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은 도대체 왜 그랬을까요? 무엇이 그 사람을 그렇게 괴물로 만들었을까요?" "혹시 제가 그 사람의 화를 돋울 만한 행동을 했던 걸까요?"
상처를 입은 후 우리는 끊임없이 가해자의 '동기'와 '이유'를 추적합니다. 그의 가정환경, 성격적 결함, 혹은 그날의 상황을 분석하며 사건의 실마리를 찾으려 애쓰죠. 하지만 가해자의 서사에 몰입할수록, 아이러니하게도 내 인생이라는 소설의 주인공 자리는 다시 그에게 넘어가게 됩니다. 오늘은 사건을 바라보는 렌즈를 가해자가 아닌 '나'에게로 돌리는 법을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우리가 가해자의 이유를 궁금해하는 이유는 그래야만 이 비극이 '납득'될 것 같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악의에는 이유가 없는 경우가 많고, 설령 이유가 있다 한들 그것이 당신의 고통을 정당화해주지는 못합니다.
관점을 바꿔봅시다. 가해자를 인격적인 주체가 아닌, 갑자기 들이닥친 '태풍'이나 '지진' 같은 자연재해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태풍이 불어와 집이 부서졌을 때, 우리는 "태풍은 왜 하필 우리 집으로 왔을까?"라며 태풍의 마음을 분석하지 않습니다. 그저 부서진 집을 어떻게 수리할지, 앞으로 어떻게 더 튼튼한 집을 지을지에 집중하죠. 가해자에게 부여했던 '인격적 의미'를 거두어들일 때, 비로소 당신의 에너지는 당신의 복구 작업을 위해 쓰일 수 있습니다.
사건의 서사가 가해자 중심일 때 우리는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라는 질문에 갇힙니다. 이 질문은 우리를 과거의 피해 순간으로 계속 끌어내립니다.
하지만 서사의 주인공을 '나'로 바꾸면 질문이 달라집니다. "이 폭풍우가 지나간 자리에서 나는 무엇을 배웠는가?", "이 상처를 안고 나는 어떤 사람으로 성장할 것인가?"
질문이 'What now'로 바뀌는 순간, 당신은 사건의 수동적인 희생자에서 자신의 삶을 재건하는 능능동적인 건축가가 됩니다. 고통의 원인을 분석하는 대신, 고통 이후의 삶을 설계하는 데 집중하십시오. 그것이 서사의 주권을 되찾아오는 첫걸음입니다.
정신과 의사였던 빅터 프랭클은 나치의 강제 수용소라는 지옥 같은 환경에서도 살아남았습니다. 그는 수용소 안에서 나치 대원들이 왜 그런 잔인한 행동을 하는지 분석하는 데 함몰되지 않았습니다.
대신 그는 **'나는 이 고통의 시간을 어떻게 의미 있게 기록할 것인가'**라는 자신만의 서사를 만들었습니다. 그는 머릿속으로 미래에 대학 강단에서 수용소의 경험을 강의하는 자신의 모습을 끊임없이 편집해 넣었습니다. 가해자들이 쓴 '죽음의 시나리오'를 거부하고, 스스로 '생존과 승리의 시나리오'를 쓴 것입니다. 그는 나치가 자신의 육체는 가둘 수 있어도, 자신의 삶을 정의할 수 있는 '마지막 자유'만은 빼앗지 못한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우리는 과거의 상처를 떠올릴 때 가해자가 나를 비웃던 표정, 나에게 던졌던 말들을 '클로즈업'해서 기억합니다. 가해자가 연출한 그 끔찍한 장면이 내 기억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두는 것이죠.
이제 당신이 편집자가 되어 그 장면을 '풀샷(Full shot)'으로 멀리서 바라보십시오. 그리고 그 장면 뒤에 이어지는 당신의 눈물겨운 노력들, 다시 용기 냈던 아침들, 나를 위로해준 소중한 사람들과의 시간들을 더 크게 편집해 넣으십시오. 가해자의 악행은 당신 인생이라는 긴 영화 속의 짧은 악역 출연일 뿐입니다. 그 영화의 전체 주제와 결말은 오직 감독인 당신만이 결정할 수 있습니다.
상처는 당신이 선택한 것이 아니지만, 그 상처를 당신 인생의 이야기 속에 어떻게 배치할지는 지금 당신의 손에 쥐어져 있습니다. 가해자의 서사에서 로그아웃하고, 오직 당신의 이름으로 쓰인 새로운 챕터를 시작하십시오.
오늘의 마음 미션
주어 바꾸기 연습: 나에게 상처 준 사건을 '나'를 주인공으로 해서 한 문장으로 다시 써보세요. 가해자의 이름은 빼고 나의 행동과 감정에만 집중해 보세요. (예: "그가 나를 무시했다" → "나는 부당한 대우 앞에서도 나의 존엄을 지키려 애썼다.")
사건의 객관화: 나에게 일어난 비극을 '갑자기 찾아온 폭풍우'라고 가정해 봅시다. 폭풍우가 지나간 뒤, 당신이 가장 먼저 수리하고 돌봐야 할 당신 마음의 구석은 어디인가요?
다음 챕터 제목 짓기: 당신 인생이라는 책의 현재 페이지를 넘긴다면, 다음 챕터의 제목을 무엇으로 짓고 싶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