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이상한 마음이다.
모든 약속이 취소돼서 집에서 푹 쉬고 싶은 집순이적 마음이 굴뚝같았는데,
막상 코로나가 더 심해지니 괜히 다들 보고 싶고, 재택근무도 서운해지고 그러네.
앞으로 2주간 서울이 멈춘다고 한다.
서울이 멈추다니. 서울이 멈추는 게 가능한 도시였나?
상황이 그만큼 심각해졌다.
다들 잘 살고 있나?
문자 그대로 다들 건강한지, 직장 문제는 없는지, 마음은 괜찮은지 궁금해진다.
이 난리에 수능 치러낸 수험생들 시험은 잘 마쳤는지,
9시면 문을 닫아야만 하는 사장님들 속은 어떠실지,
여행이 업이신 분들, 강의하시는 분들은 각자 돌파구를 찾으셨을지 마음이 쓰인다.
이 이야기가 단순히 뉴스에서 들리는 소식들이 아닌 당장 한 다리만 건너면 아는
내 친구와 친구의 어머니, 아버지 일이라는 것이 씁쓸해진다.
매년 이맘때쯤이면 거리에 질리도록 캐롤이 들렸었는데,
요즘 캐롤은 다들 유튜브로, 에어팟으로만 듣고 있겠지.
캐롤은 다 같이 모여서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 떼창해야 맛인데.
Santa tell me, must have love를 어떻게 혼자만 듣는담.
(다들 화장실에서 샤워하면서 밤마다 콘서트 여는 거 다 알아)
당연히 함께 하던 사람들, 함께 나누던 것들을 못 하게 되니
이미 누리고 있던 것들이 특별해진다.
24시간은 늘 똑같이 흘러가는데 겨울이라 짧아진 해로 낮이 더 애틋해지는 것처럼.
그래도 이때아니면 또다시없을 애틋함 덕분에
평소보다 더 자주 서로의 안부를 묻고,
전화로, 톡으로, 화상채팅으로 마음을 전하다 보니
열심히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동안 마음의 거리는 꽤 가까워진 듯하다.
그리고 나도 이 기회에 코로나를 핑계로, 연말연시를 핑계로 이렇게
생존신고를 해볼까 한다. (이 말 하려고 글 쓴 것 맞음)
다들 잘 지내시는지요, 저는 잘 지내고 있어요.
모두 귤이랑 고구마랑 붕어빵으로 3000원의 행복 누리면서
자주 웃을 수 있는 무탈한 겨울이 되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