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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맥가 May 17. 2021

UI/UX디자이너가 되고싶어요

어느 웹디자이너의 고민

자네 이미 UI/UX 디자인을 하고 있다네... (일본 만화책은 우에서 좌로 ←)


디자인 관련 커뮤니티를 기웃거리다 보면 쉽게 접할 수 있는 고민이죠. 웹디자인 실무를 몇 년 경험한 자도 "UI/UX 디자이너가 되려면 뭘 해야 하죠?"라고 묻고, 웹디자인 학원 과정을 수료한 자도 이 같은 고민으로 다시 UI/UX 디자인 학원으로 향하죠. 마치 100m 달리기 선수가 "저 이제 육상선수가 되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상황과 같아요.


이미 해당 직무를 수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향하고 싶다 외치는 모순적인 상황. 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 큰 이유를 몇 가지 찾아보면 아래와 같아요.


몇 년 사이 급변한 직무적 표현이 주는 혼선(웹디자이너 > UI/UX 디자이너)

본인 직무에 대한 이해도가 낮음에서 오는 문제

UI/UX 디자인에 대한 개념 부족에서 생기는 오해

업무 경계 들먹이며 정말 디자인만 하던 자의 불안 심리로부터 발생


먼저 위와 같은 고민에서 빠르게 벗어나려면 용어가 주는 혼선부터 해결해야 해요. 꼰대가 지껄이는 옛날 얘기에 귀를 기울어야 합니다. 왜냐고요? 꼰대가 알려주는 과거의 것은 생각보다 중요한 것이니까요. (과거의 경험을 후대에 전파하는 늙은 꼰대가 없었다면, 젊은 꼰대 중 대부분은 불에 타 죽거나 독버섯을 먹고 죽었을 테니 말이죠.)


한국땅에 '웹디자이너'라는 직군이 생기기 이전에 'UI(GUI) 디자이너'라는 직군이 이미 있었습니다. 1990년대 후반. 인터넷 산업이 급팽창(닷컴 버블)하면서 웹사이트를 디자인하는 자들의 수요가 급증했고, 정작 UI 디자이너라는 명칭으로 자리 잡았어야 할 그들이 좀 더 세분화되고 직관적인 명칭인 웹디자이너로 자리 잡게 되었죠. 이들은 웹에 국한된 UI 디자인 작업만 주로 실행했으니까요.


그렇다고 그들이 단순히 UI업무만 봐왔느냐를 따지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현 실무 UX 디자인이라 불리는 업무도 함께 해왔어요. 오늘날 UX 디자인 이론이라 불리는 것들. 웹디자이너라는 직업이 생기기 훨씬 이전부터 있어왔던 것들이고, UX 디자인이라는 용어를 널리 전파한 도널드 노먼 역시 이러한 이론들을 탐구하고 실무에 적용해 온 사람이죠.


모바일이라는 판도라의 상자


1차적인 혼란의 원인으로 업무의 범위가 확대되었어요. PC 브라우저상에 출력되던 웹페이지를 가공하던 업무에서 모바일 웹, 모바일 앱까지 디자인 업무 영역이 확장되었으니까요. 웹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역의 UI 디자인을 소화하다 보니 이때부터 웹디자이너라는 명칭이 어울리지 않게 되었죠. 따지고 보면 이때를 기점으로 UI 디자이너 또는 GUI디자이너라고 불렸어야 하는 게 맞다 봐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미 입에 붙은 표현. 쉽게 떨어지지 않았죠. 퍼블리셔라는 표현이 그러했듯이.


그 후로 UX 디자인의 가치가 상승하면서 중요도가 높아지기 시작했어요. 특히나 실무에서 말이죠. 웹디자인이 붐이 었던 초기 시절을 살펴보면, 사용성보다는 어떤 미적인 것들에 열중했어요. 대표적인 사례가 플래시를 활용한 올 플래시 사이트죠. '예쁜 쓰레기'라는 아이러니한 표현. 늦게나마 정신을 차린 디자이너 집단은 바우하우스에서 떠들던 '실용주의'를 바라보기 시작했어요. 과도기를 거치며 정말 중요한 게 무엇인지 깨닫게 된 거죠. (사실 이 깨달음 역시도 외국에서 넘어왔어요.)


당시 실무 디자이너들에게 좋은 영감과 엄청난 충격을 동시에 선사했다 (영화 취화선 홈페이지)


화려하며 예쁜 것이 디자인의 좋고 나쁨을 따지는 과거의 기준이었다면, 시간이 흘러 미니멀리즘의 영향을 받아 디자인이 플랫하고 심플하게 변화하면서 좋은 디자인을 가늠하는 기준이 달라졌죠. 자연스레 우리의 디자인이 타당한가를 따지는 논리적인 무언가가 필요했어요. 바로 UX 디자인이죠. 왜 이렇게 디자인되어야 하는지, 어떻게 디자인되어야 사용자를 위한 것이 되는지 등등.


돈이 많아 다양한 인력을 채용하던 대기업과는 다르게 영세한 기업체는 UI 디자인과 UX 디자인을 함께할 사람이 필요했죠. 과거 웹디자인처럼 UI 디자인도 하면서 사용성이나 접근성 등 다양한 걸 체크할 사람들 말이죠. 직무를 일컫는 용어가 합쳐지게 됩니다. 왜냐고요? UI 디자인과 UX 디자인. 모두 디자인이라는 단어를 포함하고 있거든요. 장담컨대 구인광고에 'UI/UX 디자이너를 모십니다.'라고 적는 기업. UI 디자인과 UX 디자인의 개념과 그 이해도가 상당히 낮아요. 애초에 저것을 섞는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문제거든요.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묶어버린 거예요. (맨 처럼 이걸 묶어서 구인 사이트에 올린 놈을 찾아야 합니다...)


함께해야 하지만 엄연히 다른 영역


국내에서만 유독 심해요. 분명 다른 직무임에도 불구하고 저걸 하나로 봐요. 'UI/UX Designer'라는 걸 구글에서 검색해보세요. 검색 결과 중 태반이 한국 글이에요. 해외에선 저걸 한 놈으로 보지 않아요. 두 가지 업무 영역을 동시에 프로페셔널하게 수행하려면 물리적 시간이 상당히 부족하거든요. 물론 경우에 따라 국내외, 두 가지 업무를 동시에 보는 실무자도 존재하긴 해요.


"UI 디자인만으로도 벅차니까 UX 디자이너 뽑아주세요!"


위와 같은 저항. 아무도 하지 않아요. 왜냐고요? 실무를 하고 있는 당사자도 본인이 어디까지 하는 게 맞는지 잘 모르니까요. 게다가 월급쟁이들은 그냥 까라면 까는 거죠. 웹디자이너로 지난 몇 년을 살아온 사람들. 그들을 지칭하는 명칭이 UI/UX 디자이너로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하는 업무 패턴은 크게 달라진 게 없어요. 그저 앱 디자인 업무가 추가되었을 뿐. 상단 이미지 좌측에 UX 디자인 업무. 저걸 실행하는 현직 디자이너 몇이나 될까요? 많이 없어요. 설령 있다한들 수박 겉핥기 식이죠. 애당초 디자인 집단내에서만 해결할 수 있는 업무가 아니거든요. 기획, 마케팅, 개발 파트가 함께 머리를 맞대어야 가능해지죠. 우리의 실무. 한국의 실무가 그래요.


나는 어느 영역까지 이해하고 있는가?


본인의 그릇이, 그러니까 당장 나의 역량 그리고 나의 일터가 UI 디자이너로 전문성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곳이 아니라면 마음가짐을 좀 달리해야 해요. 맨투맨이 아니라 뭔가 지역 방어하는 느낌으로 말이죠. 실무에서 맨날 포토샵이나 XD를 보고 있는 게 아니라, 기획과 마케팅 개발적인 부분에 관심을 가져야 해요. 그래야 UX가 보여요. 어차피 나를 필요로 하는 회사에서 UI/UX 디자이너가 필요하다면, 내가 그리 되어야 하죠. 만약 디자인이 당장 부족한 주니어라면 한동안은 디자인에 집중해야 해요. (근데 말이죠. 그 한동안이 언제쯤인지는 알고 집중하세요. 10년이 넘어도 디자인밖에 모르는 바보가 되기 싫다면.)


파일 첨부하기 기능의 UI, Drag & Drop 방식


어느 날 클라이언트가 찾아와서 위와 같은 파일 첨부 기능을 모바일 화면에서 구현해 달라 요청했다 칩시다. 가능할까요? 불가능할까요? UX 디자인 관점에서 과연 이건 좋은 걸까요? 나쁜 걸까요? 고민해야겠죠. 사무실에서 함께 뭔가를 만드는 개발집단, 모두가 함께 말이죠. 이와 관련한 과거의 사용자 경험을 찾아보고 갖가지 통계와 이론들. 그것이 개발적으로 가능한지 또는 수월한지, 해당 기능을 만든다면 그로 인한 미래 수익성은 어떠한지. 모두 함께 고민해야죠. 디자이너인 우리가 할 일은 그 모든 것을 포함하면서 좋은 UI를 만들어내는 일이고요.


실무를 지내면서 또는 공부하면서 단 한 번이라도 위에 언급한 것들을 고민했다면, 이미 UI/UX 디자이너이거나 올바른 준비를 하는 걸로 볼 수 있습니다. 잘하고 있는 거예요. 그러니 보이는 족족 집어삼키세요. '내가 이걸 공부하는 게 맞나?'라는 식의 고민은 별로 좋은 게 아니거든요. 업무 중에 등장하는 모든 궁금한 것들. 알아야 하는 거니까 궁금한 겁니다. 그렇게 알아가다 보면 언젠가 좋은 UI/UX 디자이너가 되어있을 겁니다.



포지션이나 키 차이는 중요하지 않다. 팀이 승리할 수 있다면 나는 몇 번이고 뛰어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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