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에도 '숨 쉴 틈'이 필요하다 1

4년의 공백이 알려준 잔인한 진실

by 틈작가

홀로서기를 결심하고 세상 밖으로 나오면서, 제가 마주해야 했던 건 낡은 아파트와 수리 견적서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진짜 골치 아픈 건 따로 있었죠.


바로 '사람'이었습니다.


돈 문제는 땀 흘려 일하고 공부하면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었지만, 꼬여버린 인간관계는 제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더군요.


4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세상과 담쌓고 지내면서, 제 주변의 인간관계에도 엄청난 지각변동이 일어났습니다. 예전에는 혼자 있는 게 무서워서 빈틈없이 약속을 잡고, 어떻게든 사람을 채워 넣기에 바빴던 저였습니다. 하지만 삶이 멈춰버린 그 시간 동안, 저는 타의 반 자의 반으로 철저하게 혼자가 되었습니다.


오늘은 그 시간이 저에게 가르쳐준 '관계의 진실'에 대해 먼저 이야기하려 합니다. 돌이켜보면 그건 외로움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오롯이 저와 우리 가족에게만 집중할 수 있었던, 더없이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1] 걱정을 빙자한 호기심

아버지가 떠나고 제가 깊은 침묵 속으로 들어갔을 때, 아이러니하게도 제 주변은 꽤 소란스러웠습니다. 위로보다는 신기하다는 듯한 시선들이 저를 콕콕 찔러댔죠.


"쟤는 어쩜 저렇게 표정 하나 안 변해?" "너무 멀쩡한 거 아니야? 독하다, 독해."


제 귀에 들리게, 혹은 안 들리게 오고 가는 말들이 참 많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들의 말에 대꾸할 힘조차 없었습니다. 아니, 애써 무시해야만 했습니다.


사실 저는 울지 못했던 겁니다. 제가 무너져서 펑펑 울어버리면, 남겨진 엄마는 더 큰 슬픔에 잠기실 테니까요. 엄마를 지키기 위해 저는 마치 감정선이 고장 난 로봇처럼, 아무렇지 않은 척 무표정한 가면을 쓰고 하루하루를 버텨낸 거죠..


세상은 그런 제 속사정도 모른 채, 겉으로 슬퍼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참 쉽게 이야기하더군요. 내가 알던 세상은 소리 없이 무너지고 있는데 말입니다.


[2] 인생의 거름망이 작동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알게 됐습니다. 4년의 공백은 제가 사람을 잃어버린 시간이 아니라, 내 인생에 진짜 필요한 사람만 남겨준 거름망의 시간이었다는 것을요.


모두가 떠나간 것 같은 텅 빈자리에, 끝까지 남아준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재촉하지 않고, 섣불리 조언하지 않고, 그저 밥은 먹었냐며 툭 안부를 묻는 사람들. 로봇처럼 굳어버린 제 모습까지 묵묵히 지켜봐 준 그 소수의 사람들 말입니다.


그들이야말로 제가 세상 밖으로 다시 나올 때 손을 잡아준 진짜 '내 사람'들이었습니다. 수백 명의 인맥보다 중요한 건, 내 침묵까지 이해해 주는 한 명의 친구라는 걸 뼈저리게 배웠달까요.


인생의 거름망이 한차례 휩쓸고 지나간 자리. 북적거리던 인맥은 사라지고 제 곁에는 정말 소중한 몇 사람만 남았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저에게는 거대한 혼자만의 시간이 덩그러니 남겨졌습니다.

이 고요함이 낯설기는 했지만, 이상하게도 외롭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저와 가족에게 집중할 수 있어 좋았으니까요. 다만, 텅 빈 시간 앞에서 '앞으로 어떻게 지내야 할지'에 대한 막막함과 옅은 두려움이 저를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그 막막함 속에서 저는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앞으로 제가 감당해야 할 것은 단순한 두려움이 아니라, 누군가의 '보호자'가 되어야 하는 무거운 책임감이라는 것을요.


그 이야기는 다음 글 [관계에도 '숨 쉴 틈'이 필요하다 2]에서 이어집니다. (주먹 불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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