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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st E May 07. 2024

소거법

오늘의 생각

한라산을 숨 가쁘게 오르며 생각했던 건지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온몸으로 맞으며 내려오던 길에 생각했던 건지 어쩌면 어린이날 답지 않은 비바람의 날씨에 몸이 편안하고 시간이 흘러넘친 연휴의 어느 날 생각했던 건지, 

기억나지 않는다.


소거법


삶은 

하고 싶은 일, 갖고 싶은 것들을 얻기 위해(채우며) 노력하고  

얻으면(채워지면) 소유욕도 자격지심도 사라지고 간절함과 아직 미완성일 때 갖고 있던 막연한 희망도 사라졌다.


내가 가지는 건 궁극으론 '이거 별거 아니 없네'의 감정에 도달했다.

굳이 말하자면 그렇게 나쁜 것만도 아니었다.

'(가져 봄으로써) 재가 가진 것도 별거 아니었네'의 질투 어린 시선마저 깨끗이 사라졌으니.


이런 사이클은 무한의 굴레처럼 돌고 돌았고, 

이게 삶이고 인생인 듯했다.


그게 산에 오를 때의 육체적 힘듦이 가져다준 현타의 깨달음인지 

우의 없이 비를 맞으며 내려올 때 느꼈던 초라함의 깨달음이었는지 

연휴 동안 한가하게 놀며 스며든 깨달음이었는지 

정말 기억나지 않는다.


어차피 이런 게 인생이고 내가 지금 알게 된 사실이 인생의 변함없는 진리라면 

난, 차라리 소거법이 나에게 더 어울린단 결론에 도달했다.

해 보고, 가져보고, 채워보고 별거 없네는 경험의 빅데이터라도 될 테니깐.


결국 한 가지를 얻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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