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동영 글쓰기 Oct 25. 2024

글쓰기가 소중해진다면

한글을 늦게 깨친 80대, 90대 어르신들이 빼곡하게 시를 쓰거나 편지를 쓰고, 일기장 가득 글로 채우는 걸 보며 나는 느낀다. 리가 글을 못 쓰는 건 어쩌면 글쓰기에 소질이 없는 게 아니라, 글쓰기라는 도구를 사용할 절실한 동기가 없기 때문이라고. 


우리에게도 낯선 관점과 써내려 갈 동기가 주어지면 용기와 의지를 낼 수가 있을 거라고.


최소한 이 글을 읽는 이라면, 편지를 못 쓰거나 매일 내 사유에 관한 기록을 하지 않는 이유가 한글을 모르기 때문은 아닐 것이니까. 나는 작가이자 글쓰기 강사로서도 글쓰기를 권장한다. 동기를 부여해 주는 역할이 내 직업적 사명이기도 하다. 


이제. AI(인공지능) 시대인데 굳이? 글쓰기를 해야 하느냐 묻는다면 나는 주저 않고 Yes!라고 답할 것이다.


인간이 생산해 내는 콘텐츠가, 인공지능이 자료를 요약하고 맥락을 추정해 생산해내는 근간이 될 테니. 그걸 편집하고 추출하여 정리하는 것도 인간의 몫이지만, AI 툴을 통제하는 방법 중 하나도 좋은 퀄리티의 글을 인간이 멈추지 않고 생산하는 일이다. AI가 스스로 만든 자료를 학습해서 재생산하는 것보다 인간이 만든 자료를 학습해서 재생산해내는 편이 더 나은 결과물을 낳을 것이기 때문이다.


AI 스스로 잉태하는 것을 막아야 인간은 AI를 통제하며 상생할 수 있다고 믿는다. 우리가 의지해야 할 건 AI가 아니다. AI는 보조도구에 불과해야 하지, 인간이 기대는 신이 되어선 곤란하다.


이제라도 자기표현을 위한 결핍을 예민하게 느꼈으면 좋겠다. 그것이 질문의 계기가 되니까. 그 안에는 호기심과 저항심과 성찰이 가득할 거다. 이것이야말로 AI시대 인간다움이다. 꼭 글쓰기여야 하는가? 묻는다면 그건 아니다. 자신을 발견하고 표현하는 어떤 도구라도 좋다. 춤, 음악, 미술, 음성·영상 콘텐츠 발행 등등.


편집여 공유하는 모든 도구가 글쓰기와 다름없다 생각한다. 지금은 그 도구들 중에 글쓰기가 순위에 밀렸을 뿐 언젠가는 글 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송길영 작가의 '호명사회' 핵심,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가 역설한 '직장인에서 직업인으로'의 핵심, 최근 몇 년간 유행했던 '퍼스널 브랜딩'의 핵심 모두, 한데 맞닿아 있는 개념이다.

지금 당신이 프리랜서가 아니라도, 자신의 콘텐츠를 틈틈이 쌓아두는 일을 부지런히 해두길 나는 권장한다. 결국엔, 자신의 이름만 남는 사회에서 우린 살아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영상 혹은 글이면 된다.

둘 다 편집 역량이 필요하다. 영상 편집과 글쓰기, 아니 둘 중 하나만 잘하더라도 개인으로 살아남는 건 가능하다. 아무리 AI가 발달해도 그걸 편집하는 주체는 인간인 '나'일 것이다.

발상하고 기획하고 프롬프트를 입력하는 건 AI 자동화로 전부 맡길 일이 아니다. AI를 최대한 활용한다 해도, 질문하고 편집하는 역량은 자기 몫으로 남는다. 인간이 성장하기 위해서 필요한 건 결핍이다. 인공지능 시대에 생존은 결국 결핍의 싸움이라 생각한다.

그 결핍으로 개인을 구성하는 완성도를 높인다.
매거진의 이전글 글쓰기 동영샘 - 오늘의 어휘 [처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