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가려다 길을 잃는 사람들에게
혹시 당신도 그런가요? 잠들기 전, 무심코 열어본 소셜미디어 피드에는 온통 반짝이는 성공 스토리뿐입니다. 나보다 앞서가는 것 같은 동기,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여유를 즐기는 친구, 새로운 도전을 성공시킨 사람들… 그들의 소식을 넘기다 보면 어느새 가슴 한구석이 쿵, 하고 내려앉습니다. ‘나만 뒤처지는 것 같아.’라는 불안감, ‘뭔가 더 빨리, 더 대단한 걸 해내야 하는데.’라는 압박감. 이런 생각들로 밤잠을 설치고 있다면, 이 은 바로 당신을 위한 이야기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저 역시 그런 밤들을 수없이 보냈습니다. 열정이라는 이름으로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새벽까지 무언가에 몰두했지만, 다음 날 남는 것은 뿌듯함이 아닌 짙은 피로감과 ‘이게 맞나?’ 하는 공허함이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이 조급함을 ‘성장에 대한 열망’이라고 착각하곤 합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그 ‘열정’의 다른 이름이 혹시 ‘조급함’은 아니었을까요?
이 글은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합니다. 조급함은 우리를 달리게 하는 연료가 아니라, 우리의 시야를 가리고 발을 헛디디게 만드는 짙은 안개일지 모릅니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만들고, 결국엔 번아웃이라는 낭떠러지로 우리를 이끄는 위험한 함정일 수 있다는 거죠. 이제 그 안개를 걷어내고, 우리를 진짜 성장으로 이끄는 힘은 어디에서 오는지 함께 찾아보려 합니다. 속도가 아닌 방향에 대한 이야기,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큰일 났어, 당장 어떻게든 해야 해!"
마치 사이렌이 울리는 것처럼 마음속에서 이런 외침이 들려올 때, 우리 뇌 속에서는 실제로 비상사태가 벌어집니다. 자, 상상해보세요. 우리 뇌에는 위험을 감지하는 ‘비상벨’(편도체)과, 차분하게 상황을 분석하고 최적의 해결책을 찾는 ‘관제탑’(전두엽)이 있습니다. 평소에는 이 둘이 협력하며 우리의 일상을 순조롭게 이끌어가죠.
그런데 ‘뒤처지고 있어!’, ‘빨리 결과를 내야 해!’ 같은 조급함이 덮쳐오는 순간, 이 비상벨이 미친 듯이 울리기 시작합니다. 문제는 이 비상벨 소리가 너무 크면, 관제탑의 기능이 거의 마비 상태에 빠진다는 겁니다. 이성적인 목소리는 묻혀버리고, 오직 ‘위험! 위험! 당장 여기서 벗어나야 해!’라는 원시적인 생존 본능만이 우리를 지배하게 되죠.
이건 당신의 의지가 약해서가 아닙니다. 수백만 년에 걸쳐 진화해 온 우리 뇌의 자연스러운 반응일 뿐이에요. 원시 시대에 맹수를 만났을 때, ‘저 맹수의 이빨은 몇 개일까?’ 분석하고 있을 여유가 없었던 것처럼 말이죠. 일단 뛰고 봐야 했으니까요.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우리의 ‘맹수’는 실체가 없는 ‘뒤처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입니다. 이 보이지 않는 맹수 때문에 우리의 뇌는 계속 비상벨을 울리고, 그 결과 우리는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 버리는 셈입니다. 마치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너무 긴장한 나머지 아는 문제까지 다 틀려버리는 것처럼요.
주변에서 누군가 주식 투자나 새로운 사업으로 ‘대박’을 터뜨렸다는 소식을 들을 때를 떠올려봅시다. 바로 그 순간, 우리 마음속의 비상벨이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합니다. ‘나만 이 기회를 놓치는구나!’ 이 외침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면, 냉철한 판단을 내리던 ‘관제탑’은 순식간에 기능을 상실하고 맙니다.
그렇게 이성의 목소리가 잠잠해진 사이, 우리는 ‘일단 올라타야 한다’는 생각에 휩쓸려 ‘묻지마 투자’를 하거나, 충분한 고민 없이 유행하는 사업에 뛰어들기도 합니다. 그 결과는 대부분 비슷합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거품이 꺼지거나 예상치 못한 문제에 부딪히고 나서야 뒤늦게 후회하게 되죠. 조급함이 내린 결정은 이처럼 우리를 어리석은 길로 이끌기 쉽습니다.
이것은 비단 투자나 사업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닙니다. 조급함에 쫓겨 충분한 고민 없이 회사를 옮겼다가 후회하는 경우, 촉박한 마음에 사람을 잘못 보고 상처받는 관계까지. 이 모든 비극의 시작점에는 바로 그 ‘뇌의 비상벨’이 있습니다. 조급함은 우리를 더 빠른 길로 안내하는 지름길이 아니라, 가장 중요한 것들을 놓치게 만드는 함정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먼저 인정해야 합니다. 그래야 그 함정에서 빠져나올 첫걸음을 뗄 수 있으니까요.
자동차가 한 대 있다고 상상해봅시다. 이 차의 운전석에는 오직 속도계만 달려있습니다. 시속 100km, 150km… 숫자는 계속 올라가고, 무서운 속도감에 짜릿함을 느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어디로 가고 있는지는 전혀 알 수 없습니다. 그저 남들보다 빨리 달리는 것에만 집중하다 보면, 결국 엉뚱한 곳에 도착하거나 기름이 떨어져 길 한복판에 멈춰 서게 될 겁니다.
안타깝게도 많은 이들이 이렇게 운전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끊임없이 우리 손에 ‘속도계’를 쥐여주니까요. 더 빨리 승진하고, 더 빨리 돈을 모으고, 더 빨리 성공하는 것. 그것만이 유일한 정답인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잠시 차를 멈추고 생각해봅시다.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속도계였을까요, 아니면 내가 가고 싶은 곳을 알려주는 ‘나침반’이었을까요?
나침반을 든다는 것은, ‘얼마나 빨리’가 아니라 ‘어디로’ 갈 것인지를 먼저 정하는 태도입니다. 남들의 속도에 불안해하는 대신, 나만의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죠. “솔직히 저도 처음엔 막막했어요. 제 나침반이 어디를 가리키는지 전혀 보이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괜찮습니다. 처음부터 완벽한 나침반을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함께 찾아 나가면 됩니다.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조용한 카페에 앉아있다고 생각하며 아래 질문들에 솔직하게 답을 적어보는 건 어떨까요? 정답은 없으니, 마음이 가는 대로 편안하게요.
나만의 나침반을 찾는 세 가지 질문
돈이나 시간, 다른 사람의 시선에 전혀 제약이 없다면, 당신은 어떤 하루를 보내고 싶으신가요? 아침에 일어나서 잠들기 전까지, 당신이 하고 싶은 일들로만 하루를 채워보세요. 거창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오전에 햇살 받으며 책 읽기’, ‘오후에는 강아지와 산책하기’, ‘저녁에는 좋아하는 사람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하기’처럼 사소한 것들이 당신의 가슴을 뛰게 하는 진짜 가치일 수 있습니다.
당신이 10년 뒤, 누군가에게 “참 멋진 인생을 살았네요.”라는 말을 듣는다면, 그 ‘멋진 인생’은 어떤 모습일까요? 어떤 성취를 이룬 모습일 수도 있고,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는 모습일 수도 있습니다. ‘늘 주변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사람’,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서 꾸준히 실력을 쌓아온 전문가’, ‘가족과 행복한 시간을 가장 소중히 여기는 사람’ 등 당신이 꿈꾸는 모습을 구체적으로 그려보세요.
당신은 어떤 일을 할 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하게 되나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찾아서 하게 되는 일, 하는 과정 자체가 즐거워서 결과에 연연하지 않게 되는 일을 떠올려보세요. 그 안에 당신의 재능과 열정의 방향이 숨어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이 바로 당신의 나침반이 가리키는 방향의 단서가 됩니다. 당신의 나침반이 가리키는 방향이 꼭 ‘성공’이나 ‘부’가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평온함’, ‘관계’, ‘성장’, ‘안정’ 등 그 어떤 것이든 좋습니다. 중요한 것은 남의 지도가 아닌, 나의 나침반을 신뢰하고 그 방향으로 첫걸음을 내딛는 용기입니다.
나침반으로 방향을 찾았다고 해서 조급함이 마법처럼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가야 할 길이 너무 멀어 보여서 더 큰 조급함과 무력감에 빠질 수도 있죠. ‘10년 뒤에 전문가가 되려면 지금 뭘 해야 하지?’, ‘저 멋진 모습을 갖추려면 아득하기만 한데…’ 이런 막막함이 밀려올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오늘 한 걸음의 힘’입니다.
심리학에는 ‘행동 활성화(Behavioral Activation)’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말이 좀 어렵죠? 아주 쉽게 말하면, ‘기분이 좋아지기를 기다렸다가 행동하지 말고, 일단 뭐라도 작게 행동하면 기분과 의욕이 따라온다’는 원리입니다. 조급함과 무력감이라는 거대한 감정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릴 때, 그 늪에서 빠져나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생각 그만하고 일단 움직이는 것’이라는 뜻입니다.
거대한 얼음 호수를 깨는 유일한 방법은, 가장자리부터 작게 흠집을 내는 것이죠. 우리의 목표도 마찬가지입니다. ‘10kg 감량’이라는 거대한 목표 앞에서 막막해하기보다, ‘오늘 저녁 산책 10분 하기’라는 아주 작은 행동에 집중하는 겁니다. ‘베스트셀러 작가 되기’가 아니라 ‘오늘 딱 한 문단 쓰기’에 집중하는 거죠.
이것이 바로 조급함을 성장의 에너지로 바꾸는 핵심 비결입니다. 나를 짓누르는 거대한 목표를 잘게 쪼개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한 걸음’으로 만드는 것. 그 한 걸음은 너무나 사소해서 실패할 확률조차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그 작은 성공의 경험이 ‘나도 할 수 있네?’라는 긍정적인 감정을 낳고, 그 감정이 다음 한 걸음을 내딛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줍니다.
자, 그럼 오늘부터 당신의 ‘한 걸음’은 무엇이 될 수 있을까요? 거창할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10분’만 해보는 겁니다.
외국어 공부가 목표라면, 책상에 앉아 10분만 단어 앱을 켜보세요.
운동이 목표라면, 현관문 열고 10분만 동네를 걸어보세요.
책 읽기가 목표라면, 침대에 눕기 전 10분만 책을 펼쳐보세요.
여기서 핵심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있습니다. 10분 동안 단어를 몇 개 외웠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10분 동안 책상에 앉아 약속을 지킨 ‘나’를 칭찬해주세요. 10분을 걸으며 얼마나 칼로리를 태웠는지는 신경 쓰지 마세요. 현관문을 나선 당신의 그 용기 자체를 축하해주세요. 이 작은 성공의 경험들이 차곡차곡 쌓일 때, 우리는 더 이상 결과에 대한 조급함에 휘둘리지 않게 됩니다. 과정의 즐거움을 알게 되고, 꾸준함이라는 가장 강력한 무기를 손에 쥐게 되는 것이죠.
괜찮아요. 넘어져도 괜찮고, 잠시 쉬어가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제의 나보다 딱 한 걸음이라도 나아갔다는 사실 그 자체입니다. 속도계는 잠시 내려놓고, 당신의 나침반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오늘의 작은 한 걸음을 내디뎌 보세요. 그렇게 내디딘 ‘오늘 한 걸음’이 결국 당신을 상상도 못 한 곳으로 데려다줄 테니까요. 당신의 그 소중한 한 걸음을, 온 마음을 다해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