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빠르게 아이디어를 발산하는 법

회의 전에 혼자 먼저 치는 브레인스토밍

by 어팀공

"아이디어 있으면 자유롭게 얘기해 주세요."


회의실에 정적이 흐른다.

누군가 용기 내서 하나 던지면, 팀장이 "그건 예전에 해봤는데…"라고 말한다. 다시 침묵.

결국 회의는 30분 만에 끝나고, 나온 건 처음부터 정해져 있던 그 안 하나뿐이다.


이 장면, 익숙하지 않은가.


아이디어 회의는 왜 늘 같은 결론으로 끝날까

브레인스토밍이 잘 안 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대부분 준비 없이 회의실에 들어간다.

"자유롭게 말해 주세요"라는 말은, 사실 아무런 준비를 안 해도 된다는 뜻이 아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그렇게 받아들여진다.

그 자리에서 바로 떠올리고, 바로 말해야 한다.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문제는 하나 더 있다.

회의실에서 떠오르는 아이디어는 대개 '안전한 아이디어'다.

남들 앞에서 말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반박당하지 않을 것, 이미 한 번쯤 들어본 것. 정말 새로운 건 혼자 조용히 생각할 때 나온다.


샤워하다가, 퇴근길 지하철에서, 잠들기 직전에.


그런데 그걸 매번 기다릴 수는 없다.

회의는 내일 오전이고, 지금 내 머릿속은 텅 비어 있다.


여기서 AI가 등장한다.


회의 전에 AI로 혼자 먼저 발산하라

내가 발견한 방법은 단순하다.

회의 전날 밤이나 당일 아침, AI한테 먼저 아이디어를 쏟아내게 한다.


10분이면 충분하다.


핵심은 이거다.

AI를 '정답을 주는 도구'로 쓰는 게 아니라, '생각을 터뜨리는 파트너'로 쓰는 것이다.


내가 실제로 쓰는 방식을 보여주겠다.

예를 들어 "신규 고객 유치 아이디어 회의"가 잡혀 있다고 하자.


대부분은 이렇게 물어본다.

"신규 고객 유치 방법 알려줘."

AI는 성실하게 답한다.

SEO 최적화, SNS 마케팅, 리퍼럴 프로그램… 구글에 검색해도 나오는 내용이 줄줄이 나온다.


이걸 회의에 가져가면 어떻게 될까. "그건 이미 알고 있는 거잖아"라는 반응이 돌아온다.

발산은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


발산용 프롬프트는 따로 있다

아이디어 발산에서 중요한 건 '질'이 아니라 '양'이다.

먼저 많이 꺼내고, 그중에서 고르는 거다.


AI한테도 그렇게 시켜야 한다.


내가 실제로 쓰는 프롬프트 구조는 이렇다.

"우리는 B2B SaaS 회사고, 지금 신규 고객 유치 아이디어를 발산하는 단계야. 현실성은 일단 무시하고, 가능한 한 다양한 방향에서 20개 이상 아이디어를 던져줘. 기존에 많이 하는 방법 말고, 좀 엉뚱한 것도 섞어줘."


포인트가 세 가지 있다.

첫째, "발산하는 단계"라고 맥락을 알려준다.

AI는 맥락을 모르면 정리된 답을 주려고 한다.

지금은 정리할 때가 아니라 흩뿌릴 때라는 걸 명확히 해줘야 한다.


둘째, "현실성은 일단 무시하고"라는 조건을 건다.

이게 없으면 AI는 무의식적으로 실현 가능한 것만 추천한다.

브레인스토밍의 첫 번째 규칙이 뭔가. 판단을 미루는 것이다.

AI한테도 같은 규칙을 적용해야 한다.


셋째, "기존에 많이 하는 방법 말고"라고 제약을 건다.

제약이 창의성을 만든다는 건 기획자라면 알 것이다.

"엉뚱한 것도 섞어줘"라는 한마디가 AI의 출력 범위를 넓혀준다.


이렇게 하면 AI는 진짜로 엉뚱한 아이디어까지 쏟아낸다.

"경쟁사 고객한테 직접 편지를 보내라"라든가, "고객사 인턴한테 먼저 제품을 써보게 하라"라든가.


현실성? 지금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이 중에서 하나가 진짜 회의에서 쓸 만한 씨앗이 될 수 있다는 거다.


한 번에 끝내지 말고 세 번 돌려라

여기서 멈추면 아깝다. AI 브레인스토밍의 진짜 힘은 '반복'에 있다.


첫 번째 결과에서 눈에 띄는 아이디어 2~3개를 골라서, 이렇게 이어간다.

"이 중에서 3번이랑 7번이 재밌는데, 이 방향으로 더 구체적인 변형을 5개씩 만들어줘."


이게 두 번째 발산이다.

넓게 펼쳤던 걸 관심 가는 방향으로 좁히면서 다시 펼치는 거다.


그리고 세 번째.

"이 아이디어들을 우리 회사 상황에 맞게 현실적으로 바꾸면 어떤 형태가 될까? 예산 500만 원 이하, 2주 안에 실행 가능한 걸로 다시 정리해줘."


넓게 → 좁게 → 현실로. 이 세 단계를 10분 안에 끝낼 수 있다. 혼자서. AI와 둘이서.


내가 이 방법을 팀에 소개했을 때, 한 주니어가 이런 말을 했다.

"회의 들어가기 전에 이미 아이디어가 20개가 있으니까, 뭘 말해야 할지 고르기만 하면 돼서 편했어요."


그렇다. 0에서 1을 만드는 건 어렵지만, 20에서 3을 고르는 건 훨씬 쉽다.


관점을 바꿔달라고 시키면 더 좋다

발산이 막힐 때 쓰는 비장의 무기가 하나 있다.

관점 전환이다.


같은 주제를 놓고 이렇게 물어본다.

"이 문제를 고객 입장에서 보면 어떤 아이디어가 나올까?"


"이걸 경쟁사가 절대 안 할 것 같은 방향으로 생각하면?"


"완전 다른 업계, 예를 들어 게임 회사라면 이 문제를 어떻게 풀까?"


이건 기획자들이 워크숍에서 쓰는 '관점 전환 기법'과 똑같다.

에드워드 드 보노의 '여섯 색깔 모자 기법'이나 디자인 씽킹의 '공감 맵'도 결국 같은 원리다.


시점을 바꾸면 보이는 게 달라진다.

차이가 있다면, 사람한테 "경쟁사 입장에서 생각해 봐"라고 하면 어색해하는데, AI는 즉시 전환한다.


거리낌 없이. 부끄러움 없이.

이게 AI가 브레인스토밍 파트너로 강력한 이유다.


실제로 내가 한 번은 "이 서비스를 넷플릭스처럼 운영한다면?"이라고 물어본 적이 있다.

B2B 물류 서비스에 넷플릭스 모델이라니, 말도 안 되는 조합이다.


그런데 AI가 "고객별 맞춤 대시보드를 추천 알고리즘으로 구성한다"는 아이디어를 던졌고, 그 중 일부는 실제 기능 기획에 반영됐다. 엉뚱한 조합이 의외의 연결고리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발산한 걸 정리하는 것도 AI에게

아이디어를 20개, 30개 쏟아냈다.


이제 문제는 정리다.

회의에 "이거 30개 뽑아왔어요"라고 가져가면 오히려 역효과다.

아무도 30개를 다 읽지 않는다. 핵심만 추려서, 왜 이게 괜찮은지 한 줄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이때도 AI를 쓴다.

"위에서 나온 아이디어들을 비슷한 방향끼리 묶어서 3~4개 카테고리로 분류해줘.
각 카테고리별로 가장 임팩트 있는 아이디어 하나씩만 골라줘."


이렇게 하면 30개가 순식간에 4개로 압축된다.

그리고 각각에 대해 이렇게 한 번 더 정리를 요청한다.

"이 4개 아이디어를 각각 한 줄 요약 + 기대 효과 + 리스크로 정리해줘."


이 결과물을 회의에 가져간다.

30개를 다 보여주는 게 아니라, "이런 방향들이 있는데, 제 생각엔 이 4개가 논의할 가치가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거다.


이 차이가 크다.

아이디어를 많이 가져온 사람이 아니라, 아이디어를 잘 정리해서 가져온 사람이 되는 거다.


기획자의 가치는 바로 여기에 있다.


주의할 점 : AI 아이디어를 그대로 쓰지 마라

한 가지 반드시 짚고 넘어갈 게 있다.


AI가 던진 아이디어를 그대로 회의에서 말하면, 높은 확률로 얕아 보인다.

AI의 아이디어는 구조적으로 깔끔하지만, 우리 팀의 맥락이 빠져 있다.


예산 상황, 팀 역량, 지금까지의 시행착오, 팀장의 성향. 이런 것들은 내 머릿속에만 있다.

AI가 "고객 커뮤니티를 만들어라"라고 제안했다면, 그걸 그대로 말하지 않는다.


"우리가 분기마다 하는 고객 세미나를 온라인 커뮤니티로 확장하면 어떨까"라고 바꿔서 말한다.

같은 아이디어지만, 우리 맥락이 입혀지는 순간 완전히 다른 무게감을 가진다.


AI는 씨앗을 주는 역할이다.

그 씨앗을 우리 토양에 맞게 심는 건 기획자의 일이다.

이 경계를 지키는 사람이 AI를 제대로 쓰는 사람이다.


혼자 발산하는 습관이 팀 전체를 바꾼다

이 방법을 3개월 정도 써보니, 변화가 생겼다.


회의에서 내가 먼저 아이디어를 꺼내니까, 다른 사람들도 "그거 듣고 생각났는데…"라며 따라서 말하기 시작했다.


물꼬를 트는 역할이 된 거다.

브레인스토밍에서 가장 어려운 건 첫 번째 아이디어다.


그 첫 번째를 AI와 미리 준비해 가면, 회의 전체의 분위기가 달라진다.

팀 전체가 AI를 쓸 필요도 없다.

한 명만 이렇게 해도 충분하다.

그 한 명이 회의의 시작점을 만들어주면, 나머지는 거기서부터 발전시키면 된다.


"아이디어가 없어서 못 하겠다"는 말을 더 이상 하지 않게 됐다.

정확히 말하면, 아이디어가 없는 게 아니라 꺼내는 방법을 몰랐던 거다.

AI는 그 방법을 10분 만에 가르쳐준다.


내일 회의가 있다면

오늘 밤, 회의 주제를 AI한테 던져보라.

"현실성 무시하고 20개 아이디어 줘"라고 말하라.

그 중 3개를 골라서 우리 상황에 맞게 한 줄씩 바꿔보라.


10분이면 된다.

그 10분이 내일 회의에서 당신을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줄 것이다.


다음 화에서는 AI가 써준 초안에서 'AI 냄새'를 빼는 법을 다룬다.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도 AI가 쓴 티가 나면 신뢰를 잃는다.

내 언어로 바꾸는 편집 기술, 다음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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