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아리따움' 웹사이트를 리디자인 중인 어떤 디자인 초년생을 위해 작성된 글입니다. 주관적인 사견이 많이 담겨있고, 이해를 돕기 위한 각종 과장과 예측이 있을 수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맥가입니다. 글이 길어질듯해 답글로 대신합니다. 다른 글에서 누차 말씀드렸다시피 디자인은 취향을 타고, 저는 옛날 디자이너입니다. 그러한 까닭으로 디자인보다는 리디자인 목적 자체에 의미를 두고 피드백드려봅니다. 읽어보시고 뭔가 다른 방식으로 접근을 꽤 해 보시기를 개인적으로 바라고 있습니다.
먼저 디자이너가 특정 서비스를 리 디자인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를 찾아봅니다. 당장 떠오르는 것. 아래와 같습니다.
- 기존 디자인의 변화를 주어 시각적 단점을 보완/개선
- UX상 불편한 부분을 해소하여 사용성을 증진시키거나 매출 증대 대안을 제시
서비스 리뉴얼의 목적과 같습니다. 단순 시각적인 부분으로의 접근을 떠나서 서비스 자체의 개선을 시도합니다. 대다수의 주니어들이 첫 번째에 해당하는 '시각적 개선'에만 치중해 리디자인을 실행합니다. 사실 그마저도 잘 이뤄지지 않습니다. 어렵거든요. 그렇게 마무리된 디자인 산출물이 우리가 마주하게 될 구인자에게 먹힐 가능성은 극히 희박합니다. 주로 이런 대답이 돌아옵니다.
"기존 디자인과 제안주신 디자인의 차별점이 무엇이죠?"
대부분 대답하지 못합니다. 기껏해야 색상, 레이아웃 등을 떠들죠. 그게 전부입니다. 그렇게 우리의 이력서와 포트폴리오가 휴지통에 처박힙니다. 이런 식의 인터뷰, 만약 1대다(여러 명의 지원자와 함께 할 경우)의 면접이라면 남들이 뱉지 못하는, 그들에겐 없고 나에게만 있는 어떤 무기가 있어야 합니다. 1초라도 더, 한마디라도 더 뱉어야 상대방에게 나를 각인시킬 수 있습니다.
아래부터는 올려주신 시안 작업에 도움이 될만한 단서들입니다. 화장품과 관련한 프로젝트는 저도 실무를 지내며 2~3번밖에 해보지 못했습니다. 시안을 올려주신 날 새벽. 작은 도움이나 될까 하고 찾아봤습니다. 먼저 타깃부터 살펴봅니다.
'아리따움' 키워드의 사용자 통계 (성별/연령별)
'아리따움'은 아모레퍼시픽 계열 브랜드로 역사가 꽤 오래되었습니다. 오래된 만큼 충성 팬이 많죠. 핵심 타깃이 20~30대라 판단하고 시안을 작업했다면 오판이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오히려 뒤쪽을 봐야 합니다. 30~50대층을 말이죠. 타깃 연령을 파악하면 그들의 선호도에 따라 디자인이 달라져야 합니다. 20대 친구들에게 나의 디자인에 대해 묻기보단, 30~40대 여성들에게 평가받는 게 타당하죠.
해당 키워드의 검색량 (2019.11~2020.11)
검색량을 살펴보면 사용자의 패턴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저 지글거리는 그래프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나름의 규칙성이 보입니다. 그래프상 높게 치솟은 지점. 대부분 '목요일'입니다. 믿기 힘들다면 직접 확인해보세요.
아리따움뿐만 아니라 동종의 화장품 브랜드들의 검색량 또한 목요일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아마도 '코로나 사태'로 인해 소비자의 매장 방문이 위축되었을 테고, 구매 활동이 택배 형태로 전환된 이유도 있을 겁니다. 배송기간 2~3일 따지면 적어도 수요일이나 목요일에 제품을 구매해야 '토요일'에 제품을 받아볼 수 있죠. 아리따움의 똑똑한 담당자들이 목요일보다 하루 빠른 수요일. 소비자를 잡기 위해 광고를 집행하는 이유입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시장 상황' 이어서 말씀드려봅니다. 일단 소비자의 외부 활동이 줄었습니다. 재택근무로의 전환, 외부활동 자제. 여성이 아닌 남성이라 뭐라 단언할 순 없지만, 적어도 거울 앞에서 화장하는 빈도는 확실히 줄었을 겁니다. 나가서 사람 만나는 일이 없을 테니까요. 이로 인해 그들의 주력 제품군에 변화가 있었을 겁니다.
시밀러웹을 통해 본 아리따움의 유입 키워드 Top 5
'아이오페'라는 키워드가 눈에 들어옵니다. 해당 제품군은 스킨케어와 연관이 있는 기초 제품군입니다. 메이크업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이러한 것을 기반으로 사이트에 주로 노출할 주력 제품을 판단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해피수요일 이벤트에 노출되는 제품 또한 '한율'과 '아이오페'로 메이크업 보단 스킨케어 쪽으로 관심도가 집중되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리따움과 그립에 대한 기사 발췌문 (동아일보)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의 쓰나미로 '라이브 커머스'가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위 기사에서 언급된 바, 아리따움이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인 '그립'에 투자한 이유도 같은 맥락입니다. 상상해볼까요? 현 시안. 상단부에 섹션을 하나두어 그립내 아리따움 제품을 홍보하는 라이브 방송을 노출시키는 상황을 말이죠. 아리따움 측은 라이브 커머스 콘텐츠를 얻고, 그립 측은 아리따움 사이트를 통해 그들의 서비스를 홍보할 수 있죠. 서로가 윈윈 하는 그림이 나옵니다.
올려주신 시안 하단부. 인스타그램에 '숍' 기능이 추가되었습니다. 가능하다면 일반적인 포스팅을 당겨오는 것보다 숍 기능을 연관 지어 변화를 시도해보는 것을 제안합니다.
마치며...
우리 같은 디자이너가 대형 화장품 브랜드사에 입사하기는 좀처럼 쉽지 않습니다. 대다수가 작은 화장품 브랜드에 입사하고 그 안에 존재할 디자이너 그룹은 꽤 작습니다. 보통 1~2명의 디자이너가 각종 기획전, 상세, 썸네일, 사진 보정/편집 업무를 수행하죠. 바꿔 말해 우리의 면접관. 디자이너가 아닌 MD 또는 기획자일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로도 열악한 업무 환경으로 디자인 이상의 것을 요구하죠. 상품을 보는 안목이나 기획력 등이 필요해집니다. 그러한 것들을 요구하는 자에게 디자인으로 어필하는 것. 크게 와 닿지도 않고 임팩트 또한 없습니다. 다른 디자인 지원자들과 차별성 또한 사라집니다.
코로나로 인한 팬데믹. 구매한 화장품의 사용빈도 또한 떨어질 테고, 제품의 구매주기 또한 바뀝니다. 쉽게 말해 기존 제품 하나를 구매해 한 달 쓰던걸, 몇 달에 걸쳐 써야 한다는 결론을 내고 있는 겁니다. 제품의 용량을 줄이고 단가를 낮춰 저가 정책으로 네이버 핫딜을 노린다거나, 소비자 부담을 덜어주는 여러 아이디어들.
위와 같은 노력과 통찰력들이 포트폴리오에 녹아들기를 바라고 있고, 우리를 마주한 면접관이 수긍의 '끄덕임'을 하는 것 또한 바라고 있습니다. '폴리매스'의 시대. 디자인 너머의 것들에 관심을 가져보세요. 단언컨대 결국 제너럴리스트가 살아남습니다. 항상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