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층 남성분에게 당한 1패

by 부의엔돌핀

내가 사는 아파트는 매주 화요일이 재활용 쓰레기 버리는 날이다.


이날이 되면, 각 가정마다 전부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기 때문에,

밤늦은 시간까지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들로 북적북적하다.


화요일 밤에 퇴근하고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이날은 바람이 강하게 불어 날씨가 제법 추웠다.


아파트 1층 현관에 도착하여 비밀번호를 눌렀다.

그리고, 문이 열림과 동시에 빠르게 현관문 안으로 들어갔다.

추워서 양손은 외투 주머니에 찌른 채였다.


문안으로 막 들어서니,

앞에서 여성 한 분이,

양손에 재활용 쓰레기를 한가득 들고 걸어 나오고 있었다.


3 ~ 4 발자국 정도 걸어가니,

그 여성분과 서로 스치며 지나갔다.


바로, 그때였다.


뒤에서 그 여성분이,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 여성분이 왜 감사의 인사를 했을까?


내가 막 현관문을 들어서는데,

뒤에 어떤 남성분이 현관문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이 남성분은, 그 여성분이 양손에 쓰레기를 잔뜩 들고 나오는 것을 보고,

현관문이 닫히지 않도록 열림 버튼을 눌러서,

잡아 주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 여성분이 감사의 인사는 건넨 상황이 되었다.


1층에서 그 남성분과 엘리베이터를 함께 타고 올라갔고,

그분은 4층에서 내렸다.


나는 4층 남성분께 졌다.

의문의 1패라는 말이 있는데, 완벽한 패배였다.


내가 가진 시간 중에 단, 2 ~ 3초 정도만 할애했다면,

감사하다는 말은 내가 들었을 수 있었다.


내가 받을 수 있었던 복을,

스스로 걷어차버렸다.


살면서 잘 모르는 사람한테서,

감사하다는 말을 듣는 것이 귀한 시대다.


이렇게 단 몇 초의 시간을 내어주더라도,

충분히 감사 인사를 받을 수 있다.


나는 일상에서 이런 소소하게 감사하다는 말을 듣는 것이 참 좋다.


큰돈으로 도와줄 수 없으니,

일상생활에서 소소하게 누군가를 충분히 도와주고,

감사하다는 말을 들으면 너무 좋다.


잠깐 문을 잡아 주는 일,

먼저 타시라고 양보하는 일,

몸이 불편한 분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일,

방향 등 켜고 들어오려는 차에 양보하는 일 등,


얼마든지 이렇게 도움을 줄 수 있다.


누군가를 도와줘서 기분이 좋고,

또 상대에게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받는다면,

좋은 기분은 배가 될 것이다.


내 복이 4층 남성분에게로 갔지만,

그래도 그분이라도 복을 받으셨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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