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0년대 영국의 보호주의와 미국의 자유주의
1940년대 제2차 세계대전이 마무리되자 영국은 궁지에 몰렸다. 승리는 했지만, 미국으로부터 무기 원조 등 많은 신세를 졌다. 국가 사이에 공짜는 절대 없다. 영국은 그동안 미국에 신세 진 빚을 갚아야 할 시기였다.
1700년대 후반 독립선언을 하기까지 '영국의 식민지였던 미국'은 결코 이 타이밍을 놓치지 않았다. 그동안 받았던 온갖 서러움을 되갚아야 할 절호의 기회였다고 생각했을 것이라 추측해 본다.
특히, 보호무역을 내세우며 식민지 국가들로부터 자원을 헐값에 매입하여 무역 등으로 부를 축적한 영국식 제국주의 경제 시스템을 자원과 돈이 자유롭게 오가는 미국식 '자유무역경제' 시스템으로 반드시 바꾸어야 했다.
영국이 재정적으로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미국은 (대서양헌장) 제7조를 활용해 '제국 특혜 관세' 제도를 공격했다. 이 제도는 영제국의 무역 시스템 밖에 있는 국가에는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반면, 영제국 내의 국가나 식민지에는 관세를 낮추거나 면제하는 방식으로 차별했다.
영제국의 특혜 관세를 없애는 것은 대서양헌장(*)이 공표될 당시부터 중요한 전시 문제였다. 문제의 핵심은 전 세계에서 자유무역이 이루어지는 경제에 대한 미국의 전후 비전이었다.
미국은 제국주의와 관세, 교역품에 대한 보조금을 토대로 한 영국의 보호주의 정책을 시대착오적이라고 여겼다.
19세기 초중반의 영국처럼, 미국은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자유무역의 문을 강제로 열어젖히려 했고, 목적 달성을 위해 어떤 일도 불사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 지은이 '캐럴라인 엘킨스 Caroline Elkins', 옮긴이 '김현정', <폭력의 유산 Legacy of Violence>, 상상스퀘어(2025), Page 538
국가의 정책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필요에 따라 수시로 바뀔 수 있다. 하지만, 변경되는 정책은 최소한 국제질서는 존중하면서, 평화, 공동 번영을 추구하는 선에서 이루어져야 지구촌에서 존재를 인정받을 수 있다.
그렇게 상호 간 협력을 바탕으로 평화롭게 세상을 함께 나아가기 위해 국제연맹(1920년)에 이어 국제연합(UN, United Nations, 1945년)을 만들었다.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쟁과 인종혐오는 공식적으로 UN 국제규약을 벗어난 것이다.
사람을 다치게 하는 전쟁은 아니지만, 경제적으로 상대 국가를 옭아매는 행위도 전쟁 못지않게 바람직하지 못한 정책이다. 지금의 미국은 1950년대 후반부터 2024년까지 근 75년간 지속되어 온 자유로운 무역 시스템의 최대 수혜자였다.
1950년대 전반까지 영국이 취했던 보호무역주의를 2025년의 미국이 다시 추진 중이다. 미국도 1920년대 농부들을 보호하기 위한 농산물 수입세를 인상한 바 있다.
1930년대 미국 허버트 후버(Herbert Hoover) 대통령 시절에도 800개 품목에 대한 25% 관세인상을 추진했던 경력이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약 7-8개 국가가 상호 보복 관세를 부과하면서 미국을 비롯한 세계 무역 물동량이 60%가 감소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다트머스 대학의 경제학 교수인 더글러스 어윈(Douglas Irwin)은 높은 관세로 이웃 국가의 상품 유입을 차단하는 정책에 대해 "모두가 무역을 중단하고 모든 사람의 무역이 중단되어 결국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이웃 거지' 정책이다."라고 언급하고 있다. (번역: 노바티오, *원문: 아래 참고자료)
1944년 7월, 제2차 세계대전 말기에 미국 뉴햄프셔주의 브레턴우즈에 미국을 비롯한 44개 국가가 모여 영국의 파운드화를 무력화시킨 '달러(USD) 금본위제를' 도입(Bretton Woods 협정)하면서 '미국 달러'가 국제 환율 기준이 되는 화폐(기축 통화)로서의 지위를 획득하게 되었다.
이후 1948년에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General Agreement on Tariffs and Trade, GATT)이 체결되었고, 이를 기반으로 166개 국가가 참여한 세계무역기구(World Trade Organization, WTO)가 1995년에 정식 출범하는 등 세계의 자유무역은 최근 2024년까지 그 흐름을 계속 이어왔다.
이 기간 동안 공장을 해외로 이전한 미국의 제조업은 쇠퇴하였고, 중국은 1990년대에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하며 급성장하였다. 경제의 역사적 흐름도 이렇듯 보호 무역주의에서 자유 무역주의로, 2025년에는 또다시 보호 무역주의로의 회귀 등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국가가 하나의 글로벌 공급망처럼 실시간으로 묶여 있는 현재는 과거 1948년대에 몇몇 국가만이 연결되었던 것과는 형태가 완전히 다르기에 최종 결론은 '자유 무역주의'로의 유턴이 예상된다.
과거 인류가 이룩했던 인쇄 기술 혁신, 반도체 기술 혁신, 인터넷 혁명, 스마트폰 혁신 기술에 이은 '인공지능' 혁신 기술은 글로벌 공급망이 필수적으로 요구되기에 자기 나라만 이익을 볼 것이라고 착각하는 '보호무역주의'는 결국 실패할 것이라고 역사는 나에게 힌트를 준다.
설령 관세로 정부가 돈을 좀 챙길 수는 있겠지만, 남의 나라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되는 강압적인 미국의 정책으로 인해 그 동안 머리 속에 각인되었던 ‘유에스에이(USA)’에 대한 환상과 민주주의 국가인 것처럼 위장했던 낮두꺼운 미국의 껍질이 모두 벗겨진 점은 나에게 정말로 큰 실익이다.
<참고자료 References>
Title Background Image: Trading, Photo by Bernd Dittrich on Unsplash
(*) "It's what's known as a 'beggar thy neighbour' policy, where everyone is cutting off trade, everyone's trade goes down and it helps out no-one in the end, " says Douglas Irwin, professor of economics at Dartmouth University. (Source: Lucia Stein and Jennifer Leake for Rear Vision, 'Donald Trump loves tariffs, but the history of trade barriers in the US isn't so clear-cut', ABC News, 2025-04-02)
경제학에서 ‘거지 이웃 정책(Beggar-thy-neighbor policy)‘이란 한 국가가 자국의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취하는 정책이 이웃 국가나 교역 상대국의 경제 상황을 악화시키는 경향이 있을 때 사용하는 용어이다. 미국의 고비율의 관세 정책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