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버스 정류장에서 한 벽보를 보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벽보는, "사랑의 몰래 산타 대모집"이라는 것이었는데,
이 벽보를 보고, 흠칫 놀란 이유가 있다.
아이들이 아직 초등학교 3학년인데,
산타 할아버지를 믿고 있기 때문이다.
말을 곧잘 하기 시작하면서부터,
11월 정도 접어들면,
밤마다 자기 전에,
둘이서 산타 할아버지한테 소원을 빌고 있다.
올해 소원은 이건대,
산타 할아버지한테는 무척 난감한 할 것 같다.
"LG 트윈스 유광 점퍼 갖게 해 주세요."
야구를 좋아하고, 특히 LG트윈스를 응원하고 있어서,
유광 점퍼를 꼭 받고 싶은가 봐요.
매년 산타 할아버지가 소원을 들어주셨는데,
올해 소원은 쉽지 않아 보인다.
하나도 아니고, 두 개를 장만해야 하니까.
과연, 올해는 산타 할아버지가 소원을 들어주실 수 있을지,
무척 궁금하다.
크리스마스라고 하면, 어린 시절 하나의 기억이 떠오른다.
3살 위 누나가 어느 크리스마스 날 아침 나를 마구 깨웠다.
"OO아, 일어나 봐. 여기 선물이 있어!"
눈을 비비면서 일어났던 저는 진짜 선물이 있는 것을 보고 놀랐고,
내가 갖고 싶었던 것이라 더욱 놀랐다.
그것은 연필 1 다스였다.
하얗게 생긴 네모난 종이 상자 안에 연필 12자 루가
너무나 이쁜 모습으로 얌전하게 들어 있었다.
그때는 정말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해 주신 걸로 알았다.
그리고, 한참 큰 후에야 진실을 알게 됐다.
그 당시의 연필 선물과,
지금 아이들이 바라는 선물을,
단순히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세월이 한참 흘렀으니까.
선물의 종류와 크기는 시대가 변한 만큼 다를지 몰라도,
결코 변하지 않는 것은,
선물을 받고 즐거워하는 순수한 마음일 것이다.
올해 여러분들이 크리스마스에 바라는 선물은 무엇인가?
어떤 선물을 받고 싶은가?
나는 아이들에 조금 더 산타 할아버지를 믿기를 바란다.
그래야, 크리스마스에 대한 기대와 설렘을 더 오래 느낄 수 있을 테니까.
내 기억 속에 오랜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는,
소중한 연필 1 다스 선물을 주신,
그 산타 할아버지는 여전히 건강하게 잘 계신다.
제 아이들의 마음속에 있는 그 산타 할아버지도
제 아이들 마음속에 영원히 살아있기를 희망해 본다.
저 위에 벽보 속에 산타 할아버지로 발탁되신 분들은,
또 누군가의 기억 속에 고이 간직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