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단어들은 처음 들었을 때부터 묘하게 마음에 남는다.
‘애동제자’라는 말도 그랬다.
입안에서 천천히 굴려보면 부드럽지만, 그 속엔 어쩐지 무거운 기운이 감돌았다.
무속 신앙에서 애동제자는 비교적 최근에 신을 받아 무당이 된 사람을 뜻한다.
말 그대로 ‘어린 제자’,
신내림을 받은 직후 아직 수련의 길을 걷는,
젊은 무당을 일컫는 말이다.
누군가에게는 낯설고, 누군가에게는 삶 전체를 뒤바꿔놓는 단어.
그 설명을 듣는 순간, 나는 이상하게도
‘어린’이라는 단어가 오래 머릿속을 맴돌았다.
우리는 모두 한 번쯤은
자신이 준비되지 않은 세계로 갑자기 밀려 들어가는 순간을 맞는다.
첫 직장, 첫 사랑, 첫 실패, 첫 책임—
어떤 이름을 붙이든, 마음은 늘 그 앞에서 ‘애동’이 된다.
애동제자를 떠올리면
그들은 단순히 신내림을 받은 새내기가 아니라,
삶의 방향이 하루아침에 틀어져
새 길을 배워야 하는 사람들처럼 느껴진다.
어쩌면 누구보다 불안할 것이고,
누구보다 많은 표류를 겪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동시에
누구보다 절실한 마음으로 자신을 들여다보는 이들일 것이다.
생각해보면, ‘수련 중’이라는 상태는
사람을 겸손하게 만든다.
아직 미숙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더 나아지기 위해 하루하루를 견뎌내야 한다.
그건 무속의 세계뿐 아니라
우리 각자의 삶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누구나 보이지 않는 스승 앞에서
조용히 배우는 중이며,
어떤 때는 단지 버티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길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돌아보면 내 삶에도
애동제자처럼 흔들리던 시기가 있었다.
앞이 잘 보이지 않는데
놓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온전히 붙잡을 자신도 없던 순간.
그 시절의 나는 늘
‘나는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지나고 보니
그 미숙함 덕분에
내가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원하는지
비로소 알아가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래서일까.
애동제자라는 단어는 내게
어린 무당을 지칭하는 용어를 넘어서
‘누구나 삶의 어떤 부분에서는 아직 제자일 수 있다’는
조용한 문장처럼 남는다.
우리 모두에게는
서툴고 불안하지만
그래서 더 절실했던 시간이 있다.
그 시간을 부끄러워하기보다
그것이 나를 여기까지 데려온 힘이었음을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애동제자.
어린 제자.
그리고 아직도 배우고 있는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