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하루

by 리미

머리 위로 뜨거운 뙤약볕이 조금은 사그라들고, 선선한 바람이 아침 저녁으로 불어오기 시작했다. 모닝콜보다 먼저 나를 깨우는 매미들의 힘찬 울음소리도 점점 조용해지는 것 같아서 섭섭한 것도 같다. 착각인 걸까?

돌처럼 무거운 몸을 일으켜 씻고 서둘러 식사를 마치고 하루를 시작한다. 행여나 지각하지 않을까 서둘러 지하철역으로 가서 겨우겨우 좁은 사람들 틈 사이를 비집고 내 몸을 지하철에 구겨 넣는다. 그리고는 환승역이 다가오길 바라며 괜히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린다.


'이번 역은 강남구청, 강남구청 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왼쪽입니다.'


기다리던 환승역이지만 오늘은 좀처럼 빈자리가 나지 않아 결국 왕십리까지 서서 가게 되었다. 무거운 백팩을 메고는 걸음을 빨리해서 계단과 에스컬레이터를 내려간다. 하지만 오늘따라 다음 지하철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왜 이리도 많은 건지, 내 자리는 보이지도 않는다. 또다시 서서 간다. 에어컨은 시원하게 나오는데 왜 내 이마에서는 땀이 주룩주룩 흘러내리는 건지...


목이 아파 스마트폰을 손에서 내려놓고 앞에 앉아있는 사람들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책을 열심히 읽고, 누군가는 펜으로 무언가를 끄적이고, 또 누군가는 아침 출근길부터 전화를 한다. 가끔 나와 눈이 마주치는 사람이 있을 때는 나도 모르게 눈을 아래로 깔고, 딴청을 부려본다. 혹시나 저 사람이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않겠지? 하고 두근거리는 마음을 잡느라 애를 쓴다.


하루 동안 나를 지나치는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과연 나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기억하고 있을까?

손가락을 접어보려고 해도 도무지 접어지지가 않는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봤던 것일까.

그러고 보니 목이 뻐근하고, 눈은 따끔따끔 거린다. 아아, 또 스마트폰만 보고 있었구나.

예전에 텔레비전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타인에 대한 무관심이 커져만 간다고 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래, 그도 그럴 수밖에 없지. 다들 고개 숙여 작은 화면만 바라보기 바쁜데... 나도 그렇잖아... 하고는 짙은 씁쓸함에 울적해졌다.


그동안 나는 주변에 참 무관심했던 것 같다. 이게 다 스마트폰 때문이야!라고 말하기에는 민망하다. 그냥 나는 나만의 세상에 갇혀 있어서 그랬다.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길을 걸어가면서도 귀에 꽂은 음악과 내 잡념에 사로잡혀 주위의 소리는 듣지 못했다. 참 슬픈 일이다.

음악을 듣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지금도 노력하고 있다. 그 대신 사람들을 열심히 관찰하고, 나와는 다른 타인이라는 존재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그들은 어떤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을까.


그래서 나의 시선과 타인의 시선에 대해 글을 적어보려고 한다. 나와 다른 누군가가 어떤 곳을 통해 본인의 시선을 보여주고 목소리를 내고 있는지, 나는 어떤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지...

그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세상의 편견도 조금은 깨트릴 수 있지 않을까-하고 생각해보았다.



July - 바람에 쓰는 편지