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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맥가 May 20. 2021

나의 디자인은 잘 팔릴까?

디자이너가 마케팅에 관심을가져야하는 이유

굳은살이 박인 오래된 실무자도 회의실에서 이리저리 치이다 보면 회의감이 찾아옵니다. '이게 왜 안 먹히지?', '내 디자인이 부족한가?'등의 질문을 나에게 던지게 되죠. 답을 찾아 발품을 팔아봅니다. 그렇게 도착한 곳. 바로 '시장'입니다. 디자인은 상업 미술이고, 상업 미술은 팔려야 그 가치를 인정받습니다. 잘 팔리는 방법을 기록한 여러 글들을 읽다 보면 '심리'라는 단어를 자주 볼 수 있고, 이러한 심리를 상업에 적용한 갖가지 이론들. 우리는 이것을 '마케팅 이론'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네. 오늘은 디자이너가 보는 마케팅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한 입 베어 물면 몸이 얼어붙는 게 국룰이었다 (롯데 빙빙바 TVCF - 강호동)


한 입 먹었을 뿐인데 사람을 북극으로 순간 이동 시키거나, 당장 응급실에 실려가도 모자랄 만큼 저체온증 환자급으로 묘사하는 아이스크림 광고. 무더운 여름, 아이스크림 하나면 더위를 한방에 날려줄 듯한 기대심리. 구라 마케팅의 정점이라는 플라세보 효과로 볼 수 있습니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위와 같은 심리를 시각적으로 돕기 위해 꽤 많은 빙과와 음료 등의 제품이, 청색(한색) 계열을 사용해 시원함을 부각했습니다. 심리로부터 시작한 마케팅 이론이 디자인을 통해 표출된 거죠. 극의 '클리셰'처럼 이것은 아직까지도 대중에게 먹히고 있습니다. 아래부터는 유명한 몇 가지 마케팅 이론을 살펴보며, 그것들이 우리 디자인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가볍게 알아봅니다. 정말 가볍게 봅니다. (더 복잡한 건 저도 모릅...)



클라이언트가 메인 비주얼 영역에 태클을 겁니다


수없이 당했습니다. 웹사이트의 메인. 그것도 최상단에 위치해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비주얼 영역. 웹사이트의 첫인상이라 불릴 만큼 중요한 영역입니다. '갑'인 클라이언트는 "임팩트가 없다", "매력적이지 않다"등의 이유로 수정을 강요하죠. 까탈스러운 클라이언트를 상대할 때, 초반 기선 제압을 잘해야 합니다. 3B법칙*을 시전 합니다.


*3B법칙: 미인(Beauty), 아기(Baby), 동물(Beast)을 광고에 등장시키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궁극의 오의(필살기).


아름다운 여성과 아이 그리고 동물이 등장한다 (현대자동차 그랜저 2021 TVCF)


기억을 돌이켜봅니다. 그간 봐왔던 수많은 광고들. 아름다운 여성과 아기. 그리고 생뚱맞게 등장했던 개와 고양이. 맞습니다. 이 삼총사를 등장시키면 세 가지 요소중 하나는 분명 누군가의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너무 억지스러운 설정만 아니라면, 3B 법칙은 내 디자인을 실드 쳐주는 좋은 이론으로 작용합니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미인(Beauty)이라는 요소는 남성 또는 아름답게 만들어진 제품이 되기도 합니다. 최근 들어 3G법칙도 생겨났습니다. 3G법칙에 등장하는 요소는 할머니(Grandmother), 남자(Guy), 세계(Global)입니다.


추가로 위 사진을 좀 더 살펴봅니다. 인물이 촬영되는 카메라 각도를 말이죠. 우리는 여기서 쓸만한 또 하나의 심리적 이론을 찾을 수 있습니다. 바로 정점이동효과(Peak shift effect)입니다.

 

모두 왼쪽 뺨을 노출하고 있다


너무나도 유명한 작품들입니다. 앞서 소개한 현대자동차의 CF 속 여성과 위 3개의 명화 속 인물 모두. 정면이 아닌 왼쪽 뺨을 노출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정점이동효과의 단적인 예로 관련 글을 찾아보면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사람들은 왼쪽 뺨을 보는 것이 미적으로 기분을 더 좋게 만드는 경향이 있어 선거포스터 사진 촬영에 접목하는 경우도 정점이동효과의 한 예다.
출처: gettyimages


역대 대통령의 선거 포스터 (보기 싫을 수도 있습니다만 우린 공부 중이니...)


위 법칙을 활용해 우리가 힘들게 만든 비주얼 영역의 디자인을 최대한 수비할 수 있습니다. 인물 사진을 반전시켜 오른쪽에 있던걸 왼쪽에 넣어봐 달라는 등 의 요청. 대통령 사진 3종 세트면 무력화시킬 수 있습니다. 암요. 혹시라도 대통령 사진을 보고 분노한 클라이언트가 싸대기를 날린다면 왼쪽 뺨을 내밀어주세요.


중국집 메뉴판의 탕수육 대, 중, 소


낚시의 기본은 미끼, 디코이 이펙트(Decoy Effect)


우리는 '보통'이라는 표현을 참 좋아합니다. 한국에서 참 다양한 의미를 가진 표현이지만 주로 '적지도 많지도 않은 적당한'이란 의미로 통용되죠. 중국집 메뉴판에 나와있는 탕수육 사이즈. 한 테이블 당 4명의 최대 인원. 우리는 여기서도 보통인 '중'자를 주문합니다. 미끼 효과라 불리는 디코이 이펙트(Decoy Effect)입니다. 어느 브랜드의 제품이건 주력 상품이라는 게 있습니다. 그 주력 상품은 좋은 마진율도 포함해야 하죠. 디코이 이펙트의 핵심은 주력상품 주변에 몇 개의 들러리 제품을 배치해, 구매자가 주력상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유인하는 겁니다. 우린 이걸 웹페이지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구글 드라이브의 요금제 선택 화면


많은 서비스의 요금제 화면이 위와 비슷합니다. 선택지가 많지 않죠. 보통 주력상품을 포함해 3~4개의 선택지를 사용자에게 보여줍니다. 기업 입장에서 가성비가 좋은 주력 상품을 선택하도록 사용자를 유도하죠. 유도당하는 사용자는 신기하게도 뭔가를 고르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언젠가 내부 기획자나 클라이언트가 너무 많은 상품 노출을 요구한다면 디코이 이펙트를 설명해주세요. 그리곤 되물어보세요.


"우리 회사 입장에서 이윤이 가장 많이 남는 주력 상품이 무엇인가요?"라고 말이죠.


소주 한 병은 소주잔으로 몇 잔이 나올까?


한국 사람들. 소주를 맥주잔이나 종이컵에 따라먹는걸 참 싫어합니다. 오죽하면 소주잔 사이즈의 종이컵이 등장했을까요. 게다가 잔을 가득 채우는 걸 좋아합니다. 이러한 심리를 상술로 이용하기도 합니다. 소주 한 병을 소주잔에 나눠 담으면 약 7잔이 나옵니다. 홀수로 떨어지죠. 둘이서 먹어도 셋이서 먹어도 결국 술이 모자라게 됩니다. 결국 소주 한 병을 더 주문하게 됩니다. 소주병과 잔의 디자인을 크게 변형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오랜 시간 잘 팔리는 제품. 유심히 살펴보면 저마다 우리가 모르는 다양한 심리와 마케팅 이론이 녹아들어 있습니다. 그것이 디자인이 반영되죠. 뛰어난 기획자나 마케터가 없는 중소기업의 환경에서, 설득력 있고 보다 높은 프로젝트 성공률을 바란다면 마케팅 이론에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찾아보면 전엔 몰랐던 다양하며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훌륭한 이론들이 많습니다. 우리가 공부 중인 UX이론에도 마케팅 이론이 섞여 있습니다. 팔리는 디자인을 고민하세요. 엄청 예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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