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를 시작하는 새해다짐러에게

글쓰기는 원래 어렵다

by 이동영 글쓰기 쌤


수년 전, 편의점에서 바나나맛 우유 신상품을 본 적이 있는데요. 상품명을 보고 피식 웃음이 났습니다.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

머리를 한 대 땡 하고 맞은 듯한 이름이었죠.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던 이미지를 뒤집어버린 한 문장이었으니까요. 인기제품인 ‘뚱바’와 차별화한 인상을 각인하면서도, 은근하게 경쟁 제품은 색소를 썼다는 느낌까지 전달하는 기가 막힌 네이밍이었습니다. 판매량을 추월하지는 못했을지라도, 신상품으로 존재감은 대단했죠.

뚱바의 독보적인 판매량과 브랜딩 성공으로 우리는 바나나맛 우유를 떠올리면 노란색부터 연상합니다. 하지만 실제 바나나는 노란 껍질 속에 하얀 속살을 지니고 있죠. 저는 이 글을 통해 새해에 글쓰기를 시작하려는 분들에게 이런 신선한 충격을 주고 싶습니다.


글쓰기는 원래 어렵다
사람들은 글쓰기를
너무 만만하게 생각합니다.

그럴 수 있습니다. 시작하는 데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그저 펜과 종이만 있으면 되니까요. 아니면 스마트폰을 열어서 메모장이나 SNS에 바로 적으면 그것도 글쓰기라, 접근하는 문턱 자체가 낮습니다. 하지만 막상 하나의 주제를 붙잡고, 일정 분량을 혼자 힘으로 끝까지 써보면 깨닫게 됩니다.


아, 이게 만만한 게 아니구나.


재능도 부족하고, 노력도 부족했다는 사실까지 현실적으로 마주하게 되죠. 저는 이걸 맞닥뜨린 분께 글쓰기 강사로서 진심으로 축하를 건넵니다. 그때부터 그분의 진짜 글쓰기가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글쓰기는 나 혼자 빠져들면 그만인 취미가 아니에요. 타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일이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어느 수준 이상은 어렵게 느껴져야만 합니다. 무겁게 받아들이고 더 애를 써야 하지요. 가벼운 마음만 가지고 의식의 흐름대로 흘려 쓴 글은 개인의 일기장이나 비공개 계정에만 새기는 것이 나은 선택입니다.


이제 막 시작했는데 스스로 잘 쓴다고 착각하는 것만큼 위험한 일도 없고요. 반대로 몇 번 써보고 난 역시 재능이 없다면서 포기하고 비하하는 것 역시 현명해 보이지 않습니다. 만만한 일은 없습니다. 작가라는 직업이 괜히 존재하는 게 아니겠죠.


글쓰기에도 재능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배우고, 계속 쓰고, 깨닫고, 고치고, 다듬는 과정. 자신만의 노하우를 쌓아 가는 것만이 글쓰기 실력을 키우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어떤 사람은 그 시간이 10년이 걸릴 수도 있어요. 저는 10년 넘게 써왔지만 여전히 글쓰기가 쉽지 않습니다. 오히려 점점 더 어렵습니다. AI를 활용하면 객관화가 더 잘 되어서 고민이 더 깊어지기도 하지요.

일러스트: 이동영 작가 X AI

글쓰기는 장기전입니다.


이제 막 시작하려는 사람이라면 수영을 배우는 걸 떠올려 보세요. 물장구부터 배우고, 숨 쉬는 법과 숨 참는 법을 익히고, 물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서, 직접 물속에 풍덩 들어가 헤엄쳐 봐야 수영을 할 수가 있습니다. 그 과정을 지나야 속도가 붙고, 자세와 호흡이 안정되고, 몸이 물속에서 적응을 하겠죠. 글쓰기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단기간에 책을 내겠다는 건, 이제 막 물장구치는 수영 초보가 전국체전 선수가 되겠다고 경쟁에 나서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차근차근 배우고 꾸준히 반복하는 것. 재능이 뛰어난 사람도 그 과정을 건너뛰지는 않습니다.


글쓰기는 원래 어려운 일입니다.


저는 더 많은 사람들이 글 쓰길 바라는 사람입니다. 그런 마음으로 글쓰기 인문 교육을 하거든요. 이제 글쓰기를 제대로 시작하고자 한다면 부디 성급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충분히 혼자 물장구치는 시간을 거치지 않은 채, 대회에 나가 많은 사람 앞에서 허우적대는 모습을 보여주는 건 바람직하지 않으니까요.


글을 바로 써서 공개할 것이 아니라, 배우는 자세로 임해야 합니다. 어려움을 느낀 채로 조금씩 나아가세요. 건필을 빕니다. 이건 포기하라는 글이 아니라, 더 잘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전하는 글입니다.


2026년,
글쓰기를 시작하는 독자님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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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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