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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입는 것이 당신이 된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라는 브랜드를 만드는 법

by 하레온

당신은 무엇으로 만들어져 있나요?


우리는 매일 옷을 입고 말을 하지만, 정작 그것들이 나를 얼마나 정확히 설명하고 있는지 깊이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무심코 고른 옷과 건네는 말투는, 당신도 모르는 사이 당신이라는 사람을 세상에 가장 정직하게 드러내는 ‘언어’가 됩니다.


오늘 아침, 옷장 앞에서 얼마나 오래 서 있었나요? 중요한 발표를 앞두고 어떤 색의 재킷을 골랐나요? 친구와의 대화가 끝난 뒤, ‘아, 괜한 말을 했나’ 하고 밤새 뒤척인 적은 없으신가요? 어쩌면 이런 사소한 망설임과 곱씹음이 우리의 일상을 채우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매 순간 무언가를 선택하지만, 그 선택들이 나에 대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는 놓치기 쉽습니다.


하지만 한번 생각해보세요. 당신이 고른 블라우스의 부드러운 감촉, 즐겨 쓰는 향수의 은은한 잔향, 대화 중에 자주 사용하는 긍정적인 단어들. 이 모든 것들이 사실은 세상에 당신을 드러내는 가장 강력한 서명이라는 것을요. 우리는 목소리로만 말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입는 옷, 즐겨 찾는 공간, 무심코 뱉는 말투 하나하나가 ‘나’라는 존재를 섬세하게 조각하고 있죠. 이 책은 바로 그 보이지 않는 언어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당신의 모든 선택이 어떻게 당신 자신을 만들어가는지, 그 비밀스럽고도 흥미로운 과정을 함께 탐험하려 합니다.




1장: 보이지 않는 언어들 - 옷, 취향, 말투

Whisk_d99a69b3e6b1ab3900e44f5eff480620dr.jpeg 투명한 사람의 실루엣 안에 다채로운 실이 엮여 있어, 보이지 않는 정체성과 내면을 상징하는 이미지.


우리가 특정 스타일을 고수하고, 어떤 말투를 반복해서 사용하는 것은 단순한 습관 그 이상입니다. 거기에는 우리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깊은 심리학적 원리가 숨어있습니다. ‘단순 노출 효과(Mere-exposure effect)’는 단지 어떤 것을 자주 보는 것만으로도 호감도가 상승한다는 이론이죠. 이는 우리 자신에게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내가 선택한 스타일과 말투에 스스로가 반복적으로 노출될 때, 우리는 그 모습 그대로를 ‘나’로 받아들이고 안정감을 느끼게 됩니다.


여기에 ‘자기지각 이론(Self-perception theory)’을 더하면 이야기는 더 흥미로워집니다. 이 이론은 우리가 마치 타인을 관찰하듯 자신의 행동을 보며 스스로를 판단한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평소보다 격식 있는 옷을 입은 날이면 나도 모르게 행동이 조심스러워지고, 스스로를 ‘오늘은 꽤 프로페셔널한데?’라고 여기게 되는 경험처럼 말이죠. 즉, ‘내가 이런 옷을 입었으니, 나는 이런 사람이구나’ 하고 스스로의 정체성을 해석하고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옷과 말투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나 자신을 규정하는 거울인 셈입니다.


더 나아가, 옷차림과 언어는 사회 속에서 나를 표현하는 ‘상징적 상호작용(Symbolic interactionism)’의 핵심 매개체입니다. 의사 가운이 단순한 흰 옷이 아니라 ‘신뢰’와 ‘전문성’의 상징이듯, 우리가 선택하는 모든 것은 타인에게 특정한 의미로 해석됩니다. 우리는 상대방의 옷차림을 보고 그의 직업이나 성향을 짐작하고, 말투를 통해 그의 자신감이나 현재 감정 상태를 읽어냅니다. 이처럼 우리는 매일 서로에게 수많은 상징적 신호를 보내고 해석하며 관계를 맺고, 사회 속 나의 위치를 확인받습니다.


이러한 이론이 멀게만 느껴지시나요? 제 직장 동료였던 한 분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합니다. 그녀는 몇 년 동안 거의 모든 옷을 검은색과 회색으로만 입었습니다. 스스로를 드러내기보다 조직에 조용히 융화되길 바랐고, 그녀의 옷차림은 마치 보호색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그녀가 화사한 파스텔 톤의 스카프를 하고 나타났습니다. 작은 변화였지만, 사무실의 분위기는 미묘하게 달라졌습니다. 사람들은 그녀에게 말을 걸며 스카프를 칭찬했고, 그녀는 수줍게 웃으며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그날 이후 그녀의 옷차림은 점차 다채로워졌고, 회의에서도 더 자신감 있게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주변 동료들은 “요즘 한결 편안하고 밝아 보여요”라고 말했고, 그녀 스스로도 “색깔 있는 옷을 입으니 기분도, 생각도 긍정적으로 바뀌는 것 같아요”라고 고백했습니다. 그녀에게 옷 색깔의 변화는 단순한 스타일의 변화가 아니라,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을 바꾼 용기 있는 첫걸음이었습니다.


물론 스티브 잡스의 검은 터틀넥과 오프라 윈프리의 공감 가득한 말투처럼, 거대한 상징을 만들어낸 인물들의 사례도 영감을 줍니다. 잡스의 옷차림은 ‘혁신’과 ‘본질’이라는 애플의 철학 그 자체였고, 윈프리의 말투는 ‘소통’과 ‘신뢰’의 아이콘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 힘이 비단 유명인에게만 주어진 특별한 능력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우리 모두는 일상 속 작은 선택을 통해 나만의 상징을 만들고, 세상에 나를 이야기할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2장: 나라는 브랜드를 만드는 법

Whisk_511711826eef103b3074c0f45e946063dr.jpeg 한 쌍의 손이 책상 위에서 꽃과 펜, 실을 신중하게 배열하며 퍼스널 브랜딩을 상징하는 이미지.


그렇다면 이제 나만의 스타일과 말투를 어떻게 찾고, 나라는 브랜드를 구체적으로 만들어갈 수 있을까요? 가장 먼저 할 일은 내 안의 목소리에 집중하며 흩어져 있는 취향의 조각들을 모으는 것입니다. 거창한 계획 대신, 즐거운 탐색의 시간을 가져보세요.


[나만의 취향 노트 만들기]


영감 스크랩: 잡지, 핀터레스트, 인스타그램 등에서 마음이 끌리는 이미지(옷, 인테리어, 색감, 분위기 등)를 모아보세요. 이유는 깊이 분석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그저 ‘아, 이거 좋다’는 직감적인 끌림이면 충분합니다. 한 곳에 모아두고 자주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내 취향의 윤곽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핵심 단어 찾기: 스크랩한 이미지들을 보며 공통적으로 떠오르는 형용사나 명사를 5개만 적어보세요. ‘따뜻한’, ‘단정한’, ‘자유로운’, ‘우아한’, ‘위트 있는’ 등 어떤 것이든 좋습니다. 이 단어들이 바로 당신이 추구하는 이미지와 분위기의 핵심이자, 당신이라는 브랜드를 설명하는 키워드가 됩니다.


말투 일기: 하루 동안 내가 가장 많이 쓴 단어나 문장, 자주 사용하는 감탄사를 의식적으로 기록해보세요. 그리고 그 말투가 사람들에게 어떤 느낌을 주었을지, 내가 의도한 바와 같았는지 객관적으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 겁니다. ‘괜찮아요’라는 말을 방어적으로 쓰고 있진 않은지, 혹은 ‘대박’이라는 단어로 모든 감정을 퉁치고 있진 않은지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큰 변화가 시작됩니다.



이렇게 내 취향의 조각들이 모이면, 그것을 나만의 ‘시그니처’로 만들 차례입니다. 매일 입는 옷에 나만의 작은 규칙을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요? 예를 들어 ‘월요일에는 가장 기분 좋은 색의 옷을 입어 한 주를 응원한다’거나, ‘중요한 자리에서는 나에게 자신감을 주는 반지를 낀다’는 식으로요. 이런 작은 약속들이 모여 당신만의 스타일을 만듭니다. 말투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화를 시작할 때 의식적으로 상대방의 이름을 부르며 인사하거나, 감사를 표현할 때 ‘고마워요’ 대신 ‘덕분에 큰 힘이 되었어요’처럼 구체적인 문장을 사용하는 연습을 해보세요. 처음에는 어색할지 몰라도,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당신의 자연스러운 모습이 되어 있을 겁니다.


자존감은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나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고른 셔츠의 단추를 채우는 순간, 내가 신중하게 고른 단어로 내 의견을 말하는 순간... 그런 사소하고 의식적인 선택들이 차곡차곡 쌓여 ‘나는 내 삶의 방향키를 쥔 사람이야’라는 단단한 믿음을 만들어줍니다. 나의 취향을 존중하고, 나의 언어를 가다듬는 일은 결국 나 자신을 사랑하는 가장 구체적인 실천입니다.



[오늘 당장 실천하는 5분 액션]


오늘 하루, 내가 가장 많이 쓴 단어 3개를 메모지에 적어보세요. 그 단어들이 지금 당신의 마음 상태와 당신이 세상에 보내고 있는 사회적 신호를 보여줍니다.


옷장 문을 열고, 아무 이유 없이 그냥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지는 옷 하나를 꺼내보세요. 왜 좋은가요? 색깔? 촉감? 그 옷과 얽힌 기억? 5분만 그 옷이 주는 긍정적인 감각에 집중해보세요.




마치며: 당신의 모든 것이 당신을 말해준다


우리는 살면서 수없이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과 마주합니다. 그리고 그 답을 찾기 위해 멀리 여행을 떠나거나 아주 특별한 경험을 해야만 한다고 생각하곤 하죠. 하지만 사실 그 답은 아주 가까운 곳, 바로 당신의 일상 속에 이미 존재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아침에 고른 커피의 종류, 즐겨 듣는 음악의 플레이리스트, 친구에게 건네는 위로의 방식 안에 진짜 당신의 모습이 선명하게 담겨 있습니다.


나를 아는 것에서부터 단단한 삶은 시작됩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것에 편안함을 느끼며,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아는 사람은 외부의 시선이나 평가에 쉽게 흔들리지 않습니다. 내가 직접 선택한 옷과 내가 정성껏 고른 단어들이 나를 지지해주는 가장 든든한 갑옷이자, 나를 표현하는 가장 아름다운 날개가 되어주기 때문입니다. 더 이상 옷장 앞에서 나를 의심하지 마세요. 더 이상 뱉은 말을 후회하며 밤을 지새우지 마세요. 당신의 모든 선택은 그 자체로 옳고, 또 소중한 당신의 역사입니다.


당신이 걸치는 옷이 곧 당신의 첫 문장이며,


당신이 건네는 말이 곧 당신의 마지막 문장입니다.


그 모든 것이 모여,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라는 책을 완성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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