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도전하는 First Aid & CPR 강사 자격증
캐나다 생활 초반에 First-Aid & CPR 자격증을 따며 크게 감명을 받은 일이 있다. 단순히 CPR을 어떻게 하느냐에 집중한 코스가 아닌, 응급상황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하고 1번, 2번, 3번의 step by step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제 상황에서 어떻게/왜 적용해야 하는지를 다루는 방식이었다. 강사들은 진심으로 수강생들이 맞이할 수 있는 응급 상황에 대해 여러 사례를 보여주며 응급 상황을 올바르게 대처하는 방법을 알려주고자 했다.
아무리 일어날 가능성이 낮아도 나에게 일어나면 100%다,라는 말이 있다. “어, 캐나다 총기 사건 가끔 있지, 아주 가끔 있어.”라고 해도 한 달 전에도, 어제 새벽에도 총기 사건가 있었다. 한 달 전의 아파트 내 소음으로 인한 총기 사건은 바로 내 친구의 아파트, 그것도 같은 동에서 일어났다.
이런 ‘사건’과 관련된 일이 아니더라도 일상적인 사고는 우리 주변에 훨씬 빈번하게 발생한다. 요즘 조금 피곤하더니 소화가 잘 안 된다는 동료는 심장 질환일 수 있다. 풀에서 놀고 있던 아이가 어느 순간 물에 빠질 수 있다. 혼자 햄버거를 먹다가 질식하는 수가 있다. 음식을 준비하던 할머니가 멍하니 어딘 가를 쳐다보며 몸을 못 가누다가 물건을 떨어트리는 모습을 보일 수가 있다.
이토록 다양한 응급 상황이 있고 의외로 사람들은 이런 응급 상황에 대해 상상하지 않는다. 한국의 응급실에서 일하면서도 안타까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 비교를 하자면, 몇몇 사람은 넘어져서 발목을 삔 것으로 구급차를 부르고 응급실에 실려와서 엑스레이를 찍고 반깁스를 하고 진통제와 근육 이완제까지 처방받아서 곱게 집에 가는데, 몇몇 사람은 응급 상황이 응급 상황인 줄도 모르고 직접 부모님을 모시고, 아이를 데리고 직접 차를 운전해서 응급실에 오고, 응급실에 도착해서 보면 이미 사망해 있거나 골든 타임을 놓치는 경우도 있다.
캐나다 온타리오 지역에서의 First Aid & CPR 자격증은 응급 상황에서 신속하고 효과적인 처치를 위한 필수 자격증이다. Canada Red Cross 및 Heart and Stroke Association 등의 인증기관에서 발급하며 대부분의 대학, 커뮤니티 센터 및 기타 단체에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자격증 교육과정은 일반적으로 1일에서 2일 사이이며, 1일짜리는 4-6시간의 온라인 교육과 8시간의 현장 교육을 필요로 하고, 2일짜리 과정은 8시간의 현장 교육 2일 치가 필요하다. 교육 과정은 응급 처치, 심폐소생술, 심혈관 질환 응급상황, 뇌신경계 질환 응급 상황, 상처 및 출혈 관리, 외상, 응급 분만, 온랭 질환 응급 상황, 중독 등등의 다양한 분야의 응급 상황과 대처 방법을 다룬다.
이곳에서 이 자격증을 필수적으로 필요로 하는 직업에는 의료직, 교육직, 유아 및 어린이 보호직(데이케어 등), 건설 및 공장 작업자, 법집행관 등이 있다. 또한 여러 기업에서 직원들의 안전을 위해 해당 자격증 취득을 권장하고 금액을 지원해 주고 있다. 그리고 이 부분은 자세히 모르겠는데 대학의 어떤 학과에서는 필수로 수강하게끔 개설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작년 10월에는 위의 내용을 모르고 자격증을 취득하러 가서 여러모로 충격이고 감탄의 연속이었다. 과정 오픈 때 서로 소개를 하는 시간을 가졌을 때 한 수강생의 자격증 취득 이유가 인상 깊었다. 이번에 승진을 하게 되었는데, 자신의 회사에서는 어떠한 직책 이상의 사람들에게 해당 자격증이 필수라는 것이다. 필수 조건을 채우기 위해서 왔을 뿐인데도 그는 모든 시나리오 연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자신의 근무 상황과 연관이 있는 챕터에서는 꼼꼼히 질문을 했다. 조금은 그 사람의 액션이 스탠딩 코미디언처럼 과장된 특징이 있어서 다른 쪽에 앉은 여학생이 피식거리며 웃거나 다른 사람들이 동조해 주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뭐가 됐든 그 사람은 자기에게 필요한 일에 진심을 다하는 것일 뿐이었다. 신기하기도 하고 이 시스템이 대단하다고 느껴지기도 했다.
그리고 가장 신기했던 것은 바로 강사님의 강의 방식이었다. 나는 온라인과 현장 강의 혼합형 과정을 수강했는데, 이 강의는 이미 온라인으로 지식적인 부분이 커버되었다고 생각하고 8시간 안에 모든 챕터를 다 훑어야 하기 때문에 굉장히 빠르게 진행된다. 그 와중에도 강사님은 수강생들이 다양한 시나리오를 생각해 보게끔 하도록 몸을 던져가며 본인을 환자로 사용해서 강의를 진행했다. 수강생들의 집중력을 잡아두는 스킬이 있는 강사님이었다.
그 뒤로 나는 이곳에서의 강사는 어떤 과정을 거치길래 이런 에너지 넘치는 강의가 가능한지 의문을 품게 되었다. 과연 해당 강사님만의 노하우인지, 강사 과정에서 모든 것을 알려주는지 궁금했다. 더불어 작년 한국에서의 압사 사고 이후로 한국에서도 심폐소생술 일반인 교육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고 들었고, 지인을 통해 한국의 영어 사용자들 또한 심폐소생술을 배우고 과정에 관심이 많다고 전해 듣게 되었다. 이러한 궁금증과 상황 흐름을 따라 한 번 영어로 응급처치 강사 자격증에 도전해 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었고, 가장 큰 문제는 당연히 언어의 장벽이었다.
하지만 고민만 해서 뭐 하랴. 나의 ‘캐나다 1년’이라는 모래시계는 멈추지 않고 흐르고 있다. 영어가 무섭다면 더 부딪히면 된다. 이미 캐나다에 오기 전과 현재의 나의 모습은 달라져 있었다. “Nothing wrong to go with this.” 카페에서 커피 원두를 고민하다가 하나를 고르니 직원이 내게 이렇게 말해줬다. “이걸 선택해도 아무 문제없어.”라는 건데, 어느 선택을 해도, 선택을 한 후에 너무 힘들어서 내려놓는다고 해도, 그것으로 끝이 아니라 그 길의 끝이 다른 길과 연결될지도 모르는 일인 것이다. 그래서 나도 한 달 뒤의 강사 코스를 결제해 버리고 고민이 아닌 행동을 하기로 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