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발전을 재생에너지로 대체한다?

석탄발전의 단순한 폐기보다는 전환 포트폴리오 전략이 현실적이고 합리적

by 유상희

밤 11시, 서울의 불빛은 꺼지지 않습니다. 여름철, 수백만 대의 에어컨이 동시에 돌아가도 전기는 끊기지 않습니다. 그 보이지 않는 뒤편에는 지난 수십 년간 묵묵히 돌아온 석탄화력발전소가 있었습니다. 값싼 전기, 안정적인 공급, 언제든 스위치를 켜면 들어오는 전력의 심장은 바로 석탄이었습니다.

하지만 2050년 탄소중립을 향해 달려가는 지금, 석탄은 더 이상 ‘든든한 심장’이 아니라 덜어내야 할 짐이 되었습니다. 문제는 단순히 “문을 닫자”로 끝나지 않습니다. “언제, 얼마나, 무엇으로, 어떻게 대체할 것인가”라는 복잡한 질문이 남아 있습니다.


이상적인 그림: 석탄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로 대체한다?


정부와 산업계가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그림은 단순합니다.
2030년까지 석탄발전의 절반을 줄이고(약 20GW), 그 공백을 태양광·해상풍력·LNG로 메운다는 계획이죠.

지금 석탄이 연간 약 190TWh 전력을 공급합니다. 그 절반, 즉 95TWh가 빠져나가면 빈자리가 생깁니다. 이를 메우려면 태양광 60GW, 해상풍력 27GW, LNG 15GW가 필요합니다.


숫자가 와닿지 않으신가요?
95TWh는 원전 10기를 동시에 멈춘 것과 맞먹는 규모입니다. 서울의 가정집 전기를 5년 가까이 모두 공급할 수 있는 양이기도 합니다.


이론상 계산은 맞습니다. 태양광과 풍력, LNG를 조합하면 충분히 대체할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줄일 수 있는 탄소 배출량만 연간 8천만 톤, 한국 전체 배출량의 15%에 달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현실의 벽: 해상풍력은 계획대로 될까?


정부는 이미 해상풍력 27GW를 허가했습니다. 서류만 보면 문제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현장에 가보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인허가 지연: 어민 반대, 환경영향평가, 군사보호구역 문제로 착공이 늦어집니다.

계통 연계: 전력은 바다에서 수도권까지 흘러가야 하는데, 송전선과 변전소 투자가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합니다.

운영 인프라 부족: 해상풍력은 설치 후 유지보수가 필수인데, 전용 항만이나 수리선단 준비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또 다른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입니다. 풍력과 태양광은 바람과 햇빛이 있을 때만 돌아가기 때문에, 계통 운영자가 늘 불안정성을 보완해야 합니다. 실제로 전력 수급 규정상 예비력은 4.5GW면 되지만, 지금은 재생에너지 변동성 때문에 6GW를 추가로 더 확보, 총 10.5GW의 예비력을 돌리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에너지저장장치(ESS)가 해법이지만, 그 비용도 막대합니다. 11차 전기본에 따르면 2038년에는 6시간 기준 23.5GW(141GWh) 규모의 ESS가 필요합니다. 현재 단가(1MWh당 4억 원)를 적용하면 564조 원이 넘는 투자 비용이 듭니다. 결국, 단순히 풍력·태양광 설비를 세우는 것만으로는 답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전문가들은 허가된 27GW 중 2030년까지 실제로 가동할 수 있는 건 절반, 12GW(약 35TWh)에 불과할 것이라 봅니다. 즉, 원래 기대했던 95TWh 공백 중 60TWh는 여전히 메워야 하는 상태입니다.


플랜B: 석탄을 ‘전환’하는 포트폴리오 전략


“그럼 석탄발전을 그냥 당장 멈추자”는 해법은 전력 불안과 요금 폭등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석탄을 그대로 쓰자니 탄소중립은 멀어집니다. 이 간극을 메우는 현실적 해법이 바로 플랜B, ‘석탄 전환 포트폴리오 전략’입니다.


핵심은 석탄을 단번에 없애는 대신, 점진적으로 줄이면서 가교 기술을 병행하는 것입니다.


암모니아 혼소: 석탄에 암모니아를 섞어 태워 배출을 줄입니다. 정부는 2030년까지 20GW 설비에 20% 혼소를 적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경우 석탄 4GW를 대체하는 효과, 연간 12TWh 감축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CCUS(탄소포집·활용·저장):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땅속에 저장하거나 활용합니다. 아직 비용은 높지만, 30~40% 감축 효과가 있습니다.

LNG 백업: 전력 부족분은 LNG가 보완하지만, 최소한의 역할로 제한합니다.


이런 기술들을 조합하면 “무작정 폐쇄”가 아니라 “점진적 안정적 전환”이 가능합니다.


차이는 기술이 아니라, 철학이다


정부 계획에도 혼소와 수소 전략은 들어가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2037년 이후로 미뤄져 있습니다.
포트폴리오 전략은 이 기술들을 미래 대비 카드가 아니라, 지금부터 실행 가능한 카드로 끌어온다는 점이 다릅니다. 즉, 차이는 기술의 종류가 아니라 타이밍과 배치의 철학입니다.


산업과 지역까지 아우르는 전략이어야


석탄발전의 전환은 단순히 전기를 어디서 어떻게 메꿀 것인가의 문제가 아닙니다. 석탄발전소는 그동안 지역경제와 산업클러스터, 항만 물류망과도 긴밀히 연결돼 있었습니다. 발전소가 있는 곳에는 화력발전을 전제로 성장한 기업과 일자리가 있고, 항만에는 석탄을 실어 나르던 물류 인프라가 있습니다.


따라서 석탄을 줄이는 문제는 곧 산업전환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발전소가 닫히면 주변 지역의 고용과 산업 생태계도 함께 흔들립니다. 또, 여수·울산 같은 중화학공업단지는 항만과 발전소, 공장이 하나의 시스템처럼 맞물려 돌아가기 때문에, 석탄의 대체는 에너지–산업–물류를 통합적으로 설계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석탄이 빠져나간 부지에 재생에너지 기반 산업단지를 조성한다든지, 해상풍력 단지와 인근 조선·해운산업을 연계한다든지 하는 방식이 필요합니다. 지역 산업 다각화와 정의로운 전환 없이는 에너지 전환도 지속가능하지 않습니다.


결국, 석탄화력의 넷제로 전략은 단순히 ‘발전소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가 아니라, 산업 클러스터 전환, 지역경제 재설계, 해양물류 네트워크 혁신과 함께 맞물려야 하는 종합 전략이어야 합니다.


결론: 폐쇄가 아니라, 재설계다


석탄발전의 넷제로 전환은 단순한 “폐쇄냐 유지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재생에너지의 불확실성과 사회적 수용성을 고려하면, 답은 포트폴리오 전략입니다.

그 포트폴리오에는

노후 설비 단계적 폐쇄

혼소·CCUS 같은 전환형 기술

재생에너지와 저장 확대

시장제도 개혁(PPA, CFD, 내부탄소가격)

정의로운 전환(지역 고용·산업 다각화)


이 모두가 들어가야 합니다.

석탄의 시대를 끝내는 일은 스위치를 내리는 일이 아니라, 새로운 설계를 짜는 일입니다.
여러 수단을 섞어 현실과 이상을 함께 고려하는 포트폴리오 전략만이, 전력의 안정성과 기후목표, 그리고 산업과 지역의 미래까지 동시에 보장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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