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를 잘하고 싶은 사람의 학습 기록
아웃풋은 아무래도 집중을 해서 대화/스토리를 만들어내야 하는 과정이라 그냥 생각 없이는 지속되기가 어렵다. 여러 영어 강사 유튜브를 봐도 일단 뱉어내라고 하는데, 방법도 모르겠을뿐더러, 혼자 하는 스피킹은 더더욱 민망하고 지속되기 힘들다.
일단 내가 하고 있는 아웃풋은 스피킹에 집중되어 있다. 라이팅은 아직 진지하게 접근할 단계가 아니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일단 재미가 없다. 스피킹 연습을 할 때 좀 더 구조적인 방식으로 말하는 연습을 하다 보면 라이팅도 같이 발전해 가는 것 같아서 시간을 들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래놓고 한 달 뒤에는 '아무래도 안 되겠어서 라이팅 공부를 시작했다'라는 글로 찾아올지도 모르겠다.
이제부터 내가 사용하는 다섯 가지 방법의 영어 스피킹 방법을 소개해보려고 한다. (이제 중급 정도의 실력에 들어온 사람이라 혹시 전문가가 읽게 된다면 혀를 쯧쯧 찰까 봐 민망하네)
음성 일기는 가장 손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이고, 효과가 눈에 띄게 나타난다. 자기 전에 한두 문장이든, 아니면 길게 하고 싶으면 하고 싶은 만큼 하루를 정리해서 말해보는 것도 좋고, 일상 중에 이동을 하다가 떠오르는 생각을 녹음해 봐도 좋다. 녹음을 하고 매일매일 들으면서 스스로 괴롭히는 것도 도움은 되겠지만, 나는 굳이 그렇게 하고 있지는 않다.(이유는 맨 아래에)
*녹음 남길만한 순간
-자기 전 하루 정리할 때
-어딘가로 가는 길에 ‘어디 가고 있고 뭘 하러 간다.’라는 메모를 남길 때
-친구에게 내 생각을 설명하듯이 녹음 남기고 싶을 때(녹음할 만한 내용이 생겼을 때)
-새로운 친구를 만났을 때(인물을 설명하는 표현 찾아서 활용)
-새로운 장소를 갔을 때(장소와 상황을 설명하는 표현 찾아서 활용)
*필러 워드(umm, like 등등 의미 없는 소리)나 다음에 뭐 말할지 고민하며 공백을 길게 만들어도 되니까 일단 생각하는 과정까지 전부 녹음하는 것이 좋다. 처음에는 한두 문장 정도 계획했던 문장을 말하고 나면 그 뒤에 내용을 붙이는 것이 어렵다. 아마 영어로 말하면서 우리말로 생각하고 그걸 다시 영어로 이어서 말하려니까 과부하가 걸린 게 아닐까 생각한다. 필러 워드도 무시하고 계속 시도를 하다 보니까 말하는 도중에도 '다음엔 이런 내용을 말해야지'라는 생각을 붙일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지금이 4개월 차인데 1달에서 2달 사이 즈음 변화한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처음보단 확실히 말을 하는 중에 다른 생각을 하는 것이 편해졌다.
캐나다에서는 어디든 사람들과 모이는 그룹 액티비티에 참여하면 전부 영어로 진행하니까 오프라인 활동을 찾기 어렵지는 않다. 널려있는 도서관에만 가도 이런 활동이 매우 많다. English conversation circle 같은 ESL 활동 같은 경우에는 다 같이 영어 학습자이다 보니 아무렇게나 영어를 뱉어내도 다들 이해를 해준다. 그러니 ESL 오프라인 활동에서는 도전적으로 나서는 게 좋을 것 같고, 원어민들도 참여하는 일상 활동의 경우에는 돌아가는 대화를 파악하고 적절히 끼어드는 연습을 한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역시 어느 나라이든 혼자만 떠들고 분위기 못 읽는 사람은 어디서든 섞이기 어렵다. '영어를 쓴다'라는 생각에만 갇혀있으면 어려워지는 부분이 많다. 남이 말하는 것을 제대로 듣지 않는다거나, 본인만 말을 하려고 한다던가, 남의 말을 자른다거나, 말투가 너무 권위적인 사람을 보면서 나의 영어 습관을 재점검해보기도 한다.
*오프라인은 어떤 활동을 하든 제약이 없다는 것이 장점이지만, 집에서 나가야 하고 외출 비용이 발생한다는 단점이 있다. 게다가 일대일 수업이 아닌 이상 일일이 스피킹 코칭을 받기는 어렵다. 그래서 나는 학습을 목적으로 둔 활동은 온라인으로 하고 있고 오프라인 활동은 학습이 아니라 일상/실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나중에 대화에 잘 참여하고 있는가, 내 생각을 잘 전달했는가, 잘 어울렸는가를 생각해 보며 점검을 해보면 분명 차츰 변화가 읽힐 것이다.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면 역시 온라인 학습이 최고다. 아무렇게나 있다가도 줌만 키면 전 세계 사람들과 대화가 가능한 세상이다. 누리지 않을 이유가 없다. 오프라인 일상 모임도 즐겁지만, 일상에서 내 영어를 고쳐주는 사람을 만나기는 어렵다. 그리고 남의 영어를 사소한 것도 일일이 고치는 사람은 착한 게 아니고 성격 삐뚤어진 사람이니 멀리하는 게 좋다. 오프라인 일상 모임에서 중요한 건 문법이 아니라 전달력 여부이다.
나의 대화를 장려하며 적절하게 질문을 던져주고 틀린 표현이 있으면 고쳐주고 대체해서 쓸 수 있는 표현을 알려주는 선생님을 찾는 게 좋다. 이전에 링글 협찬을 받아서 블로그에 홍보를 올린 적이 있는데, 그때 이후로도 따로 결제해서 계속 쓰고 있다. 물론 링글이 본업이 아닌 튜터가 많아서 수업이 갑자기 취소되거나 수업에 큰 노력을 들이지 않는 튜터도 있지만, 원어민과의 대화와 첨삭만을 목적으로 두면 만족할만하다고 생각한다. 취소가 돼도 대기하고 있는 다른 튜터와 바로 매칭을 잡아 수업을 하면 되기도 하고, 한 튜터에만 익숙해지는 것도 안 좋다.
링글 수업을 하고 나서는 아래와 같이 복습집을 만들고 있다. 왼쪽에는 튜터가 말한 것 중에 새새롭거나 알았지만 직접 쓰긴 어려웠던 표현, 오른쪽에는 첨삭받은 내용, 패러프래징한 부분을 정리했다. 그리고 아래칸에는 내가 생각한 수업 후기를 적어두는데, 나는 말하면서 자주 웃느라 발음을 너무 뭉갠다는 것을 발견했다. 영어로 표현이 잘 안 되면 아무래도 웃어넘기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치려고 하지만 한 달째 못 고치는 중) 링글 수업 직후에 복습을 하면 좋지만, 녹음본과 튜터 첨삭이 수업 끝나고 한참 뒤에(반나절 뒤, 또는 다음 날)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서 자꾸 복습을 미루게 된다. 아무튼 수업 후 복습은 중요하다.
유튜버 영어 강사 빨간 모자 선생님은 영어는 배우는 게 아니라 많이 접해서 익숙해지는 것이라고 했다. 나는 이 말에 동의한다. 물론 배워야 써먹을 수 있겠지만, 한 번 배웠다고 ‘아, 나 이제 이 표현 쓸 수 있어’가 되지는 않는다. 계속 써봐야 하고 응용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튜터가 바뀌는 것이나 첨삭이 마음에 안 드는 것은 큰 단점이 아니라고 본다. 링글은 그저 항상 해오던 나의 스피킹 습관에서 해당 주제를 가지고 대화를 짜임새 있게 해 나갈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현실에서 나처럼 재미없게 대화하다가는 다들 다른 주제로 돌리려고 할 것이다. 온전히 나에게 집중해 주는 40분이 나에겐 소중함... 그래도 문장을 최대한 간결하고 전달력 있게 만드려고 노력하고 있다.
나는 온라인으로 영어 활동에 많이 참여했는데(이유는 캐나다가 추워서) 강력하게 추천한다. 특히 인스타그램에 영어 표현을 알려주는 릴스를 돌아다니다 보면 온라인 그룹 레슨을 여는 선생님이 있다. 이전 영어 인풋 글에서 Julie 선생님 프로그램을 추천했는데, 한 달에 10달러다. 영단어 강의와 교재를 제공하고, 일주일에 하루는 라이브 강의가 이뤄지는데 10달러다. SNS에는 취미 반, 경험 반을 위해 운영하는 선생님이 은근히 많다. 아래는 @zenfluentmaria 마리아 선생님이고 우연히 해당 선생님의 첫 스피킹 코스에 참여해서 좋은 가격으로 좋은 경험을 가질 수 있었다. 각국의 영어 학습자를 만나고 대화하는 것도 영어 공부에 큰 자극이 된다. 또한 나 혼자서는 절대 선택하지 않을 주제(공포, 파이낸스, 공손한 이메일)로 대화하는 것도 큰 도전이었다. 확실히 마리아 선생님과 수업하고 나서 스피킹에 대한 두려움을 많이 떨칠 수 있었다. 어떤 주제가 나와도 내가 아는 단어와 표현에서 충분히 대화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 중요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온라인 언어 친구를 만든다면 꼭 확인해 볼 가치가 있는 사이트를 추천한다.
Language Learning Community for Safe Effective Practice
영어만이 아닌 다양한 언어 학습자를 찾을 수 있고, 언어 교환 방법도 메일, 전화, 대면의 세 가지 방법으로 설정할 수 있다. 물론 일부러 자기 지역의 언어 어리숙한 젊은 여성을 낚으려고 연락을 돌리는 사람도 있다고 하니 대면 방식은 심사숙고 끝에 정해야 하겠다. 나는 미국의 엔지니어 할아버지와 전화를 통해 일주일에 3-4번씩 한국어-영어 교환 수업을 가지고 있고, 각자 갖고 있는 교재가 있어서 주로 예문 읽고 발음 확인하고 질문을 하는 방식으로 하고 있다. 나는 이때 Julie 선생님과 하는 영단어 교재로 복습을 한다. 이 단어가 어떤 단어인지 나의 방식으로 설명하고 예문을 읽으면 훨씬 일상에서도 잘 떠오르게 되는 것 같다.
언어 교환 친구를 만들 때에는 각자의 교재가 있는지 목표가 어느 정도인지, 계획 기간이 어느 정도인지 정해져 있는 사람을 고르는 것이 도움 된다고 생각한다.(그리고 만나보지 않은 사람 너무 믿지 말 것)
4번과 5번은 일상 중에 가볍게 스치듯 해볼 수 있는 아웃풋 방식이다. 4번은 카페에서 커피를 시킬 때나 장 볼 때, 또는 도서관에서, 아니면 길을 걷다가 스몰 톡을 하며 가능하다. 날씨 얘기도 좋고, 버스가 예상보다 늦는다는 얘기를 해도 좋다. 도서관에서는 ‘이러한 책을 찾는데 어느 섹터에 있는가’를 물어보면, 해당 책도 알려주고 연관된 다른 정보도 주기 때문에 질문 하나로 몇 배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영어 쓰기 무섭다고 셀프 체크아웃 하지 말고 일부러 계산대라도 서보는 게 좋다.
나는 쉐도잉을 하며 ‘오, 이건 진짜 많이 쓰겠다’싶은 표현이 들리는 것을 느꼈다. 캐나다를 오고 첫 주에 쉐도잉을 하며 드라마에서 배웠던 표현이 대화 중에 기억을 해내고는 사용했다. 'as ~ as’와 ‘should have ~했어야 했다’라는 표현이다. 쉐도잉에서 들렸던 해당 표현 부분이 머릿속에 싹 스쳐가며 실제로 사용을 할 수 있었고, 그 뒤로는 해당 표현을 써먹는 것에 재미가 들려서 절대 잊지 않게 되었다.
쉐도잉을 하다가 좋은 표현이 있으면 어떤 표현을 하고 싶을 때 쓸 수 있을지 상상을 해보는 편이다. 물론 쉐도잉 방법만이 아니라 어디에서든 좋은 소스를 얻었다면 상황에 닥치기 전에 상상으로 대본을 만들어 보는 것이 좋다.
There was once a merchant in the famous market at Baghdad. 이런 문장이 있으면,
There is/was/are/were + (once) +‘something/someone’ +in the 어디+(추가 디테일) 장소 설명 추가.
이렇게 생각을 해둔다. 그럼 장소나 사람에 대해 설명할 때 써먹기 좋다.
For there he was sure Death could not find him. 이런 문장은 통으로 쓸 일이 없으니
For there(거기서는), he was sure(확신했다), Death(sth) could/can/will/ext not find him(sth)
이렇게 잘라서 기억을 해두고 여러 번 들으면서 익숙해지려고 한다.
확실히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10분 아웃풋에서 1시간 아웃풋의 가치를 얻을 수 있는 것 같다. 유명한 선생님의 현장 수업을 선착순에 들어서 참석했다고 해도 백가지 좋은 표현을 보고 고개만 끄덕이다가 한두 문장 예문을 만들고 모의 대화를 해보는 것으로 끝났다면, 과연 이 수업은 인풋일까 아웃풋일까? 내가 실제 생활에서 저 백가지 표현을 사용할 수 있을까? 아니면 예시 따라 만든 예문을 가지고 모의 대화를 했다고 그게 기억에 남을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에겐 맞는 방법이 아니었다. 물론 지금도 나에게 맞는 방식을 찾아가고 있고, 이제 4개월이 지난 일 년의 시간을 온전히 의미 있게 사용해 보려고 하고 있지만, 틀린 길로 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영어뇌는 운동 뇌와 같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이게 도움이 되나 의심을 하다가도 어느샌가 뒤돌아보면 뭔가 바뀌어있다. 약간의 차이가 모여서 커지는데 약간의 차이를 인식하지 못할 때 포기하기 쉽다.
오늘도 계속 흔들리고 스트레스를 받았다. 4개월이 되었으니 뭔가 해보고 싶어서 병원에 자원봉사를 신청했고, 간단한 헬스 체크를 하기 위해 병원에 들러 엑스레이를 찍는데 영어를 버벅거리며 말하는 게 너무 창피했다. 단계가 오른 것 같으면서도 계속 어려움이 닥치니까 이제 '영어 하나 배운다고 달라지는 것이 있을까, 나 시간 낭비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며 계속 흔들흔들, 하루에도 몇 번씩 생각이 널뛴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한국인도 처음 한국의 병원에 가서 헤매는 게 정상이다. 처음 간 곳에서 처음 듣는 말을 들으면 외국어가 아닌데도 못 알아듣고 계속 묻는다. 이 계단이 과연 내가 가도 되는 구역인지 아닌지 고민하다가 겨우 2층을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다. 다음에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마냥 기다리고 혼자 역정을 내는 환자도 있다. 그러니까 오늘 새로운 공간에서 헤매고 온 것도 '그럴 수 있다'라고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혼자 위안을 삼아 본다.
영어든 어떤 공부든 인간이라면 자연스럽게 지름길을 찾는다. 재밌는 것은 우리의 뇌 자체도 지름길을 찾게끔 세팅이 되어 있다는 것이다. 책에서 평소 가는 길을 내비게이션을 키는 것과 안 키고 가는 것에서 뇌의 활성화가 다르다는 내용을 읽었다. 이렇게 보면 인간은 어떻게든 자신의 에너지를 아끼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는 것 같다. 가끔 친구에게 영어로 녹음을 한다고 얘기하면 가장 먼저 이렇게 물어온다. 그럼 그걸 다시 듣고 틀린 걸 고쳐? 녹음하고 나선 뭐 해? 물론 녹음본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려면 그런 방식도 좋겠다. 녹음을 하고 다시 들으면서 ‘아, 이곳에는 이런 내용을 더 넣을걸, 여기는 문법이 틀렸네.’등등 고치고 고치다 보면 더 전투적으로 발전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나는 그런 전투적인 방식과는 거리가 멀고, ‘너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잘하고 있다, 그대로 가라’라는 말이 필요한 사람이다. 그래서 나의 녹음본은 마치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이 매일매일 눈바디(체중계로 숫자를 측정하지 않고 속옷만 입고 적나라하게 거울에 비친 몸을 체크하는 것, 주로 사진을 찍어서 남겨둔다)를 남겨두는 것과 같다. 녹음본을 매일, 또는 이삼일에 한 번씩 남겨두다가 어느 날 너무나도 공부하기 싫을 때 한 달 이전의 녹음본을 듣고 어제 남긴 것을 들으면 분명 달라져 있다. 최고의 칭찬은 남이 해주는 칭찬이 아니라 본인이 스스로 약간의 변화를 발견하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