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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플'이라는 방패 뒤에 숨은 사람들

by Yong

'악플'이라는 방패 뒤에 숨은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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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대중의 평가'를 '악플'이라는 단어 하나로 뭉뚱그려 매도하는 추세가 당연시되고 있다. 나는 이 현상이 단순히 일부 네티즌의 과격한 언행 때문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퍼진 PC주의(Political Correctness)의 그림자이자,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구조적인 모순이 낳은 결과라고 본다.


관심은 공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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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라마, 예능, 스포츠. 이 모든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사람들의 '관심'을 먹고 산다. 관심은 그들의 존재 이유이자 생존의 연료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들은 그 관심이 '긍정적'일 때와 '부정적'일 때 전혀 다른 태도를 보인다. 칭찬과 환호는 당연하게 누리면서, 실망과 비판은 '악플'이라는 이름으로 거부한다. "그만 좀 관심 가져주세요"라는 말은, 오직 자신이 논란의 중심에 섰을 때만 나오는 비겁한 방패일 뿐이다.


하지만 관심은 원래 양날의 검이다.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로 선택한 순간, 그 빛이 주는 따뜻함과 동시에 그림자처럼 따라오는 날카로운 평가까지 감당해야 한다. 사랑과 칭찬만 받겠다고 생각한다면, 그 직업을 가질 자격이 없다. 한때 재벌가의 며느리였던 톱스타 고현정이 후배에게 남겼다는 "우리 직업은 사랑과 질투, 시기, 비난을 모두 받는 자리"라는 말은, 이 세계의 본질을 꿰뚫는 냉정한 진실이다.


진짜 악플러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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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맥락 없는 인신공격이나 스토킹 수준의 악플은 명백한 범죄이며, 그것을 옹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지금 '악플'이라는 이름으로 매도되는 것들의 상당수는, 관심을 가졌던 이들의 정당한 '실망의 표현'이다. 대중은 생각보다 바보가 아니다. 그들은 스타의 잘못 그 자체보다, 그것을 감추려 하거나 책임을 회피하는 위선적인 '태도'에 더 크게 분노한다. 잘못은 시간이 지나면 잊히지만, 거짓말의 기억은 오래간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대중의 분노를 부추기고 '악플' 프레임을 가장 교묘하게 이용하는 것은 언론이다. 그들은 자극적인 제목으로 논란에 불을 지피고, 대중의 반응을 다시 기사화하며 장사를 한다. 그러다 일이 커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 "대중의 과도한 관심이 부른 비극"이라며 모든 책임을 대중에게 떠넘긴다. 진짜 악플러는 댓글 창이 아니라, 기사 헤드라인 뒤에 숨어있다.


댓글 창을 닫는다고 해결될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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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예·스포츠 뉴스 댓글란을 막아버린 것은 현명한 선택이었을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그것은 악플을 막은 것이 아니라, 대중의 관심을 차단하고 소통의 길을 스스로 끊어버린 어리석은 결정이었다. 악플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저 유튜브와 다른 커뮤니티로 자리를 옮겼을 뿐이다. 오히려 공식적인 소통 창구가 사라지자, 대중은 공중파를 외면했고 그들의 몰락은 더욱 가속화되었다. 악플보다 무서운 것은 '무관심'이라는 사실을 그들은 몰랐던 것이다.


이러한 미숙한 대처는 이제 막 공인이 된 유튜버들에게서도 비일비재하게 나타난다. 그들은 댓글 여론을 '데이터'가 아닌 '감정'으로 받아들이고, 즉흥적으로 반박하거나 팬들과 싸우다가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가곤 한다.


물론 그 모든 반응을 견디는 것은 정신적으로 굉장히 힘든 일이다. 당장 누군가와의 감정싸움 하나만으로도 몇날 며칠 잠 못 이루는 것이 평범한 사람들이다. 하물며 수만, 수십만의 비난을 감당해야 하는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의 고통은 상상하기 어렵다. 그래서 그 직업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어려운 길이다. 하지만 그 감당이 싫다면, 방구석에서 혼자 노래하고 연기하며 만족해야 한다.


노라조라는 듀엣은 이 문제에 대한 가장 현명한 해답을 보여주었다. 그들은 자신들을 향한 조롱과 비난에 감정적으로 맞서는 대신, 그것을 위트 있게 받아치며 유머로 승화시켰다. "개나 소나 가수한다"는 악플에 "맞습니다! 저희는 짐승입니다!"라고 답하는 그들의 여유는, 자신들의 실력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대중은 완벽함을 원하지 않는다. 다만 실수 앞에서 진솔하고, 비판 앞에서 성숙한 태도를 보여주기를 바랄 뿐이다. '악플'이라는 편리한 방패 뒤에 숨어 대중을 탓하기 전에, 스스로가 그 관심을 감당할 자격이 있는지 먼저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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