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피스 빌런이다 #8] 사오정들과 내 흑화와의 관계
나는 솔로 27기 영수님을 아는가? 싸가지가 없지만 매력이 철철 넘쳐서 다른 여성 출연자들이 데이트하기를 희망하는 묘상한 캐릭터다.
멀리서 보면 '직설적으로 말을 툭툭 던지는 나쁜 남자' 스타일인데, 1대1로 얘기하면, 뛰어난 외모와 키와 함께 살랑살랑 웃는 미소가 매력적이다. 나는 영수님의 매력이 부럽지만 그 매력을 따라잡을 수는 없고, 그의 직설적인 싸가지 화법을 얘기해 보려 한다.
영수님은 예의어 이런 것 1도 없이 직설적으로 자기 마음을 표현한다.
- 순자 : 제가 순위 안에 있어요?
- 영수 : 1~2순위 안에 없는 것 같아.
- 영숙 : (1대1 데이트 나가는 차 안에서) 일단 오늘 재밋게 얘기해봐요.
- 영수 : 아.. 제가 지금 그거를 신경쓰고 있을 정신력이 좀 부족해요. 오늘 일찍 숙소로 돌아가서 1~2순위 중에 선택을 하기로 했거든요.
이런 식으로 말을 하다보니, 욕할 빌런을 찾고 있는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걸려서 엄청 무매너남으로 욕을 먹고 있다.
나는 솔로라는 세계관에서 영수님 캐릭터는 정말 특이하다. 왜냐하면, 나는 솔로 세계관에는 암묵적인 그라운드 룰이 있는데 영수님은 그 룰을 전혀 지킬 마음이 없기 때문이다. 나솔 세계의 그라룬드 룰은 일종의 완곡어법이자 예의어가 핵심이다. 누가 나에게 관심을 보이면, 내가 그 사람에게 관심이 없어도 예의 바르게 말하는 그런 룰 말이다.
보통 사람들은 그것을 한마디로 '예의'라고 부른다. 그러나, 영수님은 그 예의를 전혀 지키지 않는다. 그래서 싸가지라고 욕 먹고 있다.
그런데, 그런 그라운드 룰을 회사라는 세계관으로 끌어들여보자. 회사에서 암묵적인 그라운드 룰이 있다.
- 서로 간에 신경질을 내거나 무시하지 않는다.
-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한, 조언을 하지 않는다.
- 도움을 요청하면 가능한 도와주는 척이라도 한다.
- 회사에서 개인의 능력을 판단하는 심판관은 팀장과 임원 뿐이다. 동료는 그럴 권한이 없다.
그런데, 나는 요금 이런 회사 세계의 그라운드 룰을 깨고 있다. 영수님처럼 싸가지 인간으로 행동하고 있다.
왜냐고?
나는 회사에서 흑화하고 있다. 왜냐하면, 내가 회사 세계에서 참을 수 없는 두가지 유형들 때문이다.
첫째, 무능한데 자기가 무능하다는 것을 모르는 직원
둘째, 내가 설명 또는 조언을 해도 못 알아듣는 사오정 직원
그들이 사오정이라서 무능한 건지, 무능해서 사오정인지는 모르겠다. 이런 사오정 동료에 대해 나는 영수님처럼 싸가지없게 직설적으로 말하기 시작했다.
- 사오정 1 : 차장님, 이것이 이상한가요?
- 흑화된 나 : 척 보면 이상한 걸 모르냐?
- 사오정 1 : 이것을 어떻게 수정하면 좋을까요?
- 흑화된 나 : 그건 본인이 고민해야지. 나에게 물어보면 어떻게 하나...
엄청 싸가지 없게 말하지 않는가? ㅎㅎㅎ
- 사오정2 : 이거를 어떻게 처리해야하는지 설명해주세요.
- 흑하된 나 : 이거는 이런 거고요. 이런 원칙으로 이렇게 이렇게 하면 되요.
- 사오정2 : 그렇군요.
- 흑화된 나 : 그런데, 사오정님은 제가 얘기하는 것을 메모하던가 녹음하던가 하지 않나요?제가 설명해주면, 항상 엉뚱하게 하잖아요?제가 설명한 걸 모두 기억할 수는 없을 텐데요.
음하하하... 당신이 회사 동료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고 생각해봐라. 얼마나 부글부글 끓어오르겠는가? 그렇게 나는 흑회된 싸가지 동료처럼 행동하고 있다.
물론 나도 변명할 꺼리는 있다. 사오정들은 조언을 해줘도 무슨 의미인지 모르니까 그냥 내 조언을 무시한다. 그리고, 본인들은 문제가 있어도 1도 고민을 안한다.
그들이 그렇게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논리적 사고력 0점, 문제해결력 0점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들에게 뭘 말하면 말하는 내가 더 열 받는다.
나는 직장에서 즐겁게 일하고 싶다. 그것이 내 욕망이다. 그것을 위해서는 서로 존중하고 예의 바르게 말하는 행동이 필수다. 그래서, 신경찔, 짜증, 잔소리하는 인간은 회사라는 세계관에서 퇴출 1순위로 꼽힌다. 웃기게도 회사에서는 무능력한 사람보다 흑화된 사람이 더 문제아인 셈이다.
그런데, 무능한 사오정들이 이런 내 행복한 직딩 생활을 방해한다. 그리고, 그들은 자꾸 나를 흑화하게 만든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과감한 손절...
그들과 말을 섞지 않는다.
내 해결책은 그들과 말을 섞지 않는 것이다. 내가 팀장도 아니고, 그들의 성과를 책임질 필요는 없지 않은가? 그냥 그들 일은 그들과 팀장이 알아서 하게 놔두면 된다. 나는 내 할 일만 하면 된다.
내가 잘못된 것일까?
또는 회사가 잘못된 걸까?
아니면, 자기 역량 개발에 신경 쓰지 않는 사오정 그들이 잘못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