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의 세계는 냉정하다
난 지독한 음치다.
어릴 적 동네교회 성가대 오디션에서도 음이 맞지 않는디는 이유로 최하 점수를 받았다. 노래를 잘하면 남녀 모두에게 인기가 있었기 때문에 노래를 잘하고 싶었다. 동전만 생기면 혼자서 중고등학생 때부터 동네 오락실에 있던 코인노래방 부스를 진짜 매일 다녔다. 똑같은 노래만 10번씩 부르기도 하면서.
그 결과, 마지막 수학여행 장기자랑을 한 후 전교에서 노래를 제일 잘 부르는 한 명이 되어 있었다. 대학 MT에서도 노래를 불러 장기자랑 1등을 했었다.
타고나지 못한 재능의 문제는 노력으로 어느 정도까진 넘어설 수 있다. 근데 프로 가수가 될 정도는 못 되었다. 무려 god와 함께 작업한 바 있는 프로듀서 눈에 띄어 실제 부스 안에서 앨범 작업을 할 기회를 얻었을 때, 비로소 내가 그동안 다른 가수의 모창으로 겨우 여기까지 왔고, '내 것'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 후로 노래를 거의 끊다시피(?)했다. 여전히 모창을 하라면 제법 그럴듯하지만, 순수한 내 음색으로 음을 맞추는 건 어려워한다. 유전자나 주변 환경을 타고나지 못했기에 보컬 선생님을 찾아가서라도 정식으로 배워야 하는 영역인 것이었다.
이건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내가 필사를 하든 AI를 활용하든 어느 시점부터는 '내 것'을 계발하려는 노력이 필수다. 그렇지 않으면 따라쟁이 아류에서 머물고 마니까. 그래도 좋은 책을 필사하는 건 정신 차리고 출처 남기면서 훈련하면, 내 사유를 기반으로 감각적인 내 것(오리지널리티)을 계발하고 강화할 여지가 있다.
그러나 AI는 잘 사용해야 한다. 남이 짜준 프롬프트를 복사 + 붙여넣기 하거나 AI의 기능에 의존하는 수준으로 글을 작성하면 역량이 아예 늘지 않는다. 심하게 말하면 가망이 없다. AI에게 대신 써달라는 식으로만 하다가는 내 스타일이란 건 없이 감조차 못 잡고 말 것이다. 핵심은 실패다. AI는 실패를 가르쳐주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부딪친 경험으로 실패를 겪어보고 그안에서 메타인지를 발동해 내 강점과 개선점을 찾아 발전해 나가야 한다.
아직 내 것을 모르는, 함께 성장 중인 AI와 원고 프로젝트를 협업한다는 생각으로 차근차근해나가야만 피드백받아가며 내 것을 구축할 수 있다.
글치도 노력하면 작가가 될 수 있지만, 아류가 되지 않고, AI 대필로 데뷔하지 않고 싶다면 내가 직접 생각하고 구성하며 고민하고 다듬을 줄 알아야 한다. AI를 내 글쓰기 역량을 키워주는 도구로 보는 동시에 협업하며 동반성장하는 프로젝트 동료인 동시에, 개인 글쓰기 선생님으로 두고 배워야 한다. 내 뇌와 시간을 쓴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면 글쓰기는 가짜다. 적어도 그것이 온전한 내 글은 아니다.
작가는 꾸준히 독자가 있는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내 책 «너도 작가가 될 수 있어»에 쓴 바가 있다. 글쓰기 강의에서도 늘 주장하는 바다. 하지만 책을 냈을 때 돈을 받는 프로페셔널의 세계에서 경쟁하는 직업으로서의 작가까지 염두에 둔다면 자신만의 색깔을 갖춰서 글 쓰는 걸 지향해야 한다. 아니면 이도저도 아닌 작가로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