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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자댄서 May 18. 2024

서순라길 퀸즈가드 두번째 도전도 실패!!!

#5 뻔뻔해지기 3종 아이템을 사용했지만, 실패...


1.


야장에 딱 좋은 날씨가 바로 요금이야. 그래서, 내 위시 리스트 1순위가 서순라길 <퀸즈가드> 낮술인데. 지난번에 종로3가역까지 가서 그냥 돌아왔잔아. 뻔뻔하지 못하고 내 안의 소심이 '뻘쭘감자'에 완패한 채로 말이야. 그래서, 오늘 단단히 마음 먹고 2차 도전에 나섰어.

 

이번에는 철저한 준비를 했어. 뻔뻔함 증가 아이템인 선글과 이어폰을 끼고, "쫄지마, 쫄지마, 쫄찌마.." 주문을 외우며 종로3가역을 내려 퀸즈가드로 향했어.


그리고, 2시 오픈 시간에 최대한 맞추려고 2시 8분 도착 예정이었어. 아무래도 혼자 뭔가를 하기에는 오픈런하는 모양이 덜 뻘쭘하거든.


퀸즈가드 100미터 전, 마음이 두근두근 설했어. 이번에는 오가닉 에일이라는 핑크빛 맥주 메뉴까지 정하고 가고 있었거든. ㅎㅎ




2.


퀸즈가든 50미터 전, 야장 맥주로 유명한 비틀스타코 앞을 지나갔어. 우와... 여기는 만석일 뿐만 아니라, 이미 웨이팅이 있었어. 이렇다면, 퀸즈가드도 이미 웨이팅일까라는 두려움이 스멀스멀 올라왔어.


5미터, 4미터, 3미터, 2미터... 악~~~


퀸즈가드 앞에는 이미 웨이팅이 있었어. 2시 오픈이고 내가 2시 8분에 도착했는데 야장 자리는 만석이라니... 허거거거...


혼자 웨이팅하고 서 있기는 정말 쪽팔릴 것 같았어. 그래서, 눈물을 머금고 그냥 돌담길을 계속 걸어 그곳을 벗어났어. ㅠㅠㅠ


아무리 혼자 뻔뻔해지는 연습을 해도 혼자 못하는 것이 있나보다. 선글라스, 이어폰, 쫄지마 주문까지 3종 세트로 단단히 준비해도 안되는 것이 있다니... 결국 같은 취향을 갖춘 짝꿍이 필요하다는 말인데, 아우 허무하다 허무해.


3.


솔직히 말하면, 혼자 뻔뻔해지는 연습을 하는 이유가 있어. 바로 인간관계 때문이야.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인간간계로 서운함을 많이 느꼈어. 예를 들면, 벚꽃 시즌에 벚꽃 구경이 가능한 저녁 식당에 가고 싶고, 야장 시즌에 야장 가능한 술집 가고 싶은데, 모임 멤버들이 동의해 주지 않으면 못가기 때문이야. 이렇게 서운함을 느끼기 보다는 뻔뻔하게 혼자 하면 서운할 일은 없잖아.


그래서, 이 뻔뻔 프로젝트를 시작했는데, 생각해 보니 혼자 하기 어려운 아이템들의 특징이 있네. 핫플이라는 것...

- 서순라길 야장 술집
- 연남동 벚꽃 맛집 카페들
- 용리단길 노커어퍼
- 해방촌 서울 야경 와인집들
- 신촌 LP바 우드스탁 (이곳만 아재 핫플)

카운터석이 있어서 혼자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있는 곳은 그래도 덜 어렵게 갈 수 있어. 그래서, 서촌 카페와 칵테일바는 그런 곳을 찾아놨어. 그런데, 핫플 술집들은 그런 카운터석 자리가 거의 없어서 혼술은 정말 쉽지 않아. 주위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하면, 그들은 "뭐 어때, 혼자 가면 되지."라고 자신감을 뿜뿜 넣어주곤 해. 그래도 나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야.  




4.


결국 혼자 뻔뻔 프로젝트만으로는 내 위시 리스트를 모두 충족시킬 수는 없다는 것이 현실이야. 그렇다면, 취향이 다양한 여러 모임을 만들어서 나 혼자 못하는 것들을 하나씩 해야겠어.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을 찾고, 만나고, 지속적으로 연락하는 노력이 필요해. 흠... 이것도 내가 잘 못하는 것 중의 하나이긴 하지만.


그리고, 타인들에게 맞춰주는 방식도 좋지만, 내 위시 리스트를 명확하게 표현하는 연습도 중요해. 그래야, 그들도 내 제안을 생각이라도 해 볼 테니까. 말하지 않으면 모르는 법이거든. 불변의 진리야. 기분 나쁘지 않게만 말하면 돼.


내 주위에 제발 서순라길 야장 맥주 가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어 ㅎㅎㅎ.

그러면, 퀸즈가드 3차 도전해 볼 텐데... 할 수 있을꺼야. 꼬옥...




* 퀸즈가드 첫번째 실패기

https://brunch.co.kr/@lovewant/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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