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장기, 오목 두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첫째 아들은 장기나 오목을 두 자고 곧잘 한다.
나는 오목은 어쩌다가 실수로 지는 경우는 있지만,
장기는 지지 않는다.
오목 둘 때 실수로 지는 경우는 있지만,
기분 맞추어 주려고 일부러 져 주는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그래야, 이겨 보겠다는, 도전해 보겠다는 마음이 생길 테니까.
주말에 첫째 아들이 일어나자마자 장기를 두 자고 했다.
"아빠 장기 한판 두 자"
"그래!"
"내가 할아버지한테 배운 게 있거든. 그거 써먹으려고."
"오~ 좋아. 써먹어 봐!"
그렇게 해서 장기를 한판 두게 되었다.
할아버지가 장기를 참 잘 두시기 때문에
녀석이 어떤 것을 배웠을지 속으로 궁금했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10분도 채 안 돼서 나의 완벽한 승리였다.
'쫄'하나 잡아먹히지 않고 퍼펙트하게 끝냈다.
평상시보다 오히려 더 쉽고 빨리 이겼다.
끝나고 장기판을 정리하면서 아들에게 물었다.
"할아버지가 알려 준거 써먹었어?"
"아니, 못 썼어~"
장기를 끝내고 나서 혼자 곰곰이 생각했다.
평상시에는 그래도 위기도 좀 있고,
'차', '포' 등 많이 잡아먹히고 해야 이겼는데,
오늘은 '쫄'하나 먹히지 않은 게 이상했다.
그래서 평상시와 달라진 것이 무엇인지 찾아보았다.
그리고, 아들의 말에서 그 힌트를 얻었다.
바로, 할아버지가 알려줬다는 '비법'이었다.
보통 때 와는 다르게,
그 '비법'이라는 것을 써먹으려고 했던 것이다.
자기만의 스타일이 아니라,
처음부터 아이의 머릿속에는 그 '비법'만 들어 있었다.
그 비법을 어떻게든 써먹으려고 하다 보니,
상대의 '수'가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은 것이다.
잘하는 사람들이 알려 주는 '비법'도,
부단히 연습하고 시행착오를 거쳐야
진정한 자신의 것이 된다.
한두 번 배웠다고 해서 바로 써먹을 수도 없고,
모든 상황과 환경이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에,
그 비법을 사용한다고 해서 똑같은 효과를 얻지 못할 수도 있다.
비법이란 그저 참고할 만한 자료, 그 이상이 될 수 없다.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되지 않기도 하다.
유명한 강사의 강의 한 번 들었다고,
내 삶이 그날로 활짝 피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스스로가 연구하고 깨닫고 많은 훈련을 거쳐야,
그 비법이 내 몸 안에 장착이 되어,
무의식 중에 그 비법을 써먹게 된다.
첫째 아이가 조금 더 크면 이 이야기를 해 주려고 한다.
그때 네가 할아버지한테서 배웠다는 비법은,
오직 할아버지 비법이지
너의 비법은 아니었다고.
너의 비법은 네가 배우고, 깨닫고,
그리고 오랜 시간 연습을 해야,
그때 진정한 너만의 비법이 되는 것이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