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의 고리를 끊는 가장 근본적인 변화의 시작
오늘 아침에도 다짐했죠. ‘오늘은 꼭 아침 운동을 하자.’ 그런데 지금은 소파에 앉아 이 글을 읽고 있지 않나요? 어제 저녁에는 ‘이제부터 저녁은 샐러드만 먹어야지’라고 굳게 마음먹었지만, 눈앞의 치킨 유혹에 또다시 무너졌을지도 모릅니다. 새해 첫날 야심 차게 세웠던 계획들은 벌써 기억조차 가물가물합니다.
괜찮습니다. 당신의 의지력이 약해서가 아닙니다. 우리 모두가 겪는 일이니까요. 우리는 늘 무언가를 결심하고, 또 늘 실패합니다. 그리고 자책하죠. “나는 왜 이렇게 의지력이 부족할까?” 하지만 진짜 문제는 의지력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완전히 잘못된 곳에 힘을 쏟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글은 ‘어떻게’ 습관을 만들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보다 더 근본적인 질문, ‘왜’ 우리의 습관은 계속 실패하는가에 대한 해답을 찾고,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려 합니다. 단순한 행동 반복의 굴레에서 벗어나, 당신의 존재 자체를 바꾸는 ‘정체성 설계’의 세계로 안내하겠습니다. 이제 지겨운 실패의 고리를 끊어낼 시간입니다.
우리는 습관을 ‘해야 할 일(To-Do)’ 목록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침 6시 기상, 하루 30분 책 읽기, 매일 헬스장 가기… 마치 성공적인 삶을 위해 완수해야 할 과제처럼 말이죠. 그래서 우리는 ‘행동’을 바꾸기 위해 온 힘을 쏟습니다. 더 강력한 동기 부여 영상을 찾아보고, 더 체계적인 계획표를 짜고, 실패할 때마다 더 혹독하게 스스로를 채찍질합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은 대부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입니다. 왜일까요? 우리는 행동이라는 ‘결과’에만 집착한 나머지, 그 행동을 만들어내는 ‘원인’을 놓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고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우리는 우리가 반복하는 행동의 총합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이 말을 이렇게 해석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결국, 우리가 반복하는 행동의 합이다. 그런데 그 행동을 지탱하는 건 ‘나는 어떤 사람인가’라는 정체성이다.” 행동은 열매일 뿐, 그 뿌리에는 ‘나’라는 사람의 정체성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뿌리가 튼튼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열매도 맺힐 수 없습니다.
거대한 나무를 상상해보세요. 무성한 잎사귀와 탐스러운 열매가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우리는 그 잎사귀와 열매를 ‘좋은 습관’이라고 부릅니다. 건강한 식단, 꾸준한 운동, 규칙적인 학습 같은 것들이죠. 우리는 저마다 그런 멋진 열매를 맺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잎사귀를 가꾸고 열매를 맺는 데만 집중합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땅속 깊이 뻗어 있는 ‘뿌리’입니다. 나무는 뿌리에서 양분을 끌어올리듯, 우리의 행동은 ‘정체성’이라는 뿌리에서 동기를 끌어옵니다.
‘나는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다’라는 튼튼한 뿌리가 있다면, 운동과 건강한 식단이라는 열매는 자연스럽게 맺힙니다. 반면, 뿌리는 ‘나는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푸는 사람이야’라고 말하고 있는데, 잎사귀에만 ‘다이어트’라는 물을 줘봤자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결국 뿌리가 원하는 대로 행동하게 될 뿐입니다.
당신의 습관이 자꾸만 무너지는 이유는 의지력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당신이 원하는 행동(습관)과 당신의 진짜 정체성이 충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변화는 행동을 바꾸는 것에서 시작되지 않습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에 대한 깊은 고민, 즉 ‘정체성’을 바로 세우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모든 변화의 첫걸음은 ‘결정’하는 것입니다. 무엇을 할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사람’이 될지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막연하게 ‘살을 빼야지’라고 생각하는 대신, ‘나는 내 몸을 아끼고 건강한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다’라고 스스로를 정의해보는 겁니다.
이는 단순히 문장 하나를 바꾸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살 빼기’는 고통스러운 ‘과제’지만, ‘건강한 사람이 되는 것’은 즐거운 ‘여정’이 될 수 있습니다. 한 친구는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을 끔찍하게 힘들어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목표를 ‘일찍 일어나기’에서 ‘하루를 주도적으로 시작하는 아침형 인간 되기’로 바꾸었습니다. 놀랍게도, ‘아침형 인간’이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부여하자 알람 없이도 눈이 떠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더 이상 억지로 일어나는 게 아니라, 아침형 인간으로서 당연한 하루를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스스로에게 질문해보세요.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그 사람이라면 어떤 하루를 보낼까?
새로운 정체성을 정의했다면, 이제 그 사실을 스스로 ‘믿게’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의 뇌는 익숙한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새로운 정체성에 저항할 수 있습니다. ‘내가 과연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고개를 들죠.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작은 성공’의 경험입니다.
‘나는 꾸준히 글을 쓰는 작가다’라는 정체성을 세웠다고 해봅시다. 처음부터 매일 3시간씩 글을 쓸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하루에 딱 5분만, 단 한 문장이라도 쓰는 겁니다. 그리고 그 사실을 기록하세요. ‘오늘 나는 작가로서 글을 썼다.’ 이 작은 성공이 쌓이면, ‘나는 정말 작가구나’라는 믿음이 굳건해집니다. 작은 행동 하나하나는 새로운 정체성에 대한 ‘증거’가 됩니다. 그 증거가 모여 의심을 밀어내고 확고한 믿음을 만들어냅니다.
믿음이 생겼다면, 이제 ‘그 사람답게’ 행동하며 정체성을 끊임없이 증명해나가야 합니다. 제임스 클리어는 그의 저서에서 “습관은 자기 자신에게 보내는 투표다”라고 말했습니다. 정말 멋진 비유입니다. 당신이 하는 모든 행동은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고 스스로에게 투표하는 행위와 같습니다.
운동을 하러 헬스장에 가는 것은 ‘나는 건강한 사람이다’에 한 표 던지는 것입니다. 책을 펼치는 것은 ‘나는 지적으로 성장하는 사람이다’에 한 표 던지는 것이죠. ‘나는 미래를 준비하는 투자자다’라는 정체성을 가진 사람은 충동적인 소비 대신 소액이라도 투자를 하며 자신의 정체성에 투표합니다. ‘나는 관계를 소중히 지키는 사람이다’라는 정체성을 가진 사람은 귀찮더라도 먼저 안부 문자를 보내며 그 믿음을 증명합니다.
오늘 하루, 당신은 어떤 정체성에 투표하셨나요? 당신의 작은 행동들이 모여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결정합니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결심을 하고, 또 수없이 실패합니다. 이제 그 지겨운 패턴에서 벗어날 때입니다. 습관은 결심이 아니라 정체성입니다. 행동을 바꾸려 애쓰기 전에, 당신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먼저 결정하세요.
내일 아침 눈을 떴을 때의 작은 선택 하나가,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증명할 소중한 투표가 됩니다. 알람을 끄고 더 잘 것인가요, 아니면 하루를 주도하는 사람으로서 힘차게 일어날 것인가요? 그 선택이 당신의 하루를, 그리고 당신의 인생을 만들어갈 겁니다.
그렇다면, 오늘 당신은 누구에게 투표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