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과의 동침? 트럼프와 이재명의 의외의 궁합에 대하여

by 구미잉

요즘 뉴스를 보면 눈에 띄는 우려 중 하나가 바로 한미 관계에 대한 우려인데요. 한쪽에는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우는 보수 성향의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한쪽에는 진보적 가치를 기치로 내건 이재명 대통령이 서 있죠. 많은 분들이 이념적으로 너무 다른 두 정상이 사사건건 부딪히며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을 주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고 있죠.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정치라는 겉옷을 벗겨내고 ‘경제’라는 속살을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그림이 보이는 것은 아닐까요? 어쩌면 우리는 너무 복잡한 고차방정식을 ‘친미’와 ‘반미’라는 낡은 공식으로 풀려고 애쓰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7월 내내 확인했던 것처럼, 트럼프 행정부가 다른 나라에 원하는 것은 단순히 ‘미국에 양보하라’는 윽박지르기가 아닙니다. 그들의 요구사항을 정리해 보면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되는데요. 첫째, 미국산 제품을 사줄 ‘소비 시장’을 열어달라는 것. 둘째, 미국 제조업 부흥을 위한 ‘대미 투자’를 해달라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포인트인데, 자국 경제를 강하게 부양해서 결과적으로 ‘상대적인 달러 약세’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죠.


이 지점에서 이재명 정부의 정책 방향을 떠올려 보면 아주 흥미로운 접점이 생겨납니다. 이재명 정부는 ‘큰 정부’를 지향하며 적극적인 재정지출을 통해 내수 경기를 살리려는 의지가 강하죠. 최근 시행된 ‘민생지원금’이 그 대표적인 예가 되겠죠.


국내에서는 이 정책을 두고 재정 건전성 논쟁이 뜨거운데요. 미래 세대의 빚이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죠. 하지만 미국의 시각으로 한번 볼까요? 트럼프 행정부에게 한국의 재정 건전성은 그들의 관심사가 아닙니다. 그들에게 민생지원금은 ‘한국 정부가 국민들의 지갑을 채워 우리 물건을 살 준비를 해주고 있구나’라는 아주 명확하고 아름다운 신호(signal)로 읽힐 겁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목표는 ‘한국의 지속가능한 성장’이 아니라 ‘지금 당장 미국의 무역수지 개선’입니다. 한국의 미래 세대가 짊어질 부채의 무게는 그들의 손익계산서에 포함되지 않는 항목인 셈이죠. 마치 대형 유통업체(미국)가 납품업체(한국)에게 “일단 우리 매장에 손님이 북적이게 홍보비도 팍팍 쓰고 물건도 팍팍 만드세요. 납품업체 재정이 나빠지는 건 나중 문제고, 일단 우리 매장부터 살려봅시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거죠.


미국이 원하는 ‘재정 확대를 통한 성장’을 한국 정부가 국내적 필요에 의해 ‘알아서’ 해주니, 협상 테이블에서 가장 큰 갈등 요인 하나가 저절로 사라지는 셈입니다. 오히려 미국의 요구가 한국 정부에게는 내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확장 재정을 밀어붙일 수 있는 좋은 명분이 되어줄 수도 있겠다고 보이네요.


물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일본이 그랬듯, 수천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요구는 이념과 무관하게 우리에게 매우 어려운 숙제가 될 텐데요. 하지만 적어도 ‘돈을 쓰라, 마라’를 두고 벌일 가장 큰 싸움 하나는 피해 갈 수 있겠네요. 트럼프와 이재명 둘의 방향성이 같이 보이니까요.


결국 두 정상의 만남은 ‘이념의 충돌’이 될까요, 아니면 ‘철저한 손익 계산에 기반한 비즈니스 미팅’이 될까요? 분명한 것은, 표면적인 정치 성향만으로 미래를 예단하기에는 지금의 경제가 너무나 복잡하게 얽혀있다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가장 큰 리스크는 이념의 차이가 아니라, 서로의 진짜 속내를 읽지 못하는 ‘오해’ 일지도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