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자를위한 UI/UX디자인 개념잡기
커피가 든 종이컵을 실수로 떨구었습니다. 뜨거운 커피가 이리저리 튀며, 나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줍니다. 그들에게 세탁비, 어쩌면 치료비까지 쥐어줘야 할지도 모릅니다. 이런 일은 두 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네요.
신기하게도 위와 같은 일을 겪은 사람은 세상에 참 많습니다. 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종이컵이라는 제품을 사용하면서 비슷한 경험을 했고, 아직까지도 그 경험은 진행 중입니다. 네. 오늘은 제품과 경험. 바로 UI/UX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UI/UX 디자인이라는 용어를 처음 접하는 많은 분들이 본 개념에 대해 어려워합니다. 간혹 이러한 질문을 하기도 합니다. "UX 디자인을 하려면 무슨 툴을 공부해야 하죠?"라고 말이죠. 디자인을 실무를 지내던 저도 처음 UX 디자인이라는 용어를 접했을 때 마찬가지였습니다. 용어에 포함된 '디자인'이라는 단어가 사람을 참 혼란스럽게 만들죠. UX 디자인이라는 단어를 'UX설계'로 바꿔 읽으면 좀 쉬워질까요? 인터넷을 뒤져보면 UI/UX개념에 대한 좋은 글들이 참 많습니다. 이건 그마저도 어려운 분들을 위한 글이며 쉬운 글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생각합니다. 아래부터는 과거 저처럼 UI/UX 디자인의 개념이 어려운 분들을 위해 종이컵을 예로 들어 쉽게 풀어내 보려 합니다. 실무적인 용어도 가급적 자제했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실제 역사와 무관한 설정이 다소 포함되어 있습니다.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먼저 종이컵의 사용자 인터페이스(User Interface)를 살펴봅니다. 종이 재질로 된 하단이 막혀 있는 동그란 원통 모양. 간혹 'UI'를 떠올리실 때 디지털적인 것(모니터 화면 안에 보이는 버튼이나 창 따위)만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직접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마우스, 키보드 등 물리적인 것들도 UI에 포함됩니다.
자 이제 종이컵이라는 제품이 맨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를 상상합니다. 종이컵의 등장으로 시장에 많은 변화가 있었죠. 음료를 종이컵에 받아 매장을 나갈 수 있게 되었고, 따로 설거지가 필요하지 않아 인건비도 절감할 수 있었죠. 이러한 장점들. 그러니까 사람들이 경험하고 '좋다'라고 판단한 것들. 우리는 이것을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이라 부릅니다. 종이컵이라는 제품(UI)의 등장으로 전에 없던 새로운 사용자 경험(UX)이 탄생한 거죠.
헌데 장점만 있었을까요? 아니요. 맨 처음 종이컵이 등장했을 때 사용자가 겪었던 '나쁜' 경험도 존재합니다. 뜨거운 커피가 금방 식는다거나, 음료를 쏟아 누군가에게 피해 주는 일. 종이 사용량이 증가해 많은 나무를 잘라내야 했고, 쓰레기와 관련한 환경적인 문제도 생겨났죠. 이러한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당시의 UX 디자이너가 다양한 분석과 조사를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쏟아냅니다. 그가 할 일은 주로 그런 것입니다.
"종이컵에 뚜껑을 만들어서 씌우자!" UX 디자이너의 아이디어로 종이컵 뚜껑이라는 새로운 UI가 만들어집니다. 아마도 맨 처음의 뚜껑은 그저 컵을 덮는 수준에 불과했을 겁니다. 여러 번의 테스트를 거치며 시음이 가능하도록 큰 구멍을 뚫고, 음료를 마실 때 내부가 진공상태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조그만 구멍도 추가했죠. 그 과정에서 UX 디자이너는 사용자 테스트, 시장조사 등 다양한 분석을 실행했고 UI 디자이너는 설계도를 그리고 시제품 제작 등의 업무를 진행했을 겁니다. 그렇게 대중 앞에 종이컵 뚜껑이라는 게 등장했고, 사람들은 또 다른 사용자 경험을 하게 되었죠. 나아진 UI로 인해 나아진 UX.
그 후로도 UX 디자이너는 지속적으로 사용자와 시장을 살피며, 크고 작은 단점을 찾고 보다 나은 사용자 경험을 위해 몰두했을 겁니다. 세상 완벽한 제품이란 존재하기 어려우니까요. UI 디자이너는 그러한 UX 디자이너의 의견과 자료를 받아 새로우며 아름다운 제품을 만들고자 노력했죠.
따지고 보면 완전 분리된 업무 영역이라 보기 힘듭니다. 단순 UI 디자이너라고 해서 사용자가 겪을 불편을 외면하거나 보다 나은 사용자 경험을 모르는 게 아니니까요. 물리적인 업무 시간을 고려해 철저한 분업을 시도하는 겁니다. UI 디자이너가 시각적인 개선에 몰두할 때, 그것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통계나 심리를 기반으로 한 논리. 지속적인 사용자 검증 등을 UX 디자이너가 실행하는 거죠. 예측을 하기도 합니다.
'UI/UX 디자이너를 찾습니다.'라는 구인광고를 통해 현 회사에 입사했거나 비슷한 교육과정을 거치고 있다면, 우리는 위에 언급한 것들을 실무에서 해내야 합니다. 물론 그 정도와 깊이의 차이는 존재할 겁니다. UX업무를 완벽히 수행하는 것은 그리 만만한 게 아니니까요. 디자인 외적인 부분에서 발생되는 UX이슈도 다수 존재합니다. 어쩔 수 없이 UX디자인에 대한 고민은 사무실에서 함께 일하는 모두의 공통 과제가 됩니다. 그리되는 게 맞습니다.
UX 디자인이 국내 실무에 자리 잡은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UI/UX 디자이너라는 명함을 가진 우리가 어떤 선구자적인 사람이 되어보는 건 어떨까요? 힘들고 어렵겠지만 계속하다 보면 잘할 수 있지 않을까요? 실무에서 UI/UX 디자이너로 일하고 계시는 모든 분들. 그리고 지망생 여러분. 매일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