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밸브
"전원 즉시 철수하라. 반복한다. 현장의 모든 인원은 즉시 철수하라. 이것은 총리 직속의 최종 명령이다."
모든 경고음을 압도하는 날카로운 비상 방송음과 함께, 지휘소의 모든 스피커에서 감정 없는 기계적인 목소리가 반복해서 울려 퍼졌다. 도쿄의 정부가 내린 최종 결정이었다. 그들이 내린 결론은 ‘포기’였다.
명령이 떨어지자 지휘소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사람들은 알아들을 수 없는 비명을 지르며 장비를 내던지고 유일한 출구를 향해 달려갔다. 그들의 얼굴에는 죽음의 공포와 함께, 마침내 이 지옥 같은 곳을 벗어날 수 있다는 이기적인 안도감이 기묘하게 뒤섞여 있었다.
하지만 유진과 아키라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들은 마치 폭풍의 눈 한가운데 선 것처럼, 도망치는 사람들의 물결 속에서 꼼짝 않고 서 있었다. 아키라가 나지막이, 마치 혼잣말처럼 말했다.
"폭발 전에 지하 격리실에 있는 마지막 수동 밸브를 잠가야 해. 저걸 잠그지 못하면, 폭발 시 방사능이 섞인 고압 증기가 태평양 전역으로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가게 될 거야."
그것은 누구도 강요하지 않은 임무였다. 매뉴얼에도 없는, 정부의 최종 명령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반역 행위. 그곳은 발전소 내에서도 가장 방사선량이 높은, 그야말로 죽음의 공간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알고 있었다. 저 낡고 붉은 밸브가 인류의 미래와 과거의 비극을 가르는 마지막 경계선이라는 것을.
사람들이 모두 빠져나가고 지휘소에 마침내 정적이 찾아왔다. 아키라가 유진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이 묻고 있었다. ‘함께 가주겠나? 이 무의미해 보이는 마지막 싸움을.’
유진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눈이 대답하고 있었다. ‘이것이 우리가 여기에 온 이유요. 이 싸움을 끝내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