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해한 나의 일기
아침에 입고 나간 치마 밑단으로 쌀쌀해진 밤바람이 들어왔다. 발목이 시려 오더니 이내 상체까지 으슬으슬 떨리기 시작했다.
날씨가 추워지니 따뜻한 나라가 그립다.
가난한 사람들은 추운 계절이 있는 나라에 살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자들은 이런 나라에 살고 가난한 사람들은 사계절이 따뜻한 나라, 아니 사계절이 없는 나라 조금은 나른해져도 좋은 나라에 살면 얼마나 좋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부자로 살기엔 그른 것 같은데, 의식의 흐름은 따뜻한 나라로 이민까지에 이르렀다.
보고 듣는 것이 중요한 건 어린애들만이 아니었다.
얼마 전에 봤던 영화의 계나가 생각났다.
그래, 계나는 이런 마음이었구나.
그립다, 남쪽나라.
우리나라에선 더 이상 남쪽으로 갈 곳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