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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ldsmiths Jan 05. 2022

잘 알려지지 않은 남명정권, 그 기막힌 마지막 (상)

명나라의 진짜 마지막 이야기

명나라의 마지막은, 이자성이 북경을 함락하고 마지막 황제 숭정제가 자결함으로써 끝나는 것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그 이후야 알다시피 청나라가 만리장성을 넘어 남진하면서, 중국사는 청사 중심의 이야기로 넘어간다. 이어지는 청나라사에서는 도로곤과 홍타이치 등의 내부정치로 아주 재미난 이야기가 많으므로, 청사로 넘어가는 것이 보편적이다.


사서에서도 남명은 열전에 소개되어 있을 뿐, 제대로된 명사로 소개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남명정권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남명 정권이란, 명나라 수도였던 북경이 이자성에 함락되어 숭정제가 죽고, 또 얼마 후 청나라가 북경을 점령하자, 남쪽으로 피신해온 명나라 신하들이 남경에 수도를 정하고 세운 명나라정권이다. 잘 알려지지 않은 명나라 최후, 그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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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략한 명 패망사

중국 역사상 10대 간신으로 이름을 올린 위충현의 맹활약(?)으로 명나라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러는 사이 요동에는 동북아 최대의 세력이 성장해왔는데, 여진족이 세운 후금(이후 청나라로 개명하게 되는데, 편의상 이하 청/청나라로 통일해서 부르겠다.)이었다.

천하제일 관문 산해관

떠오르는 태양 청나라를 맞이하여 썩어가는 명나라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만리장성과 명나라 최후의 명장 원숭환이 있었기 때문이다. 원숭환은 청(후금)군을 영원대첩과 금주대첩에서 크게 격퇴하였거니와 천혜의 요새 산해관을 틀어막으니, 아무리 동북아 최고의 팔기군을 가진 청나라도 감히 뚫을 수가 없었다.


결국 청나라는 원숭환을 피해 크게 서쪽으로 우회하여 장성 안으로 침입하는 전략을 짰다. 청의 황태자 홍타이치는 원숭환을 피해 우회하여 장성을 돌파하고 북경을 직접 타격하는 작전을 펼친다. 원숭환은 긴급히 군사를 몰아 북경으로 달려갔다. 이 때 홍타이치는 원숭환의 군대가 망국의 군대가 아닌, 예기 넘치는 정예병의 모습을 보면서 겁을 먹는다. 너무 우회하여 깊숙히 들어오다 보니 본국과 멀어진 홍타이치는 고립될까 두려워 화의를 제의하고는 장성 너머로 달아났다.


이후, 청나라는 원숭환을 먼저 제거해야 함을 깨달았다. 청나라는 명나라 간신들을 활용해 원숭환을 제거하게 한다. 당시 썩어빠진 명나라 조정에는 간신들이 많았고 그들에게 충신 원숭환은 눈에 가시같았다. 청나라의 반간계에 넘어가는 것은 식은 죽 먹기처럼 보였다.

명말 명장 원숭환

청나라는 교묘하게 ‘홍타이치와 원숭환이 밀약을 맺어, 원숭환이 나라를 청나라에 바치려한다’는 역정보를 흘린다. 일부러 이 정보를 흘린 뒤 포로로 잡혀있던 명나라 태감 양춘이 달아날 수 있도록 허술하게 관리했다. 양춘은 필사의 탈출을 성공하여 북경에 도착한다. 그는 숭정제를 만나 원숭환이 배반할 것임을 알렸다. 이 때, 병부상서인 양정동을 비롯 원숭환의 정적들은 물만난 고기처럼 원숭환 탄핵의 상소를 올린다.


숭정제는 생각에 잠겼다. 숭정제는 원숭환이 5년 안에 요동을 수복해오겠다는 말에 의심을 가지고 있었다. 또 원숭환이 명나라 장수 모문룡을 함부로 주살한 일도 떠올렸다. 그리고 원숭환은 영원대첩에서 대승을 거둔 뒤에도 화의를 주장하지 않았는가? 의아했다. 결국 숭정제는 원숭환을 북경으로 불러들인다.


원숭환은 일말의 의심도 없이 입궐했다. 도착하고 보니 많은 대신들이 도열해있었다. 숭정제는 원숭환에게 따져묻기 시작했다. 적군과 내통한 죄, 아군의 장수(모문룡)을 함부로 죽인 죄, 임의로 적군과 화의를 도모한 죄, 그리고 변방의 방어를 허술하게 한 죄를 내세우며 좌우에 명하자, 즉시 금의위들이 달려들었다. 어안이 벙벙한 원숭환은 그렇게 무장해제를 당하며 체포되어 죽었다. 당대의 제갈량이라던 명장 원숭환은 간신들에 의해 너무나 쉽게 제거되었다. 이렇게 명나라는 망국의 정석을 걷는다.


북경으로 진입하는 이자성과 대순군

명나라 내부에서는 이미 이자성이 반란을 일으켜 조정을 위협하고 있었다. 이자성은 스스로 틈왕闖王으로 등극하고, 이후 대순大順이라는 나라를 만든다. 내우외환. 명나라는 청나라라는 강한 외적과 함께, 내부의 거대한 반란마저 직면했다. 이미 썩을대로 썩은 명나라에 회의를 느끼며 청나라로 귀순하는 한족 지식인들이 생겨났는데, 그 중에 뛰어난 책사인 범문정과 명나라 명장 홍승주도 청나라에 귀순하여 길잡이 노릇을 하게 된다. 이후 이 둘은 청나라의 총신이 된다.


처음에 홍승주는 원숭환 다음으로 청나라에 저항하던 명장이었다. 홍타이치는 홍승주를 꼭 자신의 사람으로 삼고 싶었다. 결국, 전투에서 승리하여 홍승주를 사로잡았는데, 아무리 투항을 권유해도 홍승주는 필사코 거절했다. 충신의 절개로 죽음을 이야기할 뿐이었다.


홍타이치는 같은 한족 출신의 책사 범문정을 보내 설득하게 했다. 범문정은 투옥된 홍승주에게 투항을 권유하러 갔다. 범문정은 청나라에서는 자신을 크게 써준다는 이야기를 하며 설득했으나 홍승주는 철벽같았다. 그런데 홍승주가 대화하는 와중에 자신의 옷에 뭍은 먼지를 털어내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는 돌아와 홍타이치에게 말했다.

"홍승주는 곧 투항할 것입니다."

그 이유를 물으니 곧 죽을 사람이라면 자신의 옷을 털거나 하지 않는다며 이는 살고자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이 말에 홍타이치는 웃으며 직접 옥으로 찾아가 홍승주를 따뜻하게 맞이하니, 홍승주는 청나라에 투항하게 된다.


한편, 원숭환이 죽자 산해관은 또다른 풍운아 오삼계가 지키고 있었다. 이 무렵, 이자성이 이끄는 농민군은 조정군을 격파하며 북경을 향해 진군해 오고 있었다. 북경조정은 오삼계에게 조서를 보내, 도성을 구하라는 명을 내린다. 오삼계가 군을 이끌고 북경으로 달려가는데, 그 사이 이자성은 북경을 함락한다. 이 난리통에 명나라 마지막 황제 숭정제는 매산에 올라 자결을 택했다.


오삼계는 군마를 몰아 달려오다가 이미 북경이 함락된 소식을 듣는다. 오삼계는 산해관으로 돌아가려했다. 그 때, 이자성이 북경에서 오삼계 부친을 볼모로 삼고 투항을 권고했다. 이자성 입장에서는 오삼계가 이끄는 명나라 정예병이 아직 존재하는 한, 안심할 수 없었다. 산해관으로 돌아가던 오삼계는 이자성의 협박을 받고는 투항하기로 결심했다.

오삼계와 진원원

오삼계는 다시 군대를 돌려 북경으로 가는데, 북경에서 달아나던 자신의 집 옛하인을 만나게 된다. 오삼계는 가솔들이 잘 있는지 물었다. 여기서 하인의 말에 오삼계는 크게 분노하게 된다. 오삼계는 진원원이라는 애첩을 너무나 사랑했는데, 이자성이 오삼계 집을 약탈하면서 이자성의 부하장수 유종민에게 진원원을 주었다는 것이다. 이에 오삼계는 대노하여 귀순을 포기하고 산해관으로 철군하였다. 그리고 차라리 청나라에 투항하며 이자성을 토벌할 것을 다짐한다.


이자성 역시 즉시 12만 대군을 몰고 산해관으로 달려가 오삼계를 포위했다. 위기에 처한 오삼계는 청나라에 투항하기로 한다. 오삼계는 청나라 사령관 도로곤에게 투항할 뜻을 전달했다.

'산해관문을 열어 길을 안내할테니, 와서 이자성의 포위를 풀어주시오.'

도로곤은 정말 영리한 자였다. 오삼계의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오삼계는 여러번 요청하는 편지를 보낸다. 나중에 오삼계는 애원하기까지 하는데 도로곤은 요지부동이었다.


결국 오삼계는 머리를 만주족 변발로 깎고 직접 도로곤을 찾아가 알현하며 산해관문을 열어 청군을 맞아하겠다고 했다. 도로곤은 승락하며 도와줄테니 먼저 오삼계 스스로 이자성을 공격하게 했다. 결국 오삼계는 명나라 정예 철기병을 이끌고 이자성군과 대회전을 펼친다. 도로곤은 뒤에서 지켜보며 명나라의 정예군과 명나라 백성들로 이루어진 이자성의 대순군이 대결하는 모습을 즐겼다.

청나라 팔기군

오삼계와 이자성군이 서로 지쳐갈 무렵, 도로곤의 명령에 따라 청나라 팔기군이 돌진하니 이자성은 괴멸하게 된다. 명나라 최정예 철기군과 청나라 정예 팔기군이 연합작전을 펼치는 아이러니한 장면이 연출되었다. 이자성은 후퇴하며 북경으로 돌아와 오삼계 가족들을 도륙한다.


명의 정예군을 거느린 오삼계는 아이러니하게도 청나라의 길잡이가 되어주었고 청나라는 빠르게 북경을 접수한다. 오삼계는 여자 하나 때문에 명나라 장병들의 피땀으로 지켜진 철옹성 산해관을 열어주었다는 비난을 받게 된다. 이렇게 명나라는 막을 내리는 것이 일반적인 이야기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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