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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무서웠던 것 같아

게으른 완벽주의자란 말도 나는 아니거든

by 정다운 그녀


나는 늘 한탄했다.

게으르고 부족한 내 모습이 질리도록 한심했고, 개선하려는 의지조차 쉽게 먹지 못하는 나약함이 수치스러웠다.


누군가는 내게 게으른 완벽주의자라 그런 게 아닐까 위로했고

누군가는 이걸 해봐, 저걸 해봐 대안을 제시했지만

그런 말들에 동하면 내가 아니지.

나는 나약하지만 나의 게으름은 결코 나약하지 않으니까.


사실 내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타인을 앞에 두고 자기비하를 주절주절 늘어놓는 꼴, 이는 아무 의미 없다는 것을.

움직여라, 일단 해라, 밖으로 나가라, 그 일반적인 행동론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을.


그치만 나는 기어이 한마디 더 얹고 만다.

"아니, 그니까, 그걸 아는데 안 하는 내가 싫다는 거야."


결국 상대까지 무기력하게 만드는 나.


그래, 그러니까, 그냥 나라는 애가 이렇다는 거야.

뭐 대단한 상처가 있는 것도 아닌데 세상 모든 것에 잠식된 내가 우습기도 해.



아니다, 실은 무서웠던 걸지도.

나를 표현할 적당한 말을 찾지 못한 것이 말이야.


평범한 중간의 인간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까보니 그조차도 안 되는 무색무취의 인간임을 보게 되니까

나는 어떠한 사람이었던 건지 어떤 존재가 되어야 하는 건지 모르겠어서.


요즘 같은 자기PR 시대에 어느 한 구석 발 들이지 못하는 내가

과연 쓸모를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서.



그러니까,

그러니까 나는

내가

나로써 오롯한 게

두렵고 초조한 가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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