나 그 경계 어딘가쯤에서 살아간다는 것을.


답을 찾지 못해도, 그 어딘가쯤에서 오늘을 견디고, 오늘을 느끼고, 오늘을 살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이서가 선택한 방식이다. 이 서 있는 곳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향한 발걸음임을 그녀는 조용히 되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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