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스크랩

도파민 준중독

by 우이안

시기로는 한 오 년쯤 되었나, 난 하시에 즐거움을 느꼈다.


아이폰 카메라로 나의 일상을 기록하는 취미가 생겼다. 사진을 썩 예쁘게 혹은 재미있게 찍을 줄 아는 것은 아니지만-그것이 의미하는 바도 알지 못한다- 마음에 들도록 만드는 것은 쉬웠다. 난 취미가 참 많은데도 그렇게 여기겠다고 생각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나의 언어로 표현하자면, 진하고 묵직한 감상을 주는 것이 좋다. 이런 데서 ‘기억’과 ‘기록’에 집착하는 성미가 슬 보인다.



정방형에 노출값을 낮췄다. 해서 내 갤러리는 다소 어둡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런 규칙 속에서도 난 자유로움을 더하고자(느끼고자) 색과 조명을 건드려보기도 한다. 독서 중에도 하이라이트는 책갈피나 인덱스를 활용하기보다 사진을 찍어두는 편이다. 이렇게 수집된 대부분의 사진이 개인 인스타그램에 게시된다. 이러한 나만의 방식이 존재하기 이전에는 메모장에 자주 남겼던 것 같다. 인상 깊은 영화 대사도 마찬가지였다.



최근엔 독서 모임에 나가게 됐다. 처음 모임을 나가기 바로 전날이었던가, 여행 중에 책을 읽는 시간이 생겼는데 일곱 살 이후 처음으로 앉은자리에서 한 권을 완독 했던 것 같다.-2박 3일 여행에 책을 겨우 한 권 챙겨간 내가 참 스스로 성에 안 차기도 했다- 여하간 카페에서 진행한 모임이었는데, 그곳은 친구나 가족 단위의 손님들이 많은 카페였다. 귀로 들어오는 정보가 상당했다. 앞에서 봤듯이 평소에도 썩 좋지 않다 평가하는 내 집중력이 한 번 더 시험을 당하는 시간이었다.


이 뒤로 발생한 이벤트가 바로 내가 이 글을 쓰게 된 계기이기도 한데, 각자 독서 활동을 마치고 본인이 읽은 책을 소개해 주거나 감상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그날 읽은 책 안에는 여러 사진이 삽입되어 있었다. 작가가 직접 찍은 사진들이 퍼석퍼석한 종이에 인쇄되어 있었다. 서론만 줄줄이 늘여 쓰긴 했다만 이는 크게 중요한 대목이 아니기에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그 책을 읽는 내내 우울감에 싸여있었던 내가 단 하나의 사진으로 생각의 전환을 경험했다. 아주 가까이에서 찍힌 바다 사진이었다. 지평선도 없고 조개도 없고 모랫바닥과 윤슬만 담은 그 사진의 대비와 색감이 꼭 내 갤러리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줬다. 생각이 갑자기 막 불어났다.


나는 곧바로 나의 취미에 대해서 소개했다. 일상 속에서 느끼는 흥미를 사진으로 수집하는 이 취미에 대해서 말이다. 내 손바닥만 한 스마트폰을 꿈질꿈질 쥐고서 최근에 찍은 사진들을 보여주었다. 한 장 한 장 그 순간들을 소개하며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뿌듯함 보다는 민망함에 가까웠을 거다) 상대의 반응보다도 난 말하기에 즐거움을 느꼈다. 그날 집으로 돌아가면서 또 침대에서 누워서 사진들을 다시 확인했다.


물론 뿌듯함도 느낀다. 심심할 땐 인스타그램에 들어가 피드를 살피기도 하고 정리를 미뤄둔 갤러리에 들어가 스크롤로 춤을 춘다. 그러다 전 연인과의 흔적을 발견하게 되면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얼른 삭제 버튼을 누르기도 한다. 이땐 오한을 느꼈지만, 당시에는 반가운 침입자로 여겼을 것이다.



이러한 기록들을 숨겨두고 싶지 않다. 더 이상 댓글 기능을 꺼둔 SNS에 전시만 해둘 것이 아니라 너절너절 헛소리라도 좋으니 위에 아래에 내 말을 덧붙이고 싶었다. 이곳엔 하트를 눌러줄 나의 친구도 이웃도 가족도 없지만 차곡차곡 쌓아다 누군가에게 건네줄 수 있는 날이 느리더라도 꼭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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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