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와 커피

by 주인읽은 개

최근 들어 밤을 설치는 날이 많아졌다. 잠을 자려고 눕는 동안, 하루의 끝을 보는 것이 싫은 것인지 아니면 무엇인가 의미 있는 일을 해야만 하는 몸이 원하는 것이 있는 것인지 잠을 들 수가 없다. 눈을 감으면 잠이 들어 내일이 찾아올 것이라는 것을 알지만 나는 눈을 감지 않는다. 그렇게 하루, 또 하루가 지났다. 몸은 점점 무거워진다. 아침에 마치 발작하듯이 일어나 나의 몸, 손을 살핀다. 이 세상 것이 맞는지 다시금 확인한다.


침대 위, 정신을 차리려 몇 십분 간을 멍하니 허공을 보던 중 시간을 항상 확인해야 하는 직장생활의 버릇이 나를 구한다. 습관처럼 보는 시간, 시간은 늘 중요하다. 그렇게 자신의 몸을 억지로 일으켜 주방 쪽으로 이끌어간다. 주방은 간소했다. 몇 가지의 그릇, 수저 그리고 청소하지 않은 선반, 이따금 보는 선반의 기름기는 가구의 인테리어라도 된 것처럼 자연스럽다. 커피포트 쪽으로 손을 향한 후 물을 담는다.


커피 포트에 물을 끓인다. 끓는 소리가 들릴 무렵 어느 정도 온전한 정신이 돌아온다. 커피 믹스를 잔에 넣은 후 끓는 물을 넣는다. 커피의 향이 올라오며 정신은 더욱더 선명해진다. 본능적으로 바지에 손을 넣는 시늉을 한다. 그제야 자신이 속옷만 입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거실에 벗어 둔 옷을 찾으러 간다. 정확히는 옷이 아닌 옷 속에 들어있는 무언가를 찾으러 가는 것이다.


후줄근한 작업바지 주머니에 손이 들어간다. 손 안에는 담배가 들려 나온다. 담배의 무게는 항상 다르게 느껴지지만 이때만큼은 뭔가 모를 안정감이 생긴다. 나는 곽으로 된 담배는 좋아하지 않는다. 항상 팩을 원한다. 요즘에는 많이 보이지 않지만 팩이 가진 감성이 좋다. 담뱃갑 밑을 쳐 담배를 입으로 무는 것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형태가 무너져 흐늘흐늘 해지는 것도, 손으로 구겨 버리는 과정도 좋아한다. 담뱃갑 안에는 절반정도의 담배가 있다. 나는 자연스레 밑을 친 후 올라온 한 개비를 입에 물자 담뱃갑 안의 담뱃잎을 통해 구수한 냄새가 커피와 합쳐져 올라온다.


이 순간이 가장 백미이다. 마치 영화의 주인공처럼, 비극적인 상황에 놓인 것처럼 입에 담배를 문 채 무엇인가 고민에 빠진 것 같은 표정을 유지한다. 자극적이지 않은 담배 냄새와 커피의 향으로 몸을 준비시킨 후 조용히 라이터에 손을 뻗는다. 라이터를 집은 후 불을 켠다. 스파크 소리와 기어가 갈리는 소리, 손에 느껴지는 차가움과 거친 촉감이 다시금 몸을 준비시킨다. 작은 불꽃에 담배를 가까이 대고 숨을 들이마신다.


종이 타 들어가는 소리와 함께 배와 목으로 묵직한 무엇인가가 들어오는 게 느껴진다. 라이터를 끈 후 종이 타들어가는 소리를 조금 더 즐긴다. 숨을 들이마시는 것을 멈춘 뒤 잠깐 천장을 봐준다. 나의 혈류, 몸, 정신으로 들어와 채워주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이제 연기를 뱉어야만 하는데 급하게 뱉어서는 안 된다. 담배의 절반은 연기이다. 연기를 입으로 조금씩 뱉어가며 길게 늘어가는 것을 음미한다. 그리고 연기가 절반쯤 나왔을 무렵 입을 닫고 코로 다시금 연기를 내뿜어 준다. 코를 통해 담배의 냄새가 다시금 올라와 나를 취하게 한다.


연기가 다 나왔을 무렵, 한 번 더 담배를 빨아들인다. 눈으로 담뱃불꽃이 타들어가고 귀로는 담뱃잎이 타들어가는 소리를 즐긴다. 마치 비가 오는 날, 창문에 비가 부딪치는 소리와 유사하다. 이번에는 연기를 길게 삼켜 참지 않는다. 숨을 충분히 들이 킨 후 한 번에 입으로 연기를 내뿜는다. 내 주변에 담배 연기가 마치 안개처럼 떠다닌 것이 보인다. 담배는 오른손 검지와 중지 사이에 둔 후, 왼손으로 커피잔을 든다. 뜨거운 커피를 조금 입에 머금은 후 삼킨다. 구수한 커피 냄새와 타들어가는 담배냄새가 목과 배안에서 합쳐져 코와 입을 통해 나오는 것이 느껴진다.


다시금 담배를 입에 문다. 오로지 담배만 입에 문 후 손을 뗀다. 왼손에는 커피, 오른손에는 아무것도 없다. 입안 오른쪽 담배를 물고 베란다 창문으로 향한다. 오늘 새벽 비가 온 거인지 축축한 바람과 공기가 들어온다. 나쁘지 않은 아침이다. 입에서 다시금 연기를 내뿜고 담배를 오른손으로 가져온다. 연기는 창가를 통해 길고 가늘게 뻗어간다.


나는 나지막이 말을 내뱉는다.


'회사 가기 싫다'


그렇게 하루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