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원 작가님 책에서 읽은 내용이다.
"중국집에서 자주 먹는 짬뽕이나 집에서 자주 끓여 먹는 김치찌개 역시
마찬가지로 펄펄 끓는 상태로 즐길 때는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지만,
남긴 음식을 다음날 식은 상태로 다시 먹으려고 입에 넣으면 너무나
심각하게 짜서 놀라게 된다. 그렇다. 짬뽕이나 김치찌개는 사실 매우 짜다.
그러나 그것이 뜨거울 때는 짠맛이 온도에 가려져 느껴지지 않을 뿐이다."
많이 좋아하는 음식인 짬뽕과 김치찌개에 관한 글인데,
이 글의 핵심은 본질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본질이 다른 요인으로 가려져 본질을 제대로 못 본다는 거다.
이 글을 읽고 본질이 다른 것에 가려져서,
미처 깨닫지 못한 것이 있는지 생각해 보았다.
바로, 나 자신이다.
나는 MBTI, "I"이다.
그것도 아주 선이 굵은 "I"다.
나는 잘 기억하지 못하지만 어머님의 얘기로는,
아주 어렸을 때 집에 손님이 오면,
아버지 무릎에 꼭 안겨서 손님이 가실 때까지,
벗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내가 기억하는 것으로는,
초등학교 저학년 때,
교실 앞으로 나가 발표를 하였는데,
너무 떨려서 목소리는 작게 나왔고, 말을 더듬 걸렸다.
이 모습을 본 담임 선생님께서,
목소리 크게 하라고 호되게 야단맞은 기억이 있다.
유년 시절의 이런 소심한 모습에서,
점점 나이가 들어 군대를 다녀오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많이 변하기는 했다.
(신참 시절에 목소리 작다고 늘 기합을 받았다.)
그리고, 대학을 졸업하고 전공과는 관계없는,
영업을 하게 되었다.
처음 영업 할 당시에는 "I" 성향이 그대로 드러나,
다른 길을 찾아보라는 말도 들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영업을 하다 보니,
세일즈맨들이 갖춰야 하는 태도와 말투로,
내 본질인 "I"위에 "E"를 덕지덕지 덧칠하게 되었다.
혼자 있는 것이 좋고,
남들 앞에 나서기보다는 뒤에 조용히 앉아 있는 것이 편했으나,
어쩔 수 없이,
일부러 활달한 모습과 큰 목소리를 내야만 했다.
거래처와 술자리가 있으면,
나서서 분위기를 띄워야 했고,
술을 아무리 많이 마셨다고 하더라도,
거래처에서 주는 술잔은 거부하지 않고,
한 번에 다 마셔야 했다.
이런 모습을 본 거래처 사람들은,
나를 활달하고 잘 노는 사람으로 알게 되었다.
이런 영업맨이라는 타이틀로 인해서,
본질이 가려져 그들도 나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에 글을 쓰고 독서를 하다 보니,
덧칠해진 "E"가 서서히 벗겨지면서,
원래 본질이었던 "I"가 다시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누구와 어울려 함께 술 마시고 놀기보다는,
혼자서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이 훨씬 편하다.
독서와 글쓰기를 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내 본질을 영영 찾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
책을 읽고 글쓰기는 자신이 누군인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알게 해 주는,
어둠 속의 환한 길잡이와 같다.
나는 분명 선 굵은 "아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