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6월 - 영수증을 가만히 보다가

영수증 드로잉의 시작

by 한자연

“영수증 버려드릴까요?”


“아니요. 주세요. “


친구와 만나기로 한 카페에서 무심결에 영수증을 받았다. 직전에 화방에서 드로잉북과 여러 재료를 사러 들렀지만 잔고에는 칠천 원 남짓한 돈이 남았기에 카페로 발걸음을 돌렸다. 다음날이 아르바이트비가 들어오기에 그래도 그리 아슬아슬한 잔고 계산은 없었지만 어쩐지 마음이 답답했다. 언제쯤 매달 천 원 단위의 지출을 신경 쓰지 않을런지. 그리고 약속장소인 카페에서 나는 영수증을 건네받았다.



2016년 6월 11일. 유기견 봉사가 끝나고 친구를 기다리며 끄적여본 낙서가 지금 나의 작업의 한 줄기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영수증에는 나의 자취가 텍스트로 존재한다. 분단위까지 정확하게 나의 좌표를 찍어둔 이 종이는 꽤나 객관적인 일기장으로 보였다. 그리고 그날의 생각이나 떠오르는 이미지들, 혹은 그 자리에서 보였던 것들을 하나씩 그려나가게 됐다. 종이값도 아끼게 됐겠다, 조금 더 이어나가 볼 흥미가 생긴 것이다.



나는 대학 생활 초반에 가좌동 근처 DMC라는 곳에 2년을 살았다. 등하굣길 환승역은 홍대입구역이었고 그곳의 문화는 자연스레 나의 삶에 흘러들어오게 된다. 특별함을 앞다투어 내세우는 많은 가게들이 즐비한 곳. 겉치레에 그다지 흥미가 없던 내게 꽤나 흥미로운 공간이었다. 하굣길에는 늘 홍대입구역에 내려서 그날 가볼 카페를 골랐다. 그리고 시간이 된다면 구제옷이나 액세서리 가게를 여기저기 다녀보며 저렴한 옷가지들을 찾아보곤 했다. 하루는 너무 마음에 드는 옷이 있었는데 그때 당시 13만 원 정도 하는 울 재킷이었다. 학생시절의 나는 그런 큰돈을 써본 적이 없었기에 그날 밤새 고민하다 결국 다음날, 가게가 열기도 전에 문 앞에서 그 울재킷이 팔렸을까 불안해하기도 했다. 결국 나는 그 옷을 얻게 됐고 한동안은 거의 교복처럼 입고 다녔다. 물론 그 달은 거의 천 원짜리 학교식당 식사와 저녁대신 배가 부른 척을 잘하는 맥플러리를 먹게 됐지만.


길을 걷다가 유난히 큰 까마귀를 본 날이었던가. 오래전에 그린 그림들은 가끔 나조차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영수증의 바랜 글자와 우리의 기억은 꼭 닮은 모양이더라. 그로부터 9년이 지난 지금, 나는 여전히 날아갈 글자들을 꾹꾹 눌러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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