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ukushima Tape 2편 - Part34

마지막 밸브

by sarihana

34장. 남겨진 자들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지휘소에는 유진과 아키라, 단 두 사람만이 남았다. 귀를 찢던 경고음과 사람들의 비명이 사라지자, 오히려 더 근원적인 공포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키라가 벽에 걸려 있던 낡은 납 방호복 두 벌 중 하나를 챙겨 입으며 유진을 보았다. 그의 눈빛은 모든 것을 내려놓은 사람처럼 담담하고 평온했다. 그는 품 안에서 낡은 사진 한 장을 꺼내, 방호복 가슴 안쪽 주머니에 소중히 넣었다. 딸 유나의 웃는 얼굴이었다.


"나는 내 딸 유나에게… 부끄러운 아버지가 되고 싶지 않네. 시스템 뒤에 숨어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다고 변명하고 싶지 않아. 이것이 내가 남는 이유다. 당신은… 왜 남았나?"


유진은 말없이 자신의 방호복 마스크를 점검했다. 그의 머릿속에는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아버지는 선택의 여지없이 침묵을 강요당했습니다. 그의 삶은 시스템이 남긴 거대한 물음표였습니다." 헬멧 속에서 나오는 그의 목소리는 기계음처럼 변조되어 낮게 울렸다. "하지만 저는 아닙니다. 저는 선택할 수 있습니다. 아버지처럼 도망치지 않을 겁니다. 그의 침묵에, 행동으로 답할 겁니다."


그들의 결정은 국가나 시스템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심 때문이 아니었다. 인류를 구원하겠다는 거창한 영웅심 때문도 아니었다. 그것은 아버지로서, 그리고 아들로서, 다시는 체르노빌의 비극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인간으로서의 가장 근원적이고 존엄한 책임감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모두가 떠난 재앙의 심장부에서, 서로 다른 상처를 가진 두 사람은 인류의 미래를 위한 고귀한 연대로 마침내 하나가 되었다. 아키라가 지하로 향하는 육중한 강철 문으로 다가가 굳게 닫힌 밸브 핸들을 잡았다. 유진이 말없이 다가와 그의 손 옆에 자신의 손을 포갰다.


'끼이이익…'하는 섬뜩한 금속성 마찰음과 함께 문이 열리자, 안에서는 뜨거운 열기와 함께 지옥의 냄새가 뿜어져 나왔다. 이제 그들은 함께, 지옥의 가장 깊은 곳으로 걸어 들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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