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을 본 다음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하주차장으로 이어지는 문 앞에 섭니다.
꼭 다문 채 열리지 않습니다.
당연히 열리리라 몸이 반응했던지 상체를 유리문에 부딪힐 뻔했습니다.
누가 볼까 민망해 너도 사람 간 보니? 못난 마음 들통 내고 무안해져 픽 웃습니다.
한 걸음 물러나 기다립니다.
여봐란듯이 장쾌하게 열립니다.
'거봐, 좀 기다리면 될 걸 그 참을 못 참고 쯧쯧..' 질책하는 것도 같습니다.
요즘 뭐가 됐든 잘 해 보겠다고 몸에 마음에 잔뜩 힘이 들어있었나 봅니다.
숨 한 번 고르고 한 걸음만 물러나 있어도 열리는 것을..
작은 것을 놓치고 있었습니다.
문 앞에서 서성여 본 사람은 압니다.
당연히 열리기를 기대했다가 잠깐이라도 열리긴 할 건지, 통과할 수는 있을는지,
열리지 않는다면 내가 주체가 돼서 열어볼 수는 없을까 조바심치게 된다는 것을..
문은 열리는 게 사명이라서 닫히기도 한다는 것을 모를 리 없는데도
외면한 채 열려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욕심일 수밖에요.
너무 당연한 듯 기대에 차 있을수록 당연한 것은 없는 거라고
한 걸음 물러나 무심해질 필요가 있다는 것을 체득합니다.
힘을 빼고 숨 고르기 하는 동안 문은 열릴 태세를 합니다.
나만 준비하는 게 아니라 문에게도 시간을 주는 거지요.
의도하지 않을 때 문은 스르르 마법처럼 열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