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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하늘 Jun 03. 2022

UAM Grand Challenge

제안서를 제출하다.

#1. 전략 파트너를 구하다.

2월부터 시작된 UAM Industry Day를 시작으로 참여요청서가 배포되었다. 이후 컨소시엄 관계사들과 미팅을 진행하며 전략을 짰고 우리는 우리가 맡은 부분에 대한 전문성을 보강하기 위해 컨설팅사를 여럿 만났다.

내가 만난 컨설팅사는 크게 3가지 유형이 있었다.

1) 뭐든지 가능합니다. 라고 지르고 보는 파트너 2) 그러려니.. 네 그건 좀 어렵구요. 라는 미지근한 파트너 3) 본인들이 가진 경쟁력 그리고 단점을 함께 이야기하며 기다리는 파트너.

나는 강력하게 3)번을 밀어 붙였고 그렇게 Grand Challenge 사업의 컨설팅 용역계약을 체결하게 되었다.

특히, 컨설팅사 대표님의 한마디가 나의 역린을 찌르듯하였고 이 솔직함이 신속한 계약으로 이루어진 게 아닌가하다. "우리는 대기업 제안서로 흔히 나오는 화려하고 번쩍이는 제안서를 만들 수 없습니다. 다만 항공산업 특히 UAM이라는 신사업에 대해서 우리회사는 알맹이를 잘 만들 자신 있습니다." 내가 생각했던 이번 제안서는 화려한 치장이 아닌, 실제 얻으려는 목표치와 본론이 담긴 알맹이었고 이부분의 대한 의견합치는 결국 파트너사로 함께 하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2. 2달 간의 제안TF 생활

100% 상주 조건으로 파견을 온 전문 인력들, 그들의 역량은 실로 어마어마했다. 2명 모두 객관적 증빙이 되는 전문자격증들을 두루 가지고 있었고 그들은 선임연구원이자, 조종사이자, 관제사이자, 운항관리사이자, 무인멀티콥터 조종자였다. 하나만 가지기도 어려운 직무를 30대 초반의 나이에 모두 가지고 있을정도였으니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이들이 오기전까지 재택과 출근의 조화를 이루어가며 근무하였으나 프로젝트 수행자의 역할을 위해 바쁠때는 주말까지 반납하며 풀출근을 하였다.

2달을 전문인력들과 동거동락하며 그들이 가진 업무와 노하우, 산업에 대한 인사이트를 최대한 배우려했고 매일매일 산출물에 대한 리뷰시간을 가지며 하나하나 배워갔다. 필요한 정보와 제안작업의 속도를 위해 미국출장까지 함께 그들과 동행하며 시간을 보냈고 이 시간은 회사생활 중 가장 농축되고 알찬 2개월이었다.


#3. 제안서를 제출하며,

제안서를 제출하고 흔히 말하는 "책거리"를 하였다.

교수님들, 컨설팅사 그리고 사내 의사결정권자들과 함께 저녁을 먹으며 그동안의 수고를 이야기 했다.

B2B, B2G에 대한 제안서는 사내에서 많은 프로젝트에 참여해보았지만 프로젝트 실무수행자로서는 처음이었기에 부담감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술 기운이 약간 오르긴 했지만 한마디를 하라하셨고 이때다 싶어 2달동안 느낀 감정에 대해 말씀드렸다.

 

"20명이 상주 가능한 넓은 TF 공간에서 많은 조직과 구성원이 TF멤버로 있긴 하였지만, 컨설팅사 상주인력2명과 저 이렇게 3명만 항상 자리를 지켰던 것 같습니다. 30대 초중반의 나이를 가진 3명이 이렇게 큰 프로젝트 제안을 맡게되어 사실 다른 컨소시엄이나 관계사가 보기에 나이로 무시를 당하지 않을까 하는 선입견이 저는 가장 두려웠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오는 결과물로서 우리의 과정들을 다 증명하겠다라는 일념으로 모든 역량을 투입하였고 다행히 만족할만한 수준이 나와서 이제는 부담감을 조금 내려놓아도 될 것 같습니다."


식사자리가 끝난 뒤 별도로 전화를 주시며 고마움을 따로 전해주셨지만 이번 2달의 기간은 매일 꿈에서도 나올정도로 압박감이 매우 컸었다. 컨소시엄 4개사, 유관부서 7개조직, 관계사 2곳, 발주기관 등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의 전화와 메일을 받느라 녹초가 되기 일상이었고 아마 기간이 더 길었다면 번아웃이 되었을 것이다. 그렇게 나는 제안서를 제출하자마자 긴 휴가를 등록하였다.


#4. 제주도로 떠나며

1년에 한번씩, 특히 날씨가 더워지는 여름쯤 제주도 자전거 일주를 하곤 했다. 통상 3~4일정도의 일정을 잡았으나 이번만큼은 조금 쉬어가고 싶어 중간중간 서핑일정과 함께 7일 가량의 기간을 잡았다. 서울에서의 제안작업은 효율적으로 일하며 보낸 회사를 위한 시간이었지만 효율적이지 않은 일을 일부러 하는 이 여행은 나를 위한 작은 숨구멍이다. 완전히 효율적이고 필요한 일만 하는 인생을 감히 상상할 수 있을까, 때로는 비효율적이고 필요하지 않은 것들이 우리의 삶을 지탱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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