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ukushima Tape 2편 - Part36

마지막 밸브

by sarihana

36장. 희망의 불꽃


마침내 그들은 뒤틀린 복도의 끝, 육중한 강철문 앞에 도착했다. 밸브가 있는 지하 격리실이었다. 하지만 문은 내부의 엄청난 압력 차이로 인해 마치 콘크리로 봉인이라도 된 듯 꿈쩍도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짜 함께 문을 밀었다. 끼이이익- 하는 지옥의 쇳소리가 울리며 문이 겨우 사람 하나 들어갈 만큼 열렸다.


그 틈으로 눈을 멀게 할 만큼 새하얀 고농도의 방사성 증기가 폭풍처럼 터져 나왔다. 방 안 중앙에는 모든 비극의 근원처럼 거대한 붉은색 밸브가 있었다.


"같이… 돌려야 해!" 아키라가 필사적으로 소리쳤다.


두 사람은 양쪽에서 불덩이처럼 뜨거운 녹슨 밸브에 매달렸다. 하지만 밸브는 수십 년간 굳어있던 재앙의 의지처럼 꿈쩍도 하지 않았다. 유진의 금 간 헬멧 너머로 시야가 흐려지고, 핏물이 섞인 침이 역류했다. 아키라는 찢어진 다리의 고통으로 이미 정신을 잃기 직전이었다.


포기하려는 순간, 유진의 흐릿한 의식 속에 아내와 아들의 얼굴이, 아키라의 머릿속에 사진 속에서 환하게 웃던 딸의 미소가 스쳐 지나갔다.


"으아아아아아아!"


그들은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괴성을 지르며,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남은 마지막 생명을 밸브에 쏟아부었다. '끄으으윽…' 거대한 거인의 뼈가 부러지는 듯한 둔탁한 소리가 났다. 마침내 밸브가 거대한 저항을 이기지 못하고 아주 조금씩, 그러나 분명히 돌아가기 시작했다. 밸브가 완전히 잠겼을 때, 세상을 집어삼킬 듯 울부짖던 증기의 울음소리가 거짓말처럼 멎었다.


완벽한 정적이 흘렀다. 폭발은 막았다.


그와 동시에 두 사람의 몸을 지탱하고 있던 마지막 생명의 끈이 끊어졌다. 그들은 서로에게 기댄 채, 마치 오랜 친구처럼 바닥으로 쓰러졌다.


의식이 희미해져 가는 어둠 속에서, 유진과 아키라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금이 가고 김이 서린 헬멧 너머로 보이는 서로의 얼굴에는 고통 대신 기묘한 평온함이 어려 있었다. 후회는 없었다. 그들은 자신들을 희생하여, 과거의 비극이 반복되는 것을 막아냈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스러져간 아버지들의 시대를 끝내고, 아들과 딸들의 시대를 위한 작은 희망의 불꽃을 남기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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