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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리그 이야기 :야구는 살아남고 농구는 사라졌다.

by Yong

야구는 살아남고 농구는 사라졌다, 무엇이 운명을 갈랐나

우리나라 대중 스포츠 시장은 냉정하다. 월드컵 시즌이면 온 국민이 붉은 옷을 입고 열광하지만, 그 열기는 K리그 경기장까지 이어지지 않는다. 수많은 종목이 명멸하는 이 치열한 시장에서, 대중의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성공적으로 살아남은 프로 스포츠는 사실상 '프로야구'가 유일하다. 무엇이 야구의 생명력을 지탱했고, 한때 그와 어깨를 나란히 했던 농구는 왜 대중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 갔을까.


야구는 '경기'가 아닌 '문화'를 팔았다

프로야구의 성공 비결은 경기력에 있지 않았다. 오히려 야구는 다른 스포츠들이 '경기' 그 자체에만 몰두할 때, 영리하게 '경기장 문화'를 팔았다. 치킨과 맥주로 대표되는 먹거리 문화, 치어리더와 함께하는 응원가 합창, 그리고 다양한 이벤트 좌석은 야구장을 단순한 경기 관람 공간이 아닌, '하루를 즐기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특히 여성 팬들을 사로잡은 것이 결정적이었다. 과거 남성 팬들이 감독에 빙의해 전술과 데이터를 분석하는 '감독형 팬덤'이 주를 이뤘다면, 여성 팬들은 선수 개개인의 서사와 경기장의 뜨거운 분위기에 열광하는 '공감형 팬덤'을 형성했다. 야구를 잘 모르더라도, 그 축제 같은 분위기 속에서 함께 즐기고 소통하는 것 자체에 가치를 둔 것이다. 프로야구는 이 변화를 놓치지 않았고, '이해'의 스포츠에서 '공감'의 스포츠로 성공적으로 전환했다. 기존의 분석적인 팬과 새로운 공감형 팬이 공존하는 지금이야말로 프로야구의 진정한 전성기다.


열정을 잃어버린 코트, 그리고 사라진 농구

반면, 한때 연세대와 고려대 출신 스타 선수들을 앞세워 아이돌보다 더 큰 인기를 누렸던 프로농구는 처참하게 몰락했다. 그 원인은 마케팅 실패가 아닌, '콘텐츠 자체의 매력 상실'에 있다. 경기는 지나치게 수비적으로 변해 단조로워졌고, 국내 선수들은 득점 대부분을 용병 선수에게 떠넘긴 채 소극적인 플레이로 일관했다. 팬들이 보고 싶었던 것은 선수들의 뜨거운 열정과 투지였지만, 코트 위에는 무기력함과 안일함만이 가득했다.


인구가 많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모든 프로 스포츠가 큰 팬덤을 유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프로농구의 몰락은 단순한 인기 하락이 아니었다. 뉴스에서조차 거의 다뤄지지 않고, 유튜브에서도 관련 콘텐츠를 찾아보기 힘든, 말 그대로 '존재감의 소멸'이었다. 선수들이 열정을 잃는 순간, 팬들은 그들을 지지할 이유를 잃었다.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남는 스포츠들

물론 다른 종목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생존하고 있다. 축구는 K리그의 상대적인 부진에도 불구하고, 월드컵이나 올림픽 같은 주기적인 A매치 덕분에 국민적인 관심을 유지한다. 국가대표라는 강력한 서사는, 잠들어 있던 팬심을 일깨우는 가장 확실한 기폭제다.


프로배구는 의외의 강자다. 특히 남자배구보다 여자배구가 더 큰 인기를 누리는 현상은 흥미롭다. 한 번의 강력한 스파이크로 끝나버리는 남자배구와 달리, 랠리가 길게 이어지는 여자배구가 '보는 재미' 측면에서 더 큰 매력을 주기 때문이다. 선수들의 서사와 감정이 살아있는 여자배구는, 탄탄한 틈새 팬덤을 구축하며 안정적으로 리그를 유지하고 있다.


결국 대중의 관심은 영원하지 않다. 그것은 시대의 흐름과 대중의 감성에 따라 끊임없이 움직인다. 야구는 그 흐름에 올라탔고, 농구는 그 흐름에서 밀려났다. 그리고 축구와 배구는 각자의 방식으로 그 흐름 속에서 버텨내고 있다. 스포츠의 생명력은 과거의 영광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대중의 마음을 어떻게 사로잡고 있느냐에 달려있다. 그것이 이 냉정한 시장의 유일한 법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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