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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맥가 Oct 19. 2020

UX 디자인, 과도기를 겪으며...

웹디자이너의 사춘기

"UX 디자인 측면에서 해당 UI는 이처럼 진행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분위기가 싸합니다. 사무실내 난다 긴다 하는 놈들을 모아놓고 회의를 시작했건만, 당최 이놈들 알아먹질 못합니다. 설득력이 없는 걸까요? 아님 그들이 무지한 걸까요? 돌이켜보니 그간 실무를 지내며 겪은 '디자인을 모르는 자들'과의 대화는 늘 오늘과 같았습니다. 아이덴티티와 UX를 위해 몇 년간 유지해 온 디자인. 단순 질린다는 주관적인 이유로 변형을 강요하고, 그것에 손사래 치면 우리는 능력 없는 놈이 됩니다. 많은 자료 조사와 나름의 설득력을 지닌 논리조차 돈과 권력으로 쉽게 저며집니다.


혹 운이 좋아 그들을 설득시켰다 해도 내가 고집한 것들을 적용하려면 기획, 마케팅, 운영, 디자인, 개발 등 각 파트에서 많은 것들이 변경되어야 합니다. 애초 예상했던 것보다 작업량이나 난이도가 증가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 반려당하게 되죠. 꿈을 꾸고 깨어난 듯, 아무것도 변한 게 없습니다. 그저 시간만 흘렀을 뿐.


오히려 신규 프로젝트가 더 수월합니다. 경쟁사나 그 외 참고할 것들을 찾아 보다 나은 UX/UI를 적용하면 되니까요. 내 손을 거치지 않고 전임자로부터 개발되어 유지된 오래된 제품. 그것에 변형을 가하는 것엔 더 신중해야 합니다. 자칫 내 주관 섞인 고집으로 기존 사용자들의 경험을 무시하는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UX 디자인'이라는 용어가 실무에 자리 잡고 나서 제가 겪고 결론 지은 것들입니다. 이쯤 되면 'UX 디자인'이라는 것. 계륵 같습니다. 모르면 무시당하고 알아도 딱히 쓸모가 없습니다. 적어도 삼류 바닥의 실무에선 그럴 확률이 높습니다. 회사를 옮겨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첫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면 그 확률은 사무실 천정까지 치솟습니다. 개개인이 가진 사용자 경험을 모두 아우르며 설득할만한 충분한 논리가 필요하거든요. 사람들과의 친분 또한 없으니 나의 주장이 쉽게 먹힐 리 없습니다.


더욱이 이러한 논리. 하루아침에 생겨나지도 않습니다. 초등학생에게 어떤 문제에 대한 논리를 물어 좋은 답을 얻기 힘들듯이, 누군가를 설득할만한 논리를 쌓으려면 많은 시간을 소비하며 다양한 경험을 해야 합니다. 일개 평사원의 주장과 장급의 주장이 차별받는 이유. 단순 계급 차이에서 오는 문제만은 아닌 겁니다.


1년 내내 추운 극지방 사람들에게 냉장고를 팔아보자


평균 기온이 영하를 유지하는 극지방 사람들에게 냉장고를 판매하는 일. 만약 이 일화를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면 '피식'하고 웃어버립니다. 


"뭔 미친 소리야. 이미 추운 동네에 냉장고를 판다니!?"


아래와 같은 논리로 설득을 시작합니다.


- 영하의 극지방에서 신선식품을 밖에 내놓으면 모두 얼어버린다.

- 거주공간은 영상의 온도를 유지하나 편차가 존재하고 식품을 보관하기엔 다소 높은 온도이다.

- 위를 근거로 극지방 사용자에게 2~3도를 유지하는 냉장고를 판매할 수 있다.

- 판매에 성공하면 불모지를 개척하는 것과 같다. 블루오션이다.


설득이 되었다면 다양한 마케팅 계획이 수립되고 기존 제품에 변형이 가해집니다. 단적인 예를 들어 접근해보면 냉동 기능을 제외한 냉장기능만 갖춘 제품이 만들어지겠지요. 허나 쉽지 않았을 겁니다. 쉽게 설득되지 않았을 겁니다. 판매하려는 놈들도, 그것을 사야 할 놈들도 말이죠.


현 실무에서 UX 디자인을 대하는 자세 또한 위와 비슷하다 생각합니다. 기존 고정관념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고, 중요성 또한 느끼지 못하고 있죠. 베낄만한 UI가 있다면, 그리고 그것이 대중성을 충분히 지니고 있다면 별다른 고민 없이 좋은 UI/UX라 판단하고 따라 합니다. 상향 평준화된 제품을 가진 한국 온라인 시장의 고질적인 문제입니다. 대기업의 유명 제품엔 정말 아쉬운 부분이 없는 걸까? 그저 따라 하기만 하면 모든 사용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걸까? 고민해봅니다. 고민해야 합니다.


기프티콘, 카카오 선물하기의 UI/UX


요즘 세대라면 한 번쯤 사용해봤을 카카오톡의 선물하기 기능입니다. 택배형태로 배송되는 제품엔 큰 문제가 없지만, 배달되는 제품들은 사소한 문제를 갖고 있습니다. 만약 거주지 근처에 교촌치킨 매장이 없는 친구에게 교촌치킨 기프티콘을 선물한다면, 친구는 기프티콘을 사용할 수 없게 되죠. 선물 받은 거라 되돌려주기도 뭐하고 환불하기에도 참 난감합니다. 이마저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제품 금액의 90%만 환불 받을 수 있죠. 일종의 상술로도 보입니다.


이러한 실수를 줄이고자 이미 해당 이슈를 경험한 사용자라면 선물 받는 사람의 주소지를 네이버 또는 구글 지도에 검색해 해당 지역에 매장이 존재하는지를 우선 검색합니다. 지역 내 배달/교환 가능한 선물만 하게 됩니다. 자, 그럼 이 행위를 기능으로 만들어 카카오 선물하기 쪽에 추가하는 것 어려울까요? 불필요할까요?


카카오는 다음을 흡수하여 '카카오 지도'라는 좋은 서비스를 갖추었습니다. 조금만 더 고민하고, 개발적으로 어렵지 않다면 선물하기 페이지 내에 지도 검색을 기능으로 추가해주면 될 일입니다. 최소 선물 받을 당사자의 주소지중 동이라도 검색해보고 받은 선물을 잘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 줄 수 있습니다. 사용자 편의성 측면에서 품질이 나아집니다. 더 나아가 위치기반 서비스를 활용하여 선물 받을 이용자의 주요 위치 동선 파악. 그것을 데이터화하고 이용자가 주로 머무르는 지역에 해당 매장이 존재하는지를 자동으로 체크할 수 도 있습니다. 불가능한 게 아닙니다. 거대 기업의 제품이라 해서 완전무결한 게 아니라는 걸 말하고 싶습니다. 그런 건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모든 제품은 저마다 단점을 지니고 있고, 그것을 극복해 나아가는 것. 그것이 우리의 주 업무입니다.


개인적으로 결론을 지었음에도 불구하고 미련이 남아 또다시 계란으로 바위 치는 짓을 합니다. 고갈되었던 열정을 다시 채우고 사무실내 UX무관심자들을 설득하기 시작합니다. 디자인을 모르는 자들에게 디자인을 떠듭니다. 디자이너는 전문직이고, 곧 내가 전문가니 컨펌 또한 제 쪽에 포커스를 맞출 수 있도록 유도합니다. 객관성이요? 어차피 나의 디자인에 태클을 거는 자. 그가 지껄이는 의견 또한 객관적이 못합니다.


누군가를 잘 리드(lead) 하기 위해 읽기(read)를 다시 시작했고, 옳음(right)을 판단하기 위해 글쓰기(write)를 합니다. 가벼운 말장난으로 치부될 수 있지만, 그 편에 맞다 생각합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입니다. 미련한 글쓰기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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