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밸브
밸브가 있는 지하 격리실로 향하는 길은 그 자체가 지옥이었다. 허리에 찬 선량계는 마지막 비명을 지르듯 최고 수치를 찍고는 액정이 나가며 영원히 침묵했다. 방호복 안으로 축축하게 스며드는 후끈한 열기가 피부를 태우는 듯했고, 한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온몸의 세포가 비명을 지르는 것 같았다.
"젠장!" 녹슬고 부식된 철제 계단을 내려가던 아키라가 발을 헛디뎠다. '콰직'하는 소리와 함께 낡은 발판이 부서지며 그의 다리가 뒤틀린 철근에 걸려 찢어졌다. 고농도의 방사능과 열기가 상처를 통해 그의 몸 안으로 직접 침투하기 시작했다. 유진은 망설임 없이 자신의 몸을 던져, 미끄러져 내려가는 그를 끌어올렸다.
"괜찮습니까! 아키라!"
"계속… 가야 해!" 아키라는 고통을 참으며 다리를 절뚝거렸다.
복도는 이전의 폭발 여파로 무너져 내린 거대한 콘크리트 더미로 완전히 가로막혀 있었다. 두 사람은 거의 반쯤 정신을 잃은 상태로, 남은 모든 힘을 쥐어짜 간신히 몸 하나 빠져나갈 틈을 만들었다. 좁은 틈을 기어가는 동안, 유진의 방호 헬멧에 날카로운 철근이 스치며 금이 갔다.
그들은 이제 서로의 이름조차 부를 힘이 없었다. 그저 서로의 거칠고 불규칙한 숨소리를 나침반 삼아, 상대방이 쓰러지면 끌어주고, 자신이 쓰러지면 그의 손에 의지해 일어서며 칠흑 같은 어둠 속을 나아갔다.
아키라는 지독한 고통 속에서 딸 유나가 피아노를 치던 작은 손을 떠올렸다. 유진은 흐릿해지는 의식 속에서 아무 말 없이 자신을 바라보던 아버지의 마지막 눈빛을 떠올렸다. 그는 비로소 그 침묵의 무게를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